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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081

메가마인드 - 통렬한 슈퍼히어로의 안티테제

※ 약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되도록 개봉영화에 대한 스토리 부분은 거론하지 않는게 신조입니다만 이 작품은 언급할 필요성이 있어서 그런 것이니 양해바랍니다.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악의 화신인 조커는 배트맨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너를 죽이고 싶어 하지 않아.... 너는 나를 완성시키거든" 이 말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 보았는가? 이 말은 모든 슈퍼히어로물의 기본 전제를 한마디로 압축한 대사다. 영웅에게는 악당이 있어야 하고, 반대로 악당에게는 영웅이 있어야 비로서 존재 의미가 완성된다는 뜻이다. 악당이 없다면 영웅이 필요없고, 영웅이 없다면 악당은 무슨 재미로 나쁜 짓을 저지를까? 이는 마치 세계정복을 운운하는 악당들에게 '그깟 세계는 정복해서 뭐하게? 그거 왠지 골치만 아플 것 같지 않아?'라고 ..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 시리즈의 전복