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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901

원샷 토크: [뮤직 박스], 양심의 기능을 상실한 시대

느닷없이 전범으로 몰려 법정에 서게 된 아버지를 위해 딸은 스스로 변호인이 된다. 재판에서 쏟아져 나온 숱한 의혹과 진술들, 증언에서 발견되는 참혹한 사건들은 차마 인간으로서는 저지를 수 없었던 괴물의 소행이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괴물이 아니라고 믿었던, 아니 믿어야만 했던 딸은 각고의 노력끝에 재판에서 아버지를 구해내고야 만다. 그러나 뮤직 박스 속에서 피할 수 없는 진실을 알게 된 그녀는 엄청난 고뇌에 휩싸인다. 양심은 자신을 고발하기도 하고, 변명하기도 한다. 누구나 가족과 지인의 허물을 덮고 감싸주고 싶어하는 마음은 있다. 우리가 어디 남이냐는 식의 어이없는 관용과 용서를 가장한 면죄부가 결국 더 큰 괴물들을 생산하고 키워왔던 것은 아닌가. [뮤직 박스]의 마지막 장면이 통쾌하기 보다는 무언가 찝..

원샷 토크 2011.11.28

괴작열전(怪作列傳) : 다르나 더 리턴 - 필리핀산 원더우먼의 정체는?

괴작열전(怪作列傳) No.120 1970년대의 TV 시리즈물 중에서 [원더우먼]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이 계실겁니다. DC 코믹스의 동명 캐릭터를 실사판으로 옮긴 이 작품은 히어로물로서는 드물게 여성이 주인공인데다, 원작과 200%의 싱크로율을 가뿐히 넘는 미스 월드 출신 린다 카터의 캐스팅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낳았던 작품입니다. 슈퍼맨과 함께 너무나도 미국적인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었지만 원더우먼의 인기는 국내에서도 식을 줄 몰랐지요. 뭐 그 이면에는 당시로선 파격에 가까운 원더우먼의 아슬아슬한 코스튬이 있었지 말입….. 쿨럭. 하지만 이러한 슈퍼히로인 캐릭터가 미국에만 있던건 아닙니다. 미국에 ‘원더우먼’이 있다면 필리핀에는 동남아를 대표하는 ‘다르나 Darna’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원더우먼..

타워 하이스트 - 핵심이 빠진 월가에 대한 풍자

월가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감이 심하긴 한가 봅니다. 대놓고 이런 영화를 만드니 말입니다. [타워 하이스트]는 월가의 부도덕한 거물의 집에 침입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입니다. 상류층 사람들만 거주하는 고급 아파트 ‘더 타워’의 직원들은 아파트의 주민대표이자 저명한 큰 손인 쇼(앨런 알다 분)를 믿고 연금을 비롯한 전 재산을 투자합니다. 뭐 직원들 동의없이 이런 짓을 한 사람은 지배인인 조시(벤 스틸러 분)이지만요. 그런데 알고보니 쇼란 양반, 투자금을 홀랑 다 날리고는 사기 및 횡령 등의 혐의로 연방정부에 의해 기소된 상태입니다. 자신들의 모든 재산을 잃을 지경에 놓은 이들은 쇼가 숨겨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비자금을 털기 위해 쇼의 펜트하우스에 침입할 계획을 세우게 되지요. 자고로 하이스트 무비의 성공여부는 ..

영화/ㅌ 2011.11.21

무협 - 추리물로 진화하는 무협영화

때는 1900년대 초, 외부의 간섭없이 조용히 흘러가는 어느 시골마을. 이 마을에 막 탈옥한 지명수배자 두 명이 나타납니다. 이들은 한 상점에 들어가 강도행각을 벌이며 폭력을 행사하는데, 마침 제지소에서 일하는 진시(견자단 분)가 이 광경을 목격하고 강도들에게 찰거머리처럼 들러붙어 저항하다가 엉겁결에 두 사람을 죽이고 맙니다. 정부에서는 수사관을 파견해 이 사건을 조사하지만 단순히 정당방위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습니다. 흉악범인 이들을 ‘우연히’ 죽인 진시의 정체, 과연 그는 누구일까요? 아마 영화 [무협]이 한국에서 만들어졌다면 틀림없이 이런 비판을 받았을 겁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폭력의 역사]를 표절했다는 비판 말이죠. 네, [무협]은 어느모로보나 [폭력의 역사]의 무협영화 버전입니..

영화/ㅁ 2011.11.18

네 번 - 만물의 순환과 일생을 암시하는 예술영화

영화 [네 번]은 상업영화 위주로 판이 짜여진 한국 극장가에서 정말 보기 드문 예술영화다. 사실 이 영화가 극장에 걸리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유명 배우가 나오길 하나, 감독이 낯익기라도 하나. 제목부터 독특한 [네 번]이 관객몰이를 목표로 개봉을 감행한 건 분명 아닐 터, 일단은 수입사의 과감한 개봉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짝짝짝. [네 번]은 말하자면 세미 다큐멘터리식 연출을 보여준다. 대사는 한마디도 없으며 하다못해 BGM도 없는 건조한 연출이 예술영화적인 느낌을 짙게 드리운다. 눈치빠른 관객은 알겠지만 ‘네 번’은 인간을 포함한 네 가지 사물의 순환과 일생을 암시하는 제목이다. 교회의 먼지가루가 자신의 기침에 특효약이 될거라 믿는 노인 목동, 처음 들판으로 나가 길을 잃는 염소새끼, ..

