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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97

[블루레이] 인 타임 - SF판 보니 앤 클라이드

글 : 페니웨이 (admin@pennyway.net) 시간이 화폐가 되는 세상. 유전공학의 발달로 사람들은 25세 이후 성장과 노화를 멈추는 대신 이후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시간을 충전해야 한다. 그것이 노동력이 되었든 강도질이 구걸이 되었든 간에 말이다. 시간의 소유는 화폐를 사용하던 시절처럼 단순한 재화로서의 기능을 넘어 무한한 생명의 획득을 뜻하며, 그렇지 못한 자는 그야말로 하루살이의 인생이다. 이보다 더 명쾌하고 무시무시한 적자생존의 세계관이 또 있을 수 있을까. [가타카]로 전 세계의 SF영화팬들에게 열광적인 지지와 찬사를 한 몸에 받았던 앤드류 니콜 감독은 [인 타임]을 통해 테크놀로지의 발달이 가져온 새로운 계급사회의 모순과 붕괴를 다시 한번 논한다. 주인공 윌은 우연한 사건을 통해 어마..

영화/ㅇ 2012.03.19

크로니클 - 페이크 다큐에 담은 안티 히어로

한때 붐을 이루다시피 한 슈퍼히어로 장르는 올해 그 정점을 이룰 듯 합니다. 마블사에서는 몇 년몇 걸쳐 꼼꼼하게 준비한 [어벤져스]를 내놓을 예정이고, DC코믹스에서는 아마도 올 한해 가장 큰 관심을 모을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개봉할 계획이지요. 둘 다 궁극의 히어로물이 될 것이라는데에는 이의가 없을 겁니다. 다만 [어벤져스]가 팬심을 자극하는 오락성 위주의 작품이라면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전작을 뛰어넘을 아트 블록버스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차이랄까요. 그런데 여기 조금 생소한 느낌의 히어로물이 2012년의 포문을 엽니다. 바로 [크로니클]이죠. 쉽게 말해 이 작품은 [블레어 윗치] 이후 유행처럼 번졌던 모큐멘터리, 즉 페이크 다큐형식을 빌린 저예산 영화인데 모큐멘터리 필름의 장르적 베이스가 다분..

영화/ㅋ 2012.03.15

존 카터: 바숨전쟁의 서막 - 너무 늦게 나와버린 SF활극의 원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구요? 전체적인 서사구도는 [아바타]를 닮았고, 특정 장면과 캐릭터는 [스타워즈]를 연상시키며 그 외에도 늘상 보아왔던 SF영화나 판타지물의 여기저기에서 따온 것 같은 장면들… 맞습니다. 2012년 첫번째 블록버스터 [존 카터: 바숨전쟁의 서막]은 이들 영화들과 무척 닮아 있습니다. 사실 [존 카터: 바숨전쟁의 시작]의 원작인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의 ‘화성의 공주’는 무려 1912년 작,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딱 100년전에 탄생했습니다. 그러니 이후에 쏟아진 SF장르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건 자명하지요. 오히려 앞서 언급한 영화들과 닮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합니다. 제임스 카메론은 [아바타]를 만들면서 자신의 작품이 ‘화성의 공주’를 업그레이드한 것임을 분명히 밝힌 바 있으니까..

영화/ㅈ 2012.03.10

괴작열전(怪作列傳) : 방글라 킹콩 - 방글라데시의 장르영화 엿보기

괴작열전(怪作列傳) No.124 지금까지 괴작열전에서 소개된 [킹콩] 관련영화가 총 몇편이었는지 기억하십니까? 한국산 짝퉁인 [킹콩의 대역습], 다국적 괴작 [퀸콩], 그리고 홍콩의 [성성왕]과 [예티]까지 모두 4편의 [킹콩] 아류작들을 다루었습니다. 이들 짝퉁영화들의 특징이라 하면, 모두가 1933년작 [킹콩]의 내러티브를 그대로 가져다 쓴 아류작이라는 점이겠지요. 킹콩과 미녀(혹은 미남)의 만남, 킹콩의 포획과 탈출, 도시에서의 난동, 고층빌딩 등반 등 모두가 동일한 스토리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방글라 킹콩] 역시 선배들의 전례를 충실히 따르는 영화입니다. 제목에서처럼 [방글라 킹콩]은 방글라데시에서 만든 킹콩영화로서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제작된 작품이니만큼 그 완성도에..

아티스트 - 흑백무성영화의 매력은 오늘날에도 유효한가?

‘난 말 못해! 말할 수 없다!’ 영화 [아티스트]의 첫 대사는 참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영화상으로는 전기고문을 당하는 한 남자가 끝까지 사실을 말하지 않겠다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이 영화가 ‘무성영화’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동시에 무성영화 스타가 유성영화를 거부하게 되는 스토리를 암시하는 중의적인 장면이거든요. 이내 영화는 무성영화를 즐기는 객석의 풍경을 담아냅니다. 흑백무성영화시대를 모르는 관객에게는 신기한 경험이지요. 그렇습니다. 81회 아카데미의 최종승자인 [아티스트]는 무성영화시절의 향수를 듬뿍 담은 작품입니다. 대사를 없애고 배우들의 몸짓과 표정만으로 이야기를 완성시킨 이 작품은 그간 사람들이 잊고 지냈던 과거의 무성영화가 지닌 매력을 풍부하게 이끌어내고 있지요. 물론 테크닉적인 면에서는..

