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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직한 영화들이 거의 다 빠져나간 비수기에는 언제나 그럴듯한 블록버스터로 치장한 B급 영화들이 슬며시 등장해 호랑이 빠진 숲속의 여우처럼 대장행세를 하지요.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건 [스카이라인]이었는데 쌈마이 감성으로 충만한 이 작품이 ‘SF 블록버스터의 혁명’이란 카피문구로 대대적인 극장개봉을 단행했을 때의 그 충격이란…

[아이언 스카이]도 얼핏 보기에는 준수한 SF처럼 보입니다. 핀란드, 독일, 호주가 합심해 6년에 걸쳐 제작을 진행했고 게다가 소재도 얼마나 매력적인지요. 괴멸된 것으로 믿었던 나치가 실제로는 달의 뒷면에 기지를 만들고 아리안족의 우월성을 설파하는 후손들이 지구 침공을 위한 준비를 꿈꾸고 있다니 이 얼마나 기발하고도 발칙한 아이디어 입니까.

하지만 그런 기대는 여기까지. [아이언 스카이]는 관객들, 특히 블록버스터 영화에 열광하는 한국 관객들이 찾는 그런 영화가 아닙니다. 물론 SF의 장르적 모양새를 가져오긴 했지만 [아이언 스카이]는 철저한 풍자극이에요. 게다가 블랙 코미디입니다. 이 영화는 온갖 키치적인 농담거리에 직설적이고 저질스런 대사들로 가득합니다.

ⓒ Blind Spot Pictures Oy, 27 Films Production, New Holland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아이언 스카이]를 보다보면 과거에 개봉한 어떤 영화가 생각나는데요, 바로 케리 코란 감독의 [월드 오브 투모로우]입니다. 이렇게 과거의 세계관을 비트는 이른바 스팀펑크물은 분명 소재에 접근하는 방법에 있어서 호기심을 자아내지만 사실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나 [젠틀맨 리그] 같은 작품들이 그 점을 증명하죠. 물론 [아이언 스카이]의 시대적 배경은 조금 먼 미래이지만 그 정서적 기반은 여느 스팀펑크물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결과는 자명합니다. 일반 관객이라면 평점 0점을 던질 것이고, 무수히 많은 패러디와 비틀기 그리고 B급 감성에 푹빠진 컬트 마니아들은 만점을 던질 수도 있습니다. 극과 극을 달리는 평가의 기준은 순전히 재미의 초점이 어디에 있느냐 하는 문제이겠지만 분명 [아이언 스카이]는 대중적인 재미와는 거리가 멉니다.

대신 미국 제국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뭇 영화들의 깨알 같은 패러디를 찾아낼 수 있는 관객이라면 뭐 이런 영화가 있나 싶으면서도 새삼 그 놀라운 발상에 감탄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더군다나 저예산으로도 어지간한 메이저 영화급의 특수효과에 근접한 비주얼은 나름 좋은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조금만 더 대중적인 영화였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이 작품은 지독한 농담으로 일관합니다. 어차피 주류 정치인들, 더 나아가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대놓고 디스하는 영화이니만큼 진지함보다는 우회적인 풍자로 가는게 부담이 적었겠지요. 어쩌면 주류 영화가 해내지 못하는 이런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것이 저예산 비주류 영화의 운명일지도요.

P.S.:.[스카이라인]도 그렇고 [아이언 스카이]도 그렇고 제목에 ‘스카이’가 들어가면 왠지 불안해요. 그런 의미에서 007 [스카이폴]도 조금은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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