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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079

업사이드 다운 - 진부한 이야기 속에 묻힌 기발한 상상력

신분의 차이로 인해 금지된 사랑을 하게 된 두 남녀, 때론 주변의 반대로 비극을 맞이하는가 하면 때론 역경을 딛고 사랑의 결실을 맺는 이야기는 그리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다룬 영화 중 근래에 보았던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라면 아마도 앤드류 니콜슨 감독의 [가타카]겠지요. 태어날 때부터 신분이 정해진 미래에서 불굴의 의지로 유전자의 한계를 뛰어넘는 이 이야기는 계급사회에 대한 강한 비판의식을 드러내는 수작이었습니다. 단편 [머리없는 남자]로 주목받은 신예 후안 솔라나스 감독의 [업사이드 다운] 역시 기존의 ‘로미오와 줄리엣’식 스토리에 SF적인 요소를 도입해 계급사회의 룰을 거슬러 사랑을 쟁취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배경은 어딘지 확실치 않은 미지의 세상입니다. ..

영화/ㅇ 2012.11.08

아르고 - 긴장감 살아있는 실화 구출작전

1980년대까지 냉전이 한창이던 시기에는 구출작전을 다룬 영화들이 많았습니다.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서 벌어진 인질극을 다룬 영화 [엔테베 특공작전]이나 척 노리스, 리 마빈의 액션물 [델타포스]같은 헐리우드 영화들은 물론 한국에서도 6.25 당시 인천상륙작전에 앞서 특수임무를 띄고 수색에 나섰다가 포로가 된 미국들을 구출하는 [블루하트]라는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었죠. 모름지기 이러한 구출작전을 그린 영화들은 촌각을 다투는 시간제한 속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인질을 구출하는 과정의 서스펜스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살리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실베스터 스텔론의 [람보 2]처럼 일당백의 무력에 초점을 맞춘 영화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요. 벤 애플렉이 감독과 주연을 맡은 [아르고]는 간만에 등장..

영화/ㅇ 2012.11.02

007 스카이폴 - 클래식 본드무비로의 회귀

전 아직도 처음 다니엘 크레이그가 본드 역에 발탁되었을때의 분위기를 기억합니다. 인터넷은 네티즌들의 성토가 이어졌고, 안티-크레이그 사이트까지 생성해가며 배우 교체의 목소리를 높혔죠. 크레이그 본인도 불만이 많았습니다. 비단 007 팬들이 자신을 반기지 않는다는 사실보다는 기존 본드 영화의 클리셰를 모두 제거한 채 자신에게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라고 하니 환장할 노릇이었던 거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는 대성공이었습니다. 크레이그는 그 어떤 007보다도 젊고 터프하며, 근육질의 야수 같은 남성상을 보여주었죠. 게다가 멍청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로 전락해가던 본드 시리즈가 탄탄한 짜임새와 매력적인 캐릭터로 이루어진 장르물로 다시 한번 회귀할 수 있던 기회도 제공했습니다. 물론 크레이그..

영화/#~Z 2012.10.30

아이언 스카이 - 미국 조롱하는 정치 풍자 블랙코미디

굵직한 영화들이 거의 다 빠져나간 비수기에는 언제나 그럴듯한 블록버스터로 치장한 B급 영화들이 슬며시 등장해 호랑이 빠진 숲속의 여우처럼 대장행세를 하지요.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건 [스카이라인]이었는데 쌈마이 감성으로 충만한 이 작품이 ‘SF 블록버스터의 혁명’이란 카피문구로 대대적인 극장개봉을 단행했을 때의 그 충격이란… [아이언 스카이]도 얼핏 보기에는 준수한 SF처럼 보입니다. 핀란드, 독일, 호주가 합심해 6년에 걸쳐 제작을 진행했고 게다가 소재도 얼마나 매력적인지요. 괴멸된 것으로 믿었던 나치가 실제로는 달의 뒷면에 기지를 만들고 아리안족의 우월성을 설파하는 후손들이 지구 침공을 위한 준비를 꿈꾸고 있다니 이 얼마나 기발하고도 발칙한 아이디어 입니까. 하지만 그런 기대는 여기까지. [아이언 스..

영화/ㅇ 2012.10.25

애정빙자 사기극 - 복수극을 빙자한 달콤한 로맨스 연극

각각의 연인에게 버림받게 된 두 남녀가 결탁해 복수를 감행하다 사랑에 빠진다는 스토리는 사실 별로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맥 라이언과 매튜 브로데릭의 [애딕디트 러브]나 김희선, 장동건 주연의 [패자부활전] 같은 영화들에서 이미 써먹은 소재죠. 기실 이 영화들은 별로 재미도 없었습니다. 로맨틱 코미디로는 낙제감이었달까요. 연극 [애정빙자 사기극]은 바로 전 연인에 대한 복수극을 바탕으로 여기에 [그녀를 믿지 마세요] 의 김하늘 같은 거짓말쟁이 여자 캐릭터를 결합시킨 코믹 소동극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내 남자의 혈액형]에서 멀티맨으로 인상깊게 만났던 배우 정진국의 연출작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끌었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오랜 기간 사귀었던 여친이 떠난 뒤 술에 취해 고주망태가 된 태향을 작가지망생 소정이 납치..

