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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홍콩영화의 전성기 시절을 떠올려 보자. [영웅본색], [첩혈쌍웅]의 오우삼은 홍콩 느와르라는 장르에서 자신의 장기를 극대화시켰다. 반면 [영웅본색 3]의 실패가 알려주듯 홍콩 느와르에서는 별다른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 서극은 느와르의 시대가 끝나자 이를 기다렸다는 듯, [소오강호], [황비홍] 등의 무협 액션물로 정점에 섰다. 그리고 두 사람은 헐리우드로 갔다. 비교적 일찍 짐을 싸고 홍콩으로 돌아온 서극과는 달리 오우삼은 꽤 오래 버텼다. [브로큰 애로우], [페이스 오프], [미션 임파서블 2]로 승승장구하던 그가 [페이첵]으로 몰락하게 될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지만 말이다.

비록 헐리우드로 간 두 사람의 라이벌전을 지켜볼 기회는 거의 없었지만, 2010년 서극과 오우삼이 각각 무협 액션물을 들고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다는 사실은 올드팬들에게 있어선 놓칠 수 없는 흥미거리다. 한주 앞서 개봉한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은 무협영화에 미스테리를 가미한 퓨전 시대극으로서 과거 [촉산] 등을 통해 이와 비슷한 실험적 형태로 두각을 나타냈던 서극의 전성기를 떠오르게 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그의 장기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적인걸]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그리 밝지만은 않다.

그렇다면 오우삼의 무협액션물 [검우강호]는 어떠한가? [검우강호]의 포스터에서 [중천]의 정우성(일부러 [중천]을 언급했다는 점에 유의할 것)을 발견하는 순간 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다소 감소되는게 사실이다. 그간 한중합작영화치고 제대로 된 작품이 하나도 없었음을 떠올려보면 [검우강호]는 분명 선입견에 의해 과소평가될 가능성이 큰 영화다. 게다가 오우삼을 [영웅본색]으로 기억하는 관객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는 점 또한 무협영화의 연출자로서 오우삼에게 갖는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다는 어설픈 우려를 낳는다.

ⓒ Lion Rock Productions/ Stellar Entertainment. All right Reserved.


하지만 걱정따윈 접어 두시라. [검우강호]는 이같은 핸디캡을 모두 날려 버릴 만큼 훌륭한 영화다. 이만한 무협 액션물을 본 적이 얼마만이던가? 아마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 이후 처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달마대사의 두 조각난 시신에 얽힌 무림 강호들의 각축전을 그린 [검우강호]는 절제된 CG와 정통 하이스트 무비를 고전극으로 각색한 것처럼 탄탄한 내러티브로 모처럼 홍콩의 무협영화다운 재미를 마음껏 살린 작품이다. 이야기의 구성 자체는 심플하면서도 굉장히 클래식한데, 오히려 그러한 정공법으로 승부한 것이 유효적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와이어 액션을 과장되지 않게 효과적으로 사용하면서 6,70년대 쇼브라더스의 무협극을 보는 듯한 실감나는 액션을 부활시키고 감상에 불필요한 정보들을 남발하지 않는, 기본기에 매우 충실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 Lion Rock Productions/ Stellar Entertainment. All right Reserved.


[검우강호]가 이만한 완성도를 가지게 된 데에는 연출을 맡은 오우삼 감독의 역할이 절대적인 것으로 보인다. (모 평론가가 오우삼의 역할이 그렇게 큰 영화라고는 할 수 없다고 말한 의견에 나는 동감하기 힘들다) 많은 이들이 홍콩 느와르의 제왕으로 그를 기억하고 있고, 실제로 쌍권총과 비둘기, 선글라스의 오우삼 스스로가 연출 스타일을 제한적으로 묘사한 부분도 있지만 실제 그가 1970년대 쇼 브라더스와 골든 하베스트를 거치며 일련의 무협영화들을 연출했다는 사실은 [검우강호]가 왜 이토록 향수를 자극하는 고전적 재미가 있는지에 대해 설명이 가능케 한다. 어쩌면 그의 진짜 실력은 홍콩 느와르에서가 아니라 정통 무협물에서 발휘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영화 [무사]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터특한 정우성의 무술연기는 이번에도 제법 그럴듯하며, 언제 보아도 시원시원한 양자경의 무예는 이번 작품에서 우아함의 극치를 이룬다. 여기에 남성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서희원의 미모는 보너스다.


P.S:

1.보스캐릭터가 달마의 시신을 갈구했던 이유를 아는 순간 여기저기서 실소가 터져나올 가능성이 크다. 근데 사실은 코믹한 장면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거. 왜냐. 당사자는 너무나도 진지하니깐. ㅋㅋ



2.영화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중국판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

3.김용의 '신조협려'나 '의천도룡기' 등 무협지를 즐겨 읽은 독자들이라면 필견의 영화.

