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의 연인에게 버림받게 된 두 남녀가 결탁해 복수를 감행하다 사랑에 빠진다는 스토리는 사실 별로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맥 라이언과 매튜 브로데릭의 [애딕디트 러브]나 김희선, 장동건 주연의 [패자부활전] 같은 영화들에서 이미 써먹은 소재죠. 기실 이 영화들은 별로 재미도 없었습니다. 로맨틱 코미디로는 낙제감이었달까요.
연극 [애정빙자 사기극]은 바로 전 연인에 대한 복수극을 바탕으로 여기에 [그녀를 믿지 마세요] 의 김하늘 같은 거짓말쟁이 여자 캐릭터를 결합시킨 코믹 소동극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내 남자의 혈액형]에서 멀티맨으로 인상깊게 만났던 배우 정진국의 연출작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끌었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오랜 기간 사귀었던 여친이 떠난 뒤 술에 취해 고주망태가 된 태향을 작가지망생 소정이 납치합니다. 그녀는 태향이 자신과 전생의 인연을 맺은 사이라고 주장하며 막무가내로 태향의 삶에 끼어들지요. 그러나 실은 이 모든게 태향을 자신의 복수극에 이용하기 위한 소정의 시나리오였습니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전 남친에게 향한 복수말입니다. 왜 하필 소정은 태향을 자신의 도구로 선택하게 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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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빙자 사기극]은 액자식 구성과 플래시백을 혼용해 입체적인 연출 기법의 묘미를 살린 연극입니다. 초반에는 다소 불친절하고 어리둥절한 전개이지만 과거의 일들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소정의 행동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구성으로 되어 있지요. 태향과 소정의 관계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추측해 나가는 동시에 이들의 인연과 복수극의 향방을 확인하는 과정이 연극의 관람 포인트라고 하겠습니다.
나름 짜임새있는 구성과 내공 충만한 배우들의 연기로 흥미진진하게 관람하게 된 연극이지만 각본의 진부함이나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설득력이 조금 부족해 뭔가 허전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강한 한방의 유머도 좀 부족한 편이고 말이죠. 어쩌면 서로의 헤어진 연인에게 복수를 하다가 오히려 새로운 사랑에 빠진다는 이런 류의 스토리 자체가 로맨틱 코미디로서는 별로 공감이 가지 않는 소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메인 스토리를 이끌고 가는 태향-소정의 이야기 보다는 닭살스런 캐릭터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승배와 아름 커플의 애정행각에서 더 소소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연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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