드라마, 공연 2012.10.15

코쿠리코 언덕에서 - 스튜디오 지브리의 불안한 성공작

CG가 대세인 현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꿋꿋하게 셀 애니메이션의 손맛 가득한 향수를 전해오는 지브리 스타일의 작품은 분명 그 자체만으로도 명품에 버금가는 브랜드 효과를 내고 있는게 사실이다. 일본의 경제거품이 꺼지고 대작급 애니메이션의 군웅할거시대가 끝난 지금, 스튜디오 지브리가 기지고 있는 저력은 오랜 세월 미야자키 하야오의 철옹성 같은 영향력 아래 전통의 명가라는 자부심 하나로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소니를 비롯한 일본 가전회사들의 몰락이 그러했던 것처럼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지브리의 행보는 후계자의 부재라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서서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나마 [마루밑 아리에띠]로 하강곡선에 잠시 브레이크를 걸었던 –그럼에도 너무 평이한 작품이라는 평..

괴작열전(怪作列傳) : 로보워 - 프레데터와 로보캅을 짬뽕하면?

괴작열전(怪作列傳) No.130 1980년대에는 성인층을 겨냥한 SF액션물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과 [블레이드 러너], 제임스 카메론의 [터미네이터], 존 맥티어넌 감독의 [프레데터]와 폴 버호벤의 [로보캅]이 있지요. 이러한 영화들은 당대 특수효과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던 조지 루카스나 스티븐 스필버그 사단의 작품들과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관심을 모았던 작품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프레데터]는 아놀드 슈왈제네거라는 걸출한 스타를 내세워 클록킹 기술을 비롯한 각종 하이테크놀로지로 중무장한 외계생명체와의 사투를 그린 독특한 작품이었습니다. 밀리터리 액션물인 [코만도]와 비슷한 영화일 것이라는 관객의 허를 찌른 영화였지요. 또한 폴 버호벤의 [로보캅] 역시 일반적인 SF..

[블루레이] 플래닛 다이노소어: 공룡의 땅 - 명가 BBC의 공룡 다큐멘터리

페니웨이 (admin@pennyway.net) 필자도 한때는 공룡 마니아였다. 능력개발사에서 발간한 미니백과사전 ‘괴수공룡 대백과’를 매일 탐독하다시피하며 잠들곤 했고, 돈 차피 감독의 [공룡 백만년 One Million Years B.C]이나 짐 오노콜리 감독의 [공룡지대 The Valley of Gwangi]같은 영화를 AFKN에서 틀어줄 때면 뭔 소린지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넋을 놓고 TV를 바라보곤 했다. 그래서인지 영화사상 기념비적인 명장면 탑 10안에 넣어도 아깝지 않을 1993년작 [쥬라기 공원]에서의 거대한 초식공룡 브라키오 사우루스의 등장씬을 마주했을 때의 그 감동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CG로 완벽하게 재현된 공룡이 스크린을 통해 관객을 압도하는 이 장면은 그간 영화 속에서 주로 스톱..

영화/ㅍ 2012.09.05

배트맨: 이어 원 - 고담시 영웅의 탄생신화

언제부터인가 슈퍼히어로물의 트렌드는 영웅의 기원을 찾아가는 것으로 바뀐듯 하다. [엑스맨]의 스핀오프인 [울버린]이나 [퍼스트 클래스]가 그 좋은 예다. 스파이더맨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으로 리부트되었고, 슈퍼맨은 [맨 오브 스틸]을 통해 다시금 슈퍼맨의 기원을 재정립할 예정이다. 물론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삼부작이 이러한 조류의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임을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영화와는 달리 코믹스 계열에서는 이러한 근원적 물음에 대한 탐구가 꽤 일찍 시작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다크나이트 리턴즈’를 통해 그래픽 노블의 수준을 한단계 격상시킨 프랭크 밀러는 DC코믹스의 간판스타 배트맨에 대한 신기원을 재조명했다. 바로 ‘배트맨: 이어 원’이다. 이 작품은 슈퍼히어로의 탄생에 대한 진지한..

토탈 리콜 - 의외로 쓸만한 리메이크

감상전 와이프가 그러더군요. “[토탈 리콜 (1990)]이 그렇게 명작이었나요? 벌써 리메이크까지 될 정도면…” 폴 버호벤의 [토탈 리콜 (1990]은 분명 SF액션 영화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걸작의 반열에 오를만큼 대단한 작품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연인 아놀드 슈왈제네거나 감독인 폴 버호벤에게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게 해준 영화임이 분명합니다. 더불어 거침없는 폭력묘사와 시니컬한 풍자적 메시지가 어우러진 폴 버호벤의 연출 방식은 헐리우드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성인용 오락영화의 방향을 개척했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면에서 볼 때 랜 와이즈먼 감독의 리메이크작 [토탈 리콜]은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는 작품입니다. 애당초 “왜?” 이 영화를 리메이크하나 하는 생각이 앞선달까요. 물론 감독은 이 영화가 ..

영화/ㅌ 201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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