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작열전(怪作列傳) No.106
"스티브의 연출력은 놀라웠으나, 아이디어는 끔찍했다" -조지 루카스
[1941]은 기존 스필버그의 작품들과는 완전히 다른 성향의 작품이었습니다. 원래 스필버그는 서스펜스의 연출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 감독이었는데 [1941]의 경우 장르 자체가 순도 100%의 코미디인데다 서브장르로서 전쟁물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고 전반적인 분위기는 떠들썩한 뮤지컬을 연상시키기까지 했으니까요. 영화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한 여인이 야심한 밤에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는데, 어디선가 음습한 기운이 감돌더니만 그 여인을 공포에 몰아넣습니다. 그 공포의 대상은.... 거대한 백상어, 아니 일본군의 잠수함이었죠.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 Reserved.
[죠스]의 인트로 시퀀스를 노골적으로 패러디한 (이 장면에 등장하는 여인은 바로 [죠스]의 그녀, 수잔 백리니입니다) 이 장면은 [1941]이라는 작품이 내포한 전복적 코미디의 방향성을 암시합니다. 나침반이 고장나 미국 본토공격에 애를 먹는 일본군, 스틸웰 장군의 여비서를 꼬시는데만 몰두해 미군 항공기를 허락도 없이 사용하는 장군의 보좌관,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아기코끼리 덤보]를 보느라 정신을 못차리는 장군 등등 무려 7개의 서브플롯이 한데 엉켜 좌충우돌의 코미디를 빚어냅니다. 사실 저맥키스와 게일이 썼던 [1941]의 초기 시나리오는 훨씬 시니컬하고 어두운 형태의 블랙코미디에 가까운 작품이었습니다만 스필버그가 가세하면서 영화는 훨씬 더 정신없는 스크루볼 코미디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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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1941]의 스타일을 한마디로 묘사하자면 '광기의 초대형 코미디'인데요, 1부에서 설명했듯이 [1941]의 촬영현장은 출연자 전원이 정줄을 놓은 상태에서 제작이 이루어졌고 실제로 영화는 그 이상의 광란을 보여줍니다. 아니, 초반부터 이 영화는 너무 쎄게 막나가는 경향이 있어요. 스필버그 스스로도 영화를 너무 초반부터 광기있게 묘사하는 바람에 후반부는 그보다 더한 광기를 집어넣어야 했다고 말할 정도로 이 영화는 과격합니다. 물론 영화에 사용된 코미디의 요소들을 살펴보면 스필버그식의 풍자와 비판의식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문제는 관객들과 평론가들은 이에 대해 그리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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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이유 중 하나는 월남전 패배 이후 미국인들의 의식 저면에는 일종의 패배의식이 자리잡게 되었다는 점인데요, [1941]에서 전쟁을 우스꽝스럽게 풍자하는 유머 코드는 시대적인 흐름에 비추어 그리 달가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영화가 제작될 무렵 스탠리 큐브릭은 스필버그에게 [1941]은 코미디가 아닌 드라마로 흐름을 바꿔야 한다고 넌지시 제안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시류를 읽는 큐브릭의 혜안이 옳았던 셈이지요.
원래 스필버그는 [1941]을 저예산으로 완성할 생각이었습니다. 제작 초기에 그는 '[1941]에 1200만 달러에서 1센트도 더 초과해서 만들지 않겠다'고 장담했습니다만, 결국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최종적으로는 총 3500만 달러가 투입된 대작이 되고 맙니다. 그러나 [1941]의 흥행결과는 사실 그렇게까지 참혹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북미 흥행기록만 2700만 달러를 거두었으니 월드와이드 수익을 합산하면 제작비는 건지고 남을 수준이었지요. 다만 스필버그가 [죠스], [미지와의 조우]를 통해 보여준 경이로울 정도의 흥행기록을 생각해보면 제작사 측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기가 힘들었을 겁니다. 이로인해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영화천재의 앞날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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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간이 흐른 현 시점에서 [1941]을 보면 조금 특색있는 점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헐리우드를 침공하는-실제로는 산타모니카의 테마파크이지만-일본군의 묘사는 훗날 자본력으로 헐리우드의 유력 영화사들을 사들인 일본자본의 헐리우드 잠식을 미리 예견한 대목처럼 느껴집니다. 헐리우드의 대자본으로 영화계의 정점에 오른 스필버그로서는 대단히 독특한 관점을 보여준 셈이지요. 또한 전쟁에 대해 기존영화들이 취한 방식이 아니라 지독할만큼 냉소적인 코미디로 희화화시킨 점은 스필버그의 실험정신이 꽤 남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었음도 생각나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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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도 천재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괴작 [1941]은 그의 앞날에 어떠한 지장도 주지 않았습니다. 그는 차기작 [레이더스]로 다시금 헐리우드의 흥행고지를 탈환했고, 1980년대 최고의 히트메이커이자 제작자로 영화인생의 전성기를 누리게 됩니다. 오히려 지금은 조금 얌전해보이기까지 하는 그의 작품을 볼때면 [1941]처럼 젊은 패기 하나만으로 밀어붙인 그의 장난끼 가득한 작품들에 대한 향수가 더욱 짙어지기까지 하네요.
P.S:
1.극중 헐리우드와 할리스우드에 대한 말장난 개그는 스릴러의 거장 브라이언 드 팔머의 아이디어입니다. 특히 흥미로운건 존 웨인의 출연은 불발되었지만 일본군에게 납치된 할리스우드가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는 거지요. '니들, 존 웨인의 집에 폭탄을 떨어뜨릴 생각이군?"
2.[1941]의 개봉당시 삭제 장면에는 크리스토퍼 리가 고문도구처럼 생긴 옷걸이를 사용하는 허무개그가 들어있는데, 이 장면은 훗날 [레이더스]에서 재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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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미키 루크, 제임스 칸 등 유명 배우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한 작품이지요.
4.출처가 확인되진 않았습니다만 존 윌리엄스가 작곡한 행진곡 풍의 'March'는 스필버그가 [레이더스]에 사용된 'Raiders March'보다도 더 마음에 들어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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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 -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네드 비티 외 출연/기타 제작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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