영화/ㄴ 2011.10.28

7광구 - 허울뿐인 한국식 블록버스터의 허상

영화 [7광구]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는 대충 알 것 같습니다. '우리도 이런 영화 만들 수 있다', '크리처물이 헐리우드의 전유물이더냐'. 뭐 이런 치기어린 외침이 들려오는 듯 하니까요. 실제로 처음에 영화를 딱 돌려보는 순간 ‘이건 헐리우드 영화로구먼’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를 보다보면 [에이리언], [괴물 The Thing], [레릭], [레비아탄] 등 어디선가 많이 봤던 일련의 크리처물들이 팍팍 떠오릅니다. 그만큼 도식적이고 기성품의 냄새가 진동하는 영화란 얘기지요. (이게 꼭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영화답게 캐스팅도 막강합니다. 여전사 이미지가 확실한데다, [시크릿 가든]으로 인기 상승세를 탄 하지원을 비롯해 [추노]의 오지호, 국민배우 안성기, 여기에 감초 조연..

영화/#~Z 2011.10.26

[블루레이]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 초심으로 돌아간 모범적인 리부트

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영화 [엑스맨] 시리즈의 원작이 된 코믹스의 줄기를 타고 올라가다보면 '판타스틱 4'와 만나게 된다. 1960년대 초, 마블코믹스의 발행인인 마틴 굿맨과 창작상의 이견으로 인해 작품활동의 중단까지 고려했던 스탠 리는 때마침 경쟁사인 DC코믹스의 '저스티스 리그'가 엄청난 인기를 끌자 '팀 플레이'를 하는 슈퍼히어로물 '판타스틱 4'를 발표한다. 매너리즘에 빠져 의욕을 상실했던 스탠 리에게 있어 '판타스틱 4'는 신선한 자극제였는데, 비단 팀으로 활동하는 히어로의 설정 외에도 주인공들이 얻게 된 초인적 능력이 단순한 축복이 아닌 저주의 의미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면모를 선보인 작품이 되었다. 결국 사..

영화/ㅇ 2011.10.24

트롤 사냥꾼 - 모큐멘터리의 또다른 가능성

[블레어 윗치]의 대성공 이후 카메라 한대와 무명배우만으로 승부를 거는 이른바 '모큐멘터리' 형식의 영화가 붐을 이룬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점에 섰던게 바로 [클로버필드]였죠. 돈이 적게 드는 장르인 만큼 단점도 많은데, 가장 큰 관건은 저렴해 보이는 화면과 고만고만한 소재들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파라노멀 액티비티]같이 표현양식을 바꾼 경우도 있겠지만 핸드헬드로 정신없이 흔들어 대는 화면에서 무언가 현실적인 느낌이 전달되지 않는다면 끝장이니까요. 노르웨이산 괴수물(?) [트롤 헌터]는 그런 면에서 꽤 영민한 선택을 한 작품입니다. 전설 혹은 판타지 소설 속에서나 나올법한 트롤을 소재로 현실 속에 실재하는 괴생명체와 이를 정리하는 사냥꾼, 그리고 사건을 은폐하는 정부의 음모론 같은..

영화/ㅌ 2011.10.17

리얼 스틸 - 나는 복서다

[나는 전설이다]의 원작자로 알려진 리처드 매드슨의 단편소설 '스틸'을 각색한 [리얼 스틸]은 로봇을 매게로 소원했던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를 화해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마 [리얼 스틸]의 홍보자료를 본 관객이라면 [트랜스포머]의 짝퉁 내지는 '스트리트 파이터'류의 대전게임 같은 소재에 로봇만 입혀놓은 것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사실 [트랜스포머]가 등장한 이래 이런 유사 로봇 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많이 사라졌다는 걸 부인할 순 없을 겁니다. 역시나 관객은 볼거리보다 스토리로 승부하는 영화에 이끌리게 되어 있고 올 여름 [트랜스포머 3]의 실망스러운 모습은 그러한 생각을 더욱 부채질하게 만들었지요. 하지만 [리얼 스틸]은 그러한 선입견에서 살짝 빗겨가는 작품입니다. 겉보기에는 액션 블록버스터인데, ..

영화/ㄹ 2011.10.14

고전열전(古典列傳) : 공룡지대 - 웨스턴 버전의 쥬라기 공원

고전열전(古典列傳) No.22 여러분은 몇편의 공룡영화를 보셨습니까? 어윈 알렌 감독의 [잃어버린 세계]로 시작해 라켈 웰치의 환상적인 몸매가 돋보였던 [공룡 100만년], 그리고 세기의 걸작인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에 이르기까지 공룡영화의 변천사를 보면 그 시대의 특수효과와도 긴밀하게 맞물려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1969년작 [공룡지대]는 수많은 공룡영화의 계보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라고 할만한 위치에 오랜 시간 자리해 있었습니다. 사실 [잃어버린 세계]가 어윈 알렌의 이름보다는 특수효과를 맡은 윌리스 오브라이언의 작품으로 더 잘 알려져 있듯이 [공룡지대] 역시 감독인 짐 오코놀리보다는 레이 해리하우젠의 이름으로 더 유명한 작품입니다. 지난번 [아르고 황금 대탐험]에서 살펴보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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