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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말 못해! 말할 수 없다!’ 영화 [아티스트]의 첫 대사는 참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영화상으로는 전기고문을 당하는 한 남자가 끝까지 사실을 말하지 않겠다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이 영화가 ‘무성영화’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동시에 무성영화 스타가 유성영화를 거부하게 되는 스토리를 암시하는 중의적인 장면이거든요. 이내 영화는 무성영화를 즐기는 객석의 풍경을 담아냅니다. 흑백무성영화시대를 모르는 관객에게는 신기한 경험이지요.

그렇습니다. 81회 아카데미의 최종승자인 [아티스트]는 무성영화시절의 향수를 듬뿍 담은 작품입니다. 대사를 없애고 배우들의 몸짓과 표정만으로 이야기를 완성시킨 이 작품은 그간 사람들이 잊고 지냈던 과거의 무성영화가 지닌 매력을 풍부하게 이끌어내고 있지요. 물론 테크닉적인 면에서는 현대영화의 감성이 어느 정도 들어가 있긴 합니다만.

문제는 이 작품이 과연 쟁쟁한 경쟁작들을 물리치고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쥘만큼의 역작이냐 하는 점인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은 조심스런 입장을 취하려고 합니다. 우선 [아티스트]의 내러티브는 굉장히 단순합니다. 아니, 단순한 정도를 넘어서서 전개과정 모두가 예측가능할 정도로 진부합니다. 단순히 고전영화에 경의를 취하는 작품의 성격이나 또는 클래식한 표현기법의 복원에 점수를 준 것만으로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주기엔 무리수를 둔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지요.

ⓒ La Petite Reine, La Classe Américaine, JD Prod. All rights reserved.


물론 무성영화가 표현할 수 있는 한계가 너무나도 명확하기 때문에 [아티스트]는 안전하게 가는 쪽을 선택한 것은 이해가 갑니다. 어차피 고전영화에 대한 오마주라면 내용도 지겹도록 봐왔던 익숙함에 묻어가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테니까요. 추측일뿐입니다만 아마 감독도 배우들도 [아티스트]가 올 해의 최고작이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만큼의 야심이 느껴지는 영화는 아니거든요.

하지만 제한된 여건 속에서도 캐릭터의 입체감을 뛰어나게 표현한 배우들의 열연은 정말 극찬을 해주고 싶습니다. 이번 아카데미에서 게리 올드만이 수상에 실패한건 무척 아쉬운 일이지만 장 뒤자르댕이 오스카를 가져갈만한 인물이었다는 데에는 이의가 없습니다. 영화 속 뒤자르댕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1930년대 클락 게이블이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입니다.

무엇보다 [아티스트]는 대사없이 자막과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스토리가 성립되고 캐릭터가 구축되는 과정을 실제로 보여줌으로 이미 사라져버린 영화기법이라 하더라도 그 가치마저 소멸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아마도 그 점이 영화인들에게 있어서는 이 영화가 그토록 기특해 보이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경쟁작인 [휴고]도 그러한 고전극의 노스텔지어를 표방하긴 했지만 [아티스트]만큼 직접적인 감흥을 주진 못했으니까요.

P.S:
1.조연들의 연기도 좋습니다. 제임스 크롬웰이나 존 굿맨, 그리고 말콤 맥도웰 같은 배테랑들은 역시 연륜이라는 것 덕분인지 무성영화 속에서도 충분히 빛이 납니다.

2.아카데미도 이제 동물들에게 주는 상을 하나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티스트]에서 강아지가 없었더라면 영화가 이토록 생기발랄할 수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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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시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맞다!! 고문 장면으로 시작했구나. 이런 거 안 놓치시네요.

    유머 섞어서 비인간 캐릭터 상을 하나 만들면 재밌을 것 같아요.

    2012.03.06 09:31
  2. 그린게이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상황이 힘들어지거나 성과가 떨어지면 미국사회에서는 워낙 'Back to the BASIC!'을 줄기차게 외치는 성향이 있다고 하던데... 나름 그런 개념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이 드네요. 1930년대의 클락 게이블의 느낌을 줬다면 남우주연상 만큼은 확실히 받을만 하다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론 '아카데미는 미남을 싫어해'라는 공식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게리, 죠지, 브래드도 이번에 다들 연기가 뛰어났는데 말이죠... 오늘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03.06 10:39
    • 붉은비  댓글주소  수정/삭제

      조지 클루니는 정말 아쉽네요.
      같은 감독 영화로 남주 받았던 니콜슨 형님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 연기를 펼쳤건만...

