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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태생적으로 불리한 핸디캡을 타고 난 작품입니다. 일단 리부트 시기가 너무 이른 감이 없지 않습니다. 아직 샘 레이미가 남긴 [스파이더맨] 3부작의 잔향이 남아있을 뿐더러 조엘 슈마허가 망쳐놓은 [배트맨] 4부작처럼 프렌차이즈의 메리트가 떨어진 것도 아니니까요. 비록 [스파이더맨 3]가 기대에 못미치긴 했습니다만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은 그걸로 충분히 완결성을 지닌 작품이었습니다.

이럴땐 잘해도 본전일 수 밖에 없는 거겠죠. 어떤 시도를 하든지 간에 [스파이더맨]과의 비교는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그래서일까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리고 있습니다. 혹자는 너무 지루하다는 평가를 하는가 하면, 어떤이는 만족스러운 리부트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쯤되면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난감해 지기까지 합니다.

[500일의 썸머]로 이름을 알린 마크 웹 감독은 청춘 히어로물이라는 프레임에서 [스파이더맨]을 재구성합니다. 디테일한 설정은 조금씩 변화를 주었지만 전체적인 틀에는 변함이 없지요.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리부트라기 보단 리메이크에 더 가깝습니다.

아마 지루함을 느끼는 관객들이라면 이렇게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과 중첩되어지는 일련의 전개에서 기시감을 발견하게 될겁니다. 왜 굳이 같은 이야기를 배우만 바꿔서 또 들려주려고 하는지 못마땅한 부분들도 틀림없이 있을 테지요.

ⓒ Columbia Pictures Industries, Inc. MARVEL, and all Marvel characters including the Spider-Man, Lizzard man™ & ⓒ Marvel Characters, Inc.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단순히 샘 레이미 버전의 그것과 단순 비교를 하기 위한 작품이 아닙니다. 오히려 영화화를 위해 무수한 거장의 손을 거친 –그 중에 제임스 카메론이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유명하죠-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이 성공적인 컨버전을 위해 영화적인 리얼리티에 초점을 맞춘 반면, 마크 웹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좀 더 원작 코믹스에 충실합니다.

일례로 스파이더웹의 발사 기전이 샘 레이미 버전에서는 신체의 일부로 쏘아지는 것으로 묘사되었는데, 마크 웹 버전에서는 장비의 일종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실은 마크 웹이 선택한 것이 원작에 가깝습니다. 사실 [스파이더맨]의 설정은 제임스 카메론이 논리적인 오류를 피해가기 위해 –가난뱅이 고딩이 첨단 장비를 만들 돈이 어딨어!- 새로 수정한 것이었는데, 원작의 팬들에게는 이 점이 내심 불편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중요한 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보다 역동적이면서도 좀 더 수다스럽고, 그러면서도 원작에 내제된 테마는 놓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거대한 힘에는 큰 책임감이 따른다’는 [스파이더맨]의 명제를 여전히 계승하고 있지만 여기에 ‘복수는 바람직한 것인가’라는 서브 테마를 혼용하여 고뇌하는 영웅의 모습을 틴에이저의 신분에 알맞게 녹여내었습니다. [500일의 썸머]가 연애를 알아가는 결혼 적령기 청년의 훌륭한 성장극이었듯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틴에이저 히어로의 훌륭한 성장극인 겁니다.

무엇보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조금 설익은 CG의 느낌이 강했던 [스파이더맨]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고 스타일리시한 비주얼을 선사합니다. 그간 표현력의 문제로 인해 영화화되지 못했던 스파이더맨의 웹스윙 액션은 이번 작품을 통해 궁극의 완성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 Columbia Pictures Industries, Inc. MARVEL, and all Marvel characters including the Spider-Man, Lizzard man™ & ⓒ Marvel Characters, Inc. All Rights Reserved.

우려되었던 배우들의 이질감 문제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워낙 토비 맥과이어의 존재감이 강해 그를 뺀 피터 파커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줄 알았건만 [소셜 네트워크]로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앤드류 가필드의 피터 파커는 또 하나의 멋진 히어로상을 창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웬 스테이시 역의 엠마 스톤이 캐릭터를 살릴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해 조금 아쉽습니다만 말도많고 탈도 많았던 커스틴 던스트의 MJ보다 외모면에서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가장 안타까운건 메인 빌런인 리자드맨의 고뇌가 제대로 드러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피터 파커와 스파이더맨 사이의 갈등양상도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보다는 얄팍하게 묘사된 편이었는데, 그래서 닥터 코너스의 신체장애와 연계된 얼터에고 리자드맨의 이야기에 훨씬 더 기대가 컸던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무엇인가에 쫓긴듯 리자드맨의 이야기는 전개가 무척 불친절합니다. 그가 생물학 테러를 계획하는 당위성이나, 스파이더맨에 대한 증오심을 품게되는 경위가 그리 설득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어쨌거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선배격인 [배트맨 비긴즈]나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만큼의 수작은 아니라 하더라도 리부트의 합격점에는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건 빌딩 숲을 활강하는 스파이더맨보단 피흘리고 절뚝거리는 피터 파커의 인간적인 매력이 더 잘 묻어났다는 점일까나요.

P.S:

1. 스탠 리 영감님의 등장씬은 언제나 웃음을 선사하지요. 아마 까메오 최다 출연기록 보유자가 아닐까요?

2.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제작발표 시점에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앤드류 가필드가 [소셜 네트워크]를 선택한건 정말 ‘신의 한수’ 였습니다. 덕분에 ‘알고리즘’에 앤드류 가필드는 꽤 친숙한 동의어가 되어버렸어요. ㅎ

3. [배트맨 비긴즈]의 개봉때를 생각해보면 놀란 감독의 리부트가 제법 괜찮다는 정도였지, 팀 버튼의 [배트맨]을 뛰어넘었다는 식의 호들갑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어떤 평론가가 별점 2개를 준것도 기억에 생생하고 말이죠. 오히려 [배트맨 비긴즈]가 진정한 재평가를 받았던건 [다크 나이트]의 개봉 이후였죠. 그제서야 리부트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 대중의 찬사가 연발되었으니까요. 부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는 샘 레이미의 걸작 [스파이더맨 2]를 뛰어넘어 [다크 나이트]급의 영화로 거듭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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