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붐을 이루다시피 한 슈퍼히어로 장르는 올해 그 정점을 이룰 듯 합니다. 마블사에서는 몇 년몇 걸쳐 꼼꼼하게 준비한 [어벤져스]를 내놓을 예정이고, DC코믹스에서는 아마도 올 한해 가장 큰 관심을 모을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개봉할 계획이지요. 둘 다 궁극의 히어로물이 될 것이라는데에는 이의가 없을 겁니다. 다만 [어벤져스]가 팬심을 자극하는 오락성 위주의 작품이라면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전작을 뛰어넘을 아트 블록버스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차이랄까요.
그런데 여기 조금 생소한 느낌의 히어로물이 2012년의 포문을 엽니다. 바로 [크로니클]이죠. 쉽게 말해 이 작품은 [블레어 윗치] 이후 유행처럼 번졌던 모큐멘터리, 즉 페이크 다큐형식을 빌린 저예산 영화인데 모큐멘터리 필름의 장르적 베이스가 다분히 공포, 괴수물에 제한적으로 응용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크로니클]의 도전은 꽤 의미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모름지기 모큐멘터리에는 누군가가 상황을 촬영하는 주체가 존재해야 하는데 공포물과는 달리 히어로물은 이를 적용하기가 조금 까다로울 테니까 말이죠.
[크로니클]은 일반적인 히어로물의 공식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갑니다. 주인공 앤드류는 결손가정출신에 학교에서는 왕따고 사회성이라곤 없는 찌질한 학생이에요. 게다가 취미까지 요상해서 늘 무엇인가를 카메라로 촬영하는 편집증적인 인물입니다. 그나마 사촌인 맷이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편인데, 그런 맷마저도 앤드류를 썩 내켜하지는 않습니다. 이 두 사람의 묘한 애증관계는 영화가 끝날때까지 꽤 중요한 복선으로 작용하지요,
그러던 어느날 맷의 초대로 간 파티에서 앤드류와 맷, 그리고 학교에서 인기많은 학생회장 스티브는 괴상한 동굴을 발견합니다. 여기에서 그들은 뭔가 빛나는 클립토나이트 같은 물체를 보게 되는데 그 물체의 영향으로 세 사람은 초능력을 갖게 됩니다. 아주 친절하게도 그 동굴은 이들이 초능력을 습득한 직후에 폐쇄되고 그렇게 온전히 초능력 삼인방의 이야기로 흐름이 넘어가게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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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니클]은 아주 평범한 소시민이 초능력을 얻게 되었을 때 벌어지는 소소한 리얼리티에 초점을 맞춥니다. 초능력을 얻게 된 세 사람은 각자 다른 개성과 환경을 지닌 아이들이기 때문에 이런 강력한 힘이 각자의 개성과 만났을 때 어떻게 표출될 것인지는 미지수인 셈입니다. 처음에는 여러가지 장난으로 시작했다가 점점 강해지는 자신의 능력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이 반드시 나오게 마련이거든요.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 앤드류가 그런 역할을 합니다. 소심하고 나약했던 그가 급기야 폭주로 치닫게 되는 과정은 모큐멘터리의 가장 큰 특징인 리얼리티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플롯 자체가 진부하다 하더라도 몰입도는 상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예산이지만 후반부에 집중된 액션씬은 제법 잘 만들어져있고 흥미진진합니다.
결론적으로 모큐멘터리와 히어로물이 만난 [크로니클]은 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소시민이 악당이 되고, 영웅이 되는 이 이야기는 블록버스터로 포장된 식상한 히어로물보다도 훨씬 더 재미있습니다. 근래에 나온 모큐멘터리 중에서 핸드헬드 카메라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한 영리함까지 갖추었고요. 이만하면 성공작 아닙니까.
P.S:
1.앤드류 역의 데인 드한은 젊은날의 디카프리오를 연상시키더군요.
2.의료민영화의 무시무시함이 영화의 주제가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결국 주인공을 미치게 한 주요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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