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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모퍼고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워 호스]는 이미 닉 스태포드의 각색으로 연극무대에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조이라는 이름의 말이 군마가 되어 전쟁터 여기저기를 떠도는 이 이야기는 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인간의 눈이 아닌 동물의 시선을 따라 조명한다는 특색이 있는 작품으로서 말하자면 동물이라는 중립적 개체를 통해 전쟁을 보여준다. 따라서 본 작품에서는 궁극적인 선악의 기준보다는 전쟁 자체에 대한 비판적 요소가 매우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원작과는 달리 영화에서는 조이를 사건의 주체(혹은 화자)로 다루지 않고 조이의 주변인들과 관객을 연결시키는 일종의 매개체로 이용하는데, 영국군과 독일군을 오가며 아군과 적군이 아닌 ‘사람들’을 만나는 각각의 에피소드는 마치 단편소설집을 읽는 것처럼 적당한 비율로 배분되어 있어 2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도 지루하지 않다.(…만 극초반 ‘소년과 말의 우정’ 내러티브는 손발이 오그라들만큼 식상하고 전형적이어서 하마터면 좌석을 박차고 나올뻔 했다는 사실은 인정하자)
관객들은 이 영화의 감독이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스필버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의외로 전쟁영화가 꽤 많음을 알게 되는데, 첫 실패작이 된 [1941]부터 [태양의 제국],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 같은 영화들은 어떤 식으로든 전쟁에 휘말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이다.
[워 호스]는 그간 스필버그가 보여준 전쟁영화에 스필버그식 가족 판타지를 결합한 형태의 작품으로, 연출의 방법에 있어서는 극히 고전적인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어 전쟁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는 사뭇 다른 모양새를 취한다. 좀 더 리얼하고, 좀 더 파괴적이고, 좀 더 거대한 전쟁씬을 요구하는 최근 트렌드에 걸맞지 않게 [워 호스]는 고전적 드라마의 감동에 충실하다.
이미 [틴틴: 유니콘호의 모험]을 통해 복고풍 어드벤처로의 회귀를 선언했던 스필버그는 이번엔 뻔하디 뻔한 내러티브의 한계내에서도 클래식한 전쟁우화를 완성시켰다. 이것이야말로 거의 40년 가까이 영화판에 몸담아 온 거장의 뚝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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