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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인 타임 - SF판 보니 앤 클라이드

페니웨이™ 2012. 3. 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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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페니웨이 (admin@pennyway.net)




 

시간이 화폐가 되는 세상. 유전공학의 발달로 사람들은 25세 이후 성장과 노화를 멈추는 대신 이후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시간을 충전해야 한다. 그것이 노동력이 되었든 강도질이 구걸이 되었든 간에 말이다. 시간의 소유는 화폐를 사용하던 시절처럼 단순한 재화로서의 기능을 넘어 무한한 생명의 획득을 뜻하며, 그렇지 못한 자는 그야말로 하루살이의 인생이다. 이보다 더 명쾌하고 무시무시한 적자생존의 세계관이 또 있을 수 있을까.

[가타카]로 전 세계의 SF영화팬들에게 열광적인 지지와 찬사를 한 몸에 받았던 앤드류 니콜 감독은 [인 타임]을 통해 테크놀로지의 발달이 가져온 새로운 계급사회의 모순과 붕괴를 다시 한번 논한다. 주인공 윌은 우연한 사건을 통해 어마어마한 시간을 손에 넣지만 자신의 어머니는 단 1분의 차이로 죽음을 맞이한다. 아무리 많은 시간을 가졌어도 주인공은 어머니를 구하지 못한다.

ⓒ Regency Enterprises, New Regency Pictures, Strike Entertainment


이처럼 [인 타임]의 도입부는 시간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새로운 세계가 과연 유토피아일지 아니면 디스토피아일지를 관객 스스로 고민하도록 비교적 충분한 시간을 할애한다. 그리고 그 세계관 속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를 통해 이 영화가 무척이나 많은 담론들을 풀어놓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한다. 가령 시스템을 통제하는 타임키퍼의 존재는 영화를 훌륭한 SF스릴러로 변모시킬 수 있고, 어머니를 잃은 주인공의 심리를 통해서 자본주의를 극단적으로 상징하는 이 세계의 우울함을 보다 극명하게 표출하는 드라마로도 얼마든지 발전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안타까움과 아이러니가 공존하는 영화의 흥미진진한 상황은 딱 여기까지다. [인 타임]의 놀랄만큼 매력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설정이 이야기를 압도하는 기현상을 맞이한다. 사회에 대한 복수의 일념에 불타는 주인공 윌이 부잣집 딸내미와 도피행각을 벌이며 강도질을 일삼는 이후의 전개과정은 영락없는 [보니 앤 클라이드]의 변용이지만 영화에는 이 고전적인 범죄극을 따라잡을 만한 서스펜스도 스릴도 없다. 오락적인 요소를 드라마에 양보했다면 그걸로도 족하련만 아쉽게도 기존 작품들을 통해 비판적인 쓴소리를 내뱉던 앤드류 니콜의 날카로운 성찰마저 느껴지지 않는다.

ⓒ Regency Enterprises, New Regency Pictures, Strike Entertainment


느슨하게 짜여진 각본과 뚜렷한 방향성이 제시되지 않은 [인 타임]은 감독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전하려는 바가 관객의 마음에까지 이르지 못한 범작에 머물렀다. 덕분에 영화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루즈하며, 벌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 채 끝을 맺는다. 비록 망작의 수준까지는 아니라 할지라도 그토록 흥미로운 설정들은 별볼일 없는 이야기의 들러리로 희생당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케이스는 엘리트 제품을 사용했고, 표지인쇄는 양면으로 되어 있으며. 초회 한정판에 한해서 입체감을 제공하는 렌티큘러 프론트 표지가 제공된다.


 

ⓒ Regency Enterprises, New Regency Pictures, Strike Entertainment


영화의 만족도와는 별개로 [인 타임] 블루레이의 퀄리티는 제법 준수하다. 먼저 MPEG-4 AVC 코덱으로 인코딩된 1080p 해상도의 화질은 작품에 대해 앞서 언급한 다소 비판적인 논조가 민망해질 정도로 훌륭하다. 본 작품은 코헨 형제의 영화를 통해 무려 세 번이나  영국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한 거물급 촬영감독 로저 디킨스의 솜씨가 고스란히 담겨있는데, 가령 빛과 어둠을 잘 대비시키는 그의 심플한 영상감각이 잘 드러난 몇몇 장면들에서는 빼어난 암부 계조를 자랑하며 컬러의 톤이라든가 디테일의 표현력, 선명도 등에서도 현재 상태 이상의 화질향상이 무의미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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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gency Enterprises, New Regency Pictures, Strike Entertainment


한편 무손실 DTS-HD 5.1의 오디오 사운드는 밋밋한 액션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특히 효과음의 세밀한 부분까지도 잡아주는 리어 채널의 사운드는 놀라운 편인데, 가령 윌의 일터에서 들리는 주변의 작업음이나 술집에서 들려오는 여러 소음들, 탄피가 튕겨져 나오는 효과음 같은 디테일한 음량효과가 일품이다. 대사전달에도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며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잘 맞춰진 사운드 믹싱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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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gency Enterprises, New Regency Pictures, Strike Entertainment


영화가 망한 탓인지 스페셜피쳐는 부실한 편이다. 본 블루레이에서는 딱 3종의 부가영상만을 수록하고 있는데, 우선 16분 가량의 ‘The Minutes’는 영화에서 설명되지 않았던 [인 타임]의 설정 및 배경에 대해 알려주는 영상물이다.

ⓒ Regency Enterprises, New Regency Pictures, Strike Entertainment


이에 더해 10개의 짧은 쇼트로 구성된 삭제씬과 추가씬이 들어있는데, 주로 별 의미없는 자잘한 장면들이지만 윌의 아버지와 관련된 몇몇 추가씬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 Regency Enterprises, New Regency Pictures, Strike Entertainment


올더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 Brave New World’를 통해 생명공학에 의해 통제되는 미래사회를 그려낸 바 있다. 앤드류 니콜 감독은 영상을 통해 그러한 세계를 보여주는 영화계의 올더스 헉슬리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흥미로운 아이디어와 재능있고 매력적인 배우들의 출연, 그리고 무엇보다 감독의 장기를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인 타임]은 그러한 잠재적 장점들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나마 이 영화가 주는 위안이라면 [알파 독]에서 모였던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아만다 사이프리드., 올리비아 와일드 그리고 빈센트 카세이저를 다시 한 영화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정도일까나. SF스릴러라고 보기에는 너무 느슨하고, 직품성을 논하기엔 가벼운 어정쩡한 작품이 되어버린 것이 못내 아쉬운 SF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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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인 타임 - 4점
앤드류 니콜 감독, 아만다 사이프리드 외 출연/20세기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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