4.사실 이게 오우삼의 영화일 수밖에 없는 건 [페이스 오프]와 [미션 임파서블 2]에서 써먹은 유사한 설정이 여기서도 반복된다는 것.

5.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굳이 양자경이 아니라 임희뢰로 계속 갔어도 그리 나쁘진 않았을 듯. 뭐 배우의 네임벨류라는게 무시할 순 없다만 영화초반 임희뢰의 연기도 아주 훌륭했다.

6.오우삼과 공동 연출자로 이름을 올린 대만 출신 감독 수 차오핑의 역할도 간과할 수 없다. 공포, 스릴러, 드라마 등 장르적 편식을 하지 않는 그는 [검우강호]가 단순한 홍콩무협물의 틀에서가 아니라 여러 장르물들을 무협물과 융합시키는데 큰 공헌을 했다고 생각한다.

7.네이버 영화의 시놉시스는 절대 읽지 말 것. 모조리 스포일러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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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이트세이버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정우성도 별로고 서극도 별로라 볼 생각을 안 하고 있었는데 괜찮은 영화인가보군요. (천녀유혼 때 홍콩의 스필버그다 뭐다 하던데 전 '대체 뭘 봐서?' 이랬던 사람이라...)

    2010.10.14 10:05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검우강호]는 정우성이 나오는 '오우삼'의 작품입니다. 서극은 [적인걸]을 연출했고요. 서극의 경우는 창의적인 면에서 돋보였던 감독이죠. 기존 무협물에 판타지적 요소를 도입해 나름 뻥이 난무하는 그만의 작품세계를 펼쳤는데, 이게 의외로 잘 먹혔단 말이죠. 전 [황비홍]만으로도 서극에게 좋은 평가를 줍니다. ㅎㅎ

      2010.10.14 10:06 신고
    • 나이트세이버즈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죄송합니다. 술이 덜 깨서 그런지 감독을 헷갈렸어요;; 암튼 정우성은 싫어요; (=0=)

      2010.10.14 10:23 신고
    • 김종태  댓글주소  수정/삭제

      많이 퇴색되기는 했지만 서극이 남긴 홍콩영화의 향기는 오래도록 남을 건데... 항상 시들어갈려하면 새로운 시도로 홍콩영화의 불씨를 살린 서극 감독. 나에게는 오우삼보다도 더 기억되는 감독인데.....개인취향은 참 다양한듯............

      2010.10.14 18:19
  2. 엘로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이거 예상이상의 평가로군요. 무협 팬으로서 한번 쯤은 봐줘야할 듯. ㅠㅠ 카 그나저나 서극의 몰락은 참으로 아쉽습니다. 황비홍 시리즈 때만하더라도 정말 좋아라 했는데 ㅠㅠ 3편 다 극장가서 봤다는...

    2010.10.14 10:33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황비홍]이 중화주의를 고수하는 서극식 영웅주의의 발로였다면 [검우강호]는 서양식 하이스트 무비를 무협물에 도입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감히 평가하겠습니다. 정말이지 깔끔한 영화에요.

      2010.10.14 13:10 신고
  3. 붉은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각본을 수차오핑이 썼으니 연출의 일부야 오우삼의 역할이 있었겠지만,
    굳이 누구의 영화인지를 따지자면야 수차오핑의 영화일 가능성이 높을 듯 합니다.^^
    오우삼의 지배력이 더 강했다면 아마도 좀 더 후까시를 잡는 영화가 나왔겠죠... ㅎㅎ

    깔끔하더군요. 잔재미도 좋고, 무엇보다 액션의 질이 좋았습니다.
    서극의 <칼> 만큼 액션 하나만으로 감동을 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내러티브는 훨씬 나았죠.
    무협 매니아의 입장에서 근 20년을 통틀어 <와호장룡>과 함께 최고의 장르물이라 생각합니다.
    (<와호장룡>을 장르 무협물이라고 하는 것은 좀 심했나요? ㅎㅎ)

    2010.10.14 11:00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우삼 특유의 과잉이 없다는 건 아무래도 수 차오핑의 영향때문이라고 봐야겠지요.^^ 제가 말하고자 하는건 놀랄만큼 과거지향적인 액션의 쌈빡함이란 말입니다. 이연걸 흉아도 요즘 와이어 없는 액션을 보여주지 않는 판국에, 나이 50줄 된 아줌씨를 20대 처녀보다 더 날렵한 몸동작을 구사하게끔 만든건 비단 양자경 개인의 연기력이라기 보단 액션을 잡아내는 연출력의 승리라고 보여집니다.