영화/ㅇ 2012.03.06

휴고 - 3D로 풀어낸 거장의 고전영화 찬가

이번 81회 아카데미는 사실상 [휴고]와 [아티스트]의 맞대결이었습니다. 작품적인 부문에서 [아티스트]가 주요상을 가져갔다면 [휴고]는 기술적인 부문의 승자였지요. [아티스트]는 흑백무성영화방식을 통해 고전으로의 회귀를 선택한 반면 [휴고]는 [아바타] 이후 3D에 최적화 된 영화라는 평을 받으며 최첨단 영화기술의 현재를 보여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대칭점에 선 두 작품이지만 실은 두 작품 모두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고전영화에 대한 노스텔지어’입니다. 주로 R등급 영화를 내놓은 스콜세지의 취향으로 볼 때 [휴고]는 조금 이질적인 작품일 수도 있습니다. 일단 이 작품이 브라이언 셀즈닉의 그림동화 ‘위고 카브레’에 기초했다는 점을 제껴두더라도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오고 판타지풍의 비주얼..

영화/ㅎ 2012.03.01

철의 여인 - 마가렛 대처로 변신한 메릴 스트립

아시다시피 [철의 여인]은 영국 최초의 여성총리로 내리 3선을 지낸 마가렛 대처 수상의 이야기입니다. [더 퀸], [킹스 스피치] 등 현대사를 살아온 영국 권력자들의 영화는 하나같이 좋은 평가를 받아온게 사실이니만큼 영화소재로서는 손색이 없습니다. 여기에 현존하는 최고의 실력파 여배우 메릴 스트립이 대처 수상을 연기하니 이보다 더 구미가 당길순 없겠지요. 게다가 감독은 [맘마미아!]에서 메릴 스트립과 찰떡궁합을 보여준 필리다 로이드에요. 적어도 이번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 하나쯤은 너끈히 건질 수 있을 만한 느낌이 팍팍 오지 않습니까?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철의 여인]은 대처 수상의 재직당시 그 파란만장했던 정치사를 다루는 영화가 아닙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녀의 정치적 행보를 어느 정도 묘사한 ..

영화/ㅊ 2012.02.24

[단평] 워 호스 - 거장의 클래식한 전쟁우화

마이클 모퍼고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워 호스]는 이미 닉 스태포드의 각색으로 연극무대에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조이라는 이름의 말이 군마가 되어 전쟁터 여기저기를 떠도는 이 이야기는 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인간의 눈이 아닌 동물의 시선을 따라 조명한다는 특색이 있는 작품으로서 말하자면 동물이라는 중립적 개체를 통해 전쟁을 보여준다. 따라서 본 작품에서는 궁극적인 선악의 기준보다는 전쟁 자체에 대한 비판적 요소가 매우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원작과는 달리 영화에서는 조이를 사건의 주체(혹은 화자)로 다루지 않고 조이의 주변인들과 관객을 연결시키는 일종의 매개체로 이용하는데, 영국군과 독일군을 오가며 아군과 적군이 아닌 ‘사람들’을 만나는 각각의 에피소드는 마치 단편소설집을 읽는 것처럼 적당한 비율로 배..

영화/ㅇ 2012.02.22

[블루레이] 클레오파트라 - 영화사상 가장 거대했던 영화

글 : 페니웨이 (admin@pennyway.net)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벤허] 이후 헐리우드는 부피와 중량감에 짓눌리기 시작했다. 마치 로마제국이 끝없는 영토 확장과 향락에 도취해 몰락했듯이 헐리우드라는 거대 제국 역시 치솟는 제작비와 스케일 확대의 치열한 경쟁 속에 스스로가 붕괴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니콜라스 레이 감독은 [왕중왕]을 만들었고, 로버트 알드리치는 [소돔과 고모라]를, 머빈 트로이는 [쿼바디스]를 찍었지만 어느 것 하나 [벤허]의 영광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그리고 이 불안한 위기감의 정점에 섰던 작품이 바로 조셉 L. 맨케비츠의 [클레오파트라]였다. 이 작품은 그 어떤 작품보다도 영화 외적인 부면 외에 무수한 뒷이야기를 남긴 것으로 더 유명하다. 이제 그 일부를 잠시 이야기하고자..

영화/ㅋ 2012.02.20

디센던트 - 코미디로 승화시킨 중년의 위기

드디어 아카데미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올해 아카데미는 [디센던트]와 [아티스트], [휴고]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고 있지요. 사실 형식의 파괴(라기 보단 과거로의 회귀)측면에서 점수를 얻는 [아티스트]에 비하자면 [디센던트]는 전형적인 아카데미 취향의 내러티브를 지닌 작품입니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보통 사람들], [아메리칸 뷰티] 등 아카데미측은 미국 가정의 모습과 가치관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에 언제나 높은 점수를 주곤 했습니다. 이 작품은 미국 본토가 아닌 하와이를 무대로 삼고 있습니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땅과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남부럽지 않은 중산층의 삶을 살고 있는 맷(조지 클루니 분)이라는 남자가 영화의 주인공이지요. 하지만 이 남자는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내는 두 딸과 보트..

영화/ㄷ 201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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