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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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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에서 통칭 'God'이라고 표현될 만큼 손대는 작품마다 흥행대박을 기록했던 스티븐 스필버그. 오락영화나 예술영화 모두에서 성공을 거둔 그는 이제 자타가 인정하는 거장의 반열에 들어선 느낌입니다. 비록 요즘은 한창때 보여주었던 아이디어의 번뜩임이 빛바랜 느낌입니다만 여전히 스필버그의 손을 거친 작품이라면 관심을 안가질래야 안가질 수가 없지요. 그런데 그런 천하의 스티븐 스필버그도 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걸 알고 계신가요?

흔히 괴작이라 하면 저기 터키나 필리핀의 삼류영화 내지는 유명인이 출연한 예상밖의 저예산물을 떠올리기 쉽습니다만 [슈퍼맨 4]라든지 [인천] 같이 메이저급 스탭과 자본이 투입된 작품들도 종종 있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필모그래피에서도 대단히 이질적인 작품이 하나 발견되는데 그 영화가 바로 오늘 소개하게 될 [1941]이라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듀얼], [슈가랜드 익스프레스], [죠스], [미지와의 조우] 등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스티븐 스필버그의 다섯 번째 장편영화이지요.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 Reserved.


원래 이 작품은 [백 투 더 퓨쳐]로 유명한 밥 게일과 로버트 저맥키스가 남가주대학(USC) 영화과를 졸업한 후 완성시킨 스크립트에서 출발합니다. 당시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취직한 두 사람은 '콜책 나이트 스토커(Kolchak: The Night Stalker)'라는 TV 드라마의 에피소드 중 'Chopper'를 통해 영화계에 데뷔를 하지만 정작 그들은 자신들이 연출까지 맡을 수 있는 작품의 각본을 쓰고 싶어했지요. 그들이 구상했던 시나리오 가운데에는 급진파 무리가 셔먼 탱크를 훔쳐 정유회사의 수뇌부를 위협한다는 내용의 작품도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작품을 어떤 사람에게 가져가서 평가해주길 원했는데, 그는 바로 이 사람이었습니다.


ⓒ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All Right Reserved.

존 밀리어스. 고등학생때 쿠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작품들을 접하면서 영화학도를 꿈꾼 인물. USC에서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 등을 알게 되어 친분을 맺었고, 로저 코만 사단에 들어가 실무를 익혔다. [바람과 라이언]으로 성공적인 감독의 반열에 들어선 그는 [더티 해리] 1,2편, [지옥의 묵시록] 같은 작품들의 각본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주로 남성적인 특징이 두드러지는 선 굵은 영화들에서 재능을 발휘한 그는 [1941]이 세상에 나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밀리어스는 탱크 얘기가 나오는 그 시나리오의 내용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방식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저맥키스와 게일에게 다른 아이디어는 없는지를 묻게 됩니다. 그 때 두 사람은 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일본군이 L.A.를 공습하면서 벌어지는 히스테리컬한 상황극에 대해 설명하게 되지요. 존 밀리어스는 이 아이디어를 매우 마음에 들어했고, 밀리어스과 저맥키스, 그리고 밥 게일은 이 작품의 제목을 '일본인들이 습격한 밤 (The Night the Japs Attacked)'이라고 붙입니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 Reserved.

로버트 저맥키스와 밥 게일. USC 동창인 그들의 시작은 각본가로 출발한다. 황당무계한 상황극을 구상하길 좋아했던 이들은 훗날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을 맡은 [백 투 더 퓨쳐]를 통해 대박을 터트리게 된다.


자신이 직접 감독을 맡고 싶어했던 존 밀리어스는 자신과 인연이 깊은 MGM사를 찾아가 영화화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게 되지만 당시 프로덕션의 책임을 맡고 있던 댄 멜닉은 제목에 붙은 'Japs'란 단어가 부적합하다고 판단, 영화의 제작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합니다. 제작이 조금씩 지연되는 사이 존 밀리어스는 또다른 작품인 [빅 웬즈데이]의 감독직을 수락하게 되면서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이 작품의 감독직을 제안하게 됩니다.

당시 스티븐 스필버그는 [미지와의 조우]의 제작에 한창 몰두하고 있었는데요, 게일과 저맥키스가 쓴 시나리오의 흥미로운 설정에 반해 낮에는 [미지와의 조우]를 촬영하고, 밤에는 저맥키스 등과 함께 전쟁영화들을 감상하며 세부적인 각본을 다듬는 작업에 착수합니다. [떠오르는 태양 (The Rising Sun)]으로 변경되었던 작품의 제목은 [1941]로 최종 확정되었고, 약 8주간에 걸쳐 밤낮으로 강행군을 펼친 스필버그는 [미지와의 조우]가 완성되자마자 곧바로 [1941]의 촬영을 시작합니다.