      저는 [와호장룡]을 그렇게까지 좋아하진 않습니다. 세련미가 느껴지긴해도 무협물의 본질적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2010.10.14 13:14 신고
  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10.10.14 14:31
  5. 뗏목지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맨 첫 문단 세번째 줄에 '그는'이 아니라 '서극은' 이라고 해야 문맥이 맞을 듯 한데요...?
    아무튼 기대되는 영화네요. 전 정우성 좋아라 합니다. ㅎㅎㅎ

    2010.10.14 15:10
  6. 정체불명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간만에 홍콩영화를 기대하네요 ^^
    적인걸도 기대되지만 이쪽도 많이 기대됩니다 ^^

    2010.10.14 15:12
  7. 아도니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4번 항목에서 피식!

    1번 항목 사진 보고 이유를 대충 감잡은 제가 이상한건가요.; 아아.;ㅠㅠ

    2010.10.14 16:22
  8. supab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괜찮은가보군요. 요즘 극장가에 확 땡기는 영화가 없어서 뭘 볼지 한참 고민 중이었는데.. 일단 후보군에 올려놔야겠네요 ^^

    2010.10.14 16:56
  9. Sio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그 시절 무협을 많이 못 봤어서 그런지 괴하지만 재밌다 정도였는데 그때의 추억을 되살리는 무언가가 많은가 보군요^^;

    근데 리뷰를 보니 많이들 달마라고 하시던데 라마의 유해 아니었나요?;; 첨엔 번역이 홍주희라 달마를 라마로 잘못 번역했나 했는데, 인트로에도 한문으로 달마(達磨)가 아니라 라마의 유해(羅摩遺體)라고 나오는 걸로 보면 라마가 맞는 거 같은데 대부분 달마라고 하시니 좀 헷갈려서...;; 아니면 혹시 강호에선 달마의 다른 이름이 라마인가요? 그렇다면 제가 무협지나 무협영화를 많이 보지 못해 미처 알지 못한 부분인 거 같고요^^;

    2010.10.14 17:08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홍주희씨의 번역은 중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게 아니라 영어로 된 번역자막을 다시 한글로 번역하기 때문에 오역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말씀하신 라마에 대해서도 엄밀하게는 적어주신 그 한문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한자를 사용했던걸로 기억되는데 (약어인지 그건 잘 모르겠네요) 암튼 문맥상으로나 기존 무협물의 전통적인 설정에 비추어 볼때는 라마가 아닌 달마가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닌가 싶네요. 여기에 대해서는 저도 자신이 없습니다.^^

      2010.10.15 10:05 신고
    • BeamKnight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 분은 영어로 된 대사도 안드로메다로 날려 주시는 필살기를 지니셨는 걸요.
       대사에 인터넷 신조어가 넘쳐나는 '마리 앙투아네트', 매그니토의 '비호감'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엑스맨: 최후의 전쟁', 계급은 죄다 씹어 버리고 서로 말 놓는 '스타 트렉'의 하극상 승무원들, 기계들의 수송기에 잡혀가는 사람들이 238명인 걸 보지도 않고 정확하게 맞추는 '터미네이터 샐베이션'의 레이더 담당, '트랜스포머: 폴른의 복수'의 강철 미사일 등등, 감히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번역 센스를 자랑하시는 분입니다.;;;

      2010.10.15 15:53
  10. 그리고르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으로 정우성 좋아하고 영화들 많이 봤지만 이번에 영화는 대중적으로는 큰비중이 없을거 같은 느낌이 드네요 ...

    2010.10.14 19:19
  11. 무예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고 싶긴 한데 ㅜ.ㅜ

    2010.10.14 23:04
  12. 저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봤습니다. 대만족입니다. 영화에서 페이스오프 설정도 있던데 그 명의분에게 저도 페이스오프 하고 싶더군요.

    2010.10.15 20:40
  13. bluenliv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번, 4번 특히 공감… 그의 진지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습니다.

    2010.10.16 03:04
  14. 산다는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보러 갑니다..ㅎㅎ

    2010.10.16 16:18
  15. 쉐아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워낙 홍콩 무협영화를 좋아하고 양자경과 오우삼을 좋아하니 이 영화는 꼭 봐야할 것 같습니다. 사는 곳이 미국인지라 언제 보게될지는 모르지만요. 그나 저나 관련정보로 무려 장국영의 영웅문이 뜨네요. 이 영화는 괴작열전에 소개하셔도 될 것 같은데 말입니다 ^^

    2010.10.19 13:55
  16.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확 땡기는 영화네요.
    보러 가게 되면 역시 이번에도 혼자 가겠지만
    이번에는 함께 즐길 수 있는, 홍콩 영화를 즐기던 시절의 친구들과 함께 가고 싶네요.
    대부분 애아빠가 돼놔서 같이 볼 수 있는 기회는 없겠지만요.
    나중에 DVD로 구입해서 친구 몇 집에 모아서 상영회라도 해야하려나요. 소주 한 잔 하면서... ^^

    2010.10.19 15:03 신고
  17. 천용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양반이 전에 만든 궤사도 꽤 전형성을 벗어난 호러였죠. 언제 탈상하고 올라가면 쉬고나서 봐야 할듯...

    2010.10.1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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