      그나저나 올드만 형님은 미남배우라고 하기는 좀...^^;

      2012.03.06 10:52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뭐 클루니를 비롯해 다른 배우들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지만 올드만옹은 글쎄요.. 워낙 아카데미랑 인연이 없는 분이라 과연 또 기회가 있을지.. 아쉽습니다.

      2012.03.06 10:54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니콜슨옹은 [어바웃 슈미트]로 골든글로브를 받았지 아카데미를 받은건 아니었습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리처드 브룩스의 작품이었죠.

      2012.03.06 10:56 신고
  3. 붉은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티스트]가 그리 야심이 없는 작품이라는 데에는 동의하는데
    사실 경쟁작 중 다른 어떤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했어도 똑같은 이야기가 나왔을 것 같습니다.^^
    (뭐 그 영화들을 다 봤던 것은 아니니까 섣부른 생각이긴 합니다만...)
    엄청난 대작이나 문제작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이상 어쩔 수 없는 현상일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킹스 스피치]나 [허트 로커]가 받은 것보다는 좀 더 '보는 재미'는 있었습니다. ㅎㅎ

    동물배우들에게도 수상을 하는 것은 썩 매력적인 아이디어이기는 한데,
    연기의 우열을 가르기가 어려워서 결국 출연작이 무어냐에 수상 결과가 갈릴 것 같군요.
    뭐 최소한 공로상이라도 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2012.03.06 10:50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작년의 [킹스 스피치]같은 경우 굉장히 보수적인 판단이었다고 봅니다. 역시 아카데미하면 이런 류의 영화에 관대하죠. 올해는... 말씀처럼 이렇다할 튀는 영화가 그닥 없었던 관계로.. 개인적으로는 [디센던트]의 선전을 기대했지만 빗나갔네요.

      2012.03.06 10:56 신고
  4. 에바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으로 아티스트가 하나의 전설로 남을 수 있는 작품이란 점에 동의하지만,
    아카데미가 이토록 호의적일 줄은 몰랐습니다.

    2012.03.06 16:46 신고
  5. 정체불명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으로 게리올드만의 낙방이 워낙 아쉬웠습니다.
    또한 아티스트가 작품성을 떠나서 워낙 돋보이는 영화임에는 분명했지만서도...
    올해 아카데미는 참 심심했던 한해였던것 같네요;;;

    2012.03.06 17:33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작년에는 그래도 쟁쟁한 작품들이 많았죠. [더 브레이브], [인셉션], [127 시간], [킹스 스피치] 등등.. 올해는 [아티스트], [디센던트], [휴고] 빼곤 기억이... ㅡㅡ;;

      2012.03.06 21:55 신고
  6. 적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비스트 감상이였던것 같은데

    주인공이 의욕차게 독립해서 만든 무성영화가 텅빈 관람객만을 맞이한 사실에 씁쓸해하는 장면과
    실제로 영화를 보는 자신이 극장을 둘러보니 영화속처럼 텅비어있는 모습이 겹치는것을 보고
    국내 영화 관람객들 수용폭의 좁음이 안타까웠다고 하더군요.


    저도 이 영화 빨리 막을 내릴것 같아 서둘러 보긴 했습니다.
    무성영화의 그 기법을 살리면서, 현대의 테크닉을 적절히 섞어서 연출해낸데에는 좋은 점수를 주겠지만
    정말 스토리는 너무 심할 정도로 뻔하디 뻔해서 아카데미는 도저히 아닌듯 싶긴 하더군요.

    2012.03.06 20:11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나마 올해는 아카데미 전에 작품상 후보작을 더러 감상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작년에는 아카데미 끝나고나서야 부랴부랴 개봉했었지요.

      2012.03.06 21:57 신고
    • 볼쇼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엄. 그걸 수용폭의 좁음이라고 매도하심은 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와 서양의 '옛것'에 대한 추억은 종류가 다르다고 봅니다. 우리에게 옛날은 일제시다, 못살던 시대, 전쟁 등의 추억이 어우러져 사람에 따라선 그리 그리워하지 않기도 합니다. 게다가 프린트 하나 제대로 보관되지 않는, 어찌보면 사느라 급해서 문화자원을 보존할 정신조차 없던 시기를 지낸 사람들의 후손들에게 무성영화를 곱게 봐달라고만 말할 수는 없지 않나 싶습니다.

      눈 돌아가는 영상과 말랑하거나 자극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수용폭이 좁고, 영화보는 안목이 낮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그냥 지금 우리나라에서 그런 영화가 인기가 있는 거지요.

      2012.03.08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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