스필버그는 [1941]의 캐스팅 과정에서 2차세계대전당시 3군 사령관을 지낸 스틸웰 장군 역에 평소 존경해 마지 않던 존 웨인을 섭외하려고 했습니다. 사실 존 웨인과 스필버그는 평소에도 깊은 친분을 가진 사이었기에 이들의 공동 작업이 성사되기만 한다면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길지도 모르는 일이었지요. 존 웨인도 처음 이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는 흥미를 보였습니다만 [1941]의 각본을 읽자마자 몹시 격양된 목소리로 스필버그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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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een Berets ⓒ Warner Brothers/Seven Arts. All Right Reserved.

'이보게, 스티브. 난 지금 매우 화가 나 있어'


그 이유인 즉슨, 극우주의자로 유명한 존 웨인이 2차세계대전을 풍자적으로 비꼰 이 작품에 대해 몹시 불쾌해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그는 [1941]의 내용이 자신이 봐왔던 영화중에서 가장 반미국적인 작품이며, 만약 스필버그가 이 영화를 계속 만들길 고집한다면 매우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게 됩니다. 스필버그 입장에서는 매우 난처하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존 웨인 때문에 영화를 포기할 순 없었죠. 그래서 차선책으로 물망에 오른 인물이 찰턴 해스턴이었습니다만 그 역시 굉장히 보수적인 극우파의 한사람으로서 존 웨인과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결국 스필버그는 유명 배우의 섭외를 포기하고 대신 스틸웰 장군과 외모가 닮은 배우를 모색하게 되는데 그렇게 선택된 인물이 로버트 스탁이었고 그는 이 영화에서 우스꽝스럽게 묘사된 스틸웰 장군을 무난히 소화해냅니다.

한편 일본군 함장 역으로 토시로 미후네를 캐스팅한 순간만큼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오랜 염원이 성취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스필버그는 일본의 거장 구로자와 아키라의 열성적인 매니아로 유명했고, 그런 구로자와 감독의 오랜 페르소나였던 토시로 미후네를 자신의 작품에 등장시킨다는 건 이제 갓 신인티를 벗은 젊은 스필버그에게 있어 무척이나 흥분되는 일이었지요. (일각에서는 토시로 미후네의 캐스팅 때문에 이 작품을 감독하게 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사실 토시로 미후네는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에서 오비완 역의 제안을 거절했던 사실에 대해 후회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이유로 [1941]의 출연을 결정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는 나중에 오비완 역을 거절한 것 이상으로 [1941]의 출연에 대해 후회했다고 전해집니다. ㅡㅡ;;

그밖에도 [1941]에는 미국의 인기 코미디프로 '세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Saturday Night Live'로 잘 알려진 존 벨루시와 댄 애크로이드 콤비가 출연이 결정되었는데요, 영화의 특성상 이들 SNL의 멤버를 캐스팅한 건 적절한 일이었으나 이들의 존재로 인해 촬영장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고 맙니다. 훗날 스필버그는 회고를 통해 '어느 누구도 제 정신인 사람은 없어 보였다. 심지어 모든 배우들은 촬영중에도 미친 듯이 서로를 쳐다보며 괴성을 질러대곤 했다'라고 당시의 상황을 털어 놓았습니다. 너무 떠들썩한 분위기 때문에 스필버그가 '컷'이라는 싸인을 몇 번이고 목청껏 질러야 할 정도였다니 안봐도 짐작할 수 있겠지요.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 Reserved.

SNL의 인기 코미디언 출신인 존 벨루시와 댄 애크로이드. 전형적인 뚱뚱이와 홀쭉이 이미지를 활용한 두 사람의 콤비 플레이는 [블루스 브라더스]를 통해 정점을 이룬다. 그러나 장래가 유망했던 존 벨루시는 약물과다 복용으로 고작 33살의 나이에 요절하고 만다. 반면 댄 애크로이드는 [고스트 버스터즈]의 대성공을 기반으로 영화배우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는데 성공했다.


물론 [1941]이 일부 재난을 맞이한 작품들처럼 영화의 제작과정에서 난항을 겪은건 아닙니다. 스필버그는 촬영장의 상황을 기존작들에 비해 보다 확실하게 통제해 나갔고, 꼼꼼한 미니어쳐 제작과 스토리 보드 작업을 통해 전체 영화의 이미지를 구성하는데에도 굉장한 노력을 쏟아 부었습니다. 또한 이 작품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최초로 스튜디오 안에서만 촬영을 마친 작품이기도 합니다. 평소 그는 철저한 로케이션 촬영을 고집했었는데, [1941]을 작업하면서 스튜디오 촬영에 대한 장단점을 분명하게 깨닫게 되지요.

자, 이렇게 공들여 만든 스필버그의 [1941]에 대해 관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이제 계속되는 2부에서 그 점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2부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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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 - 6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네드 비티 외 출연/기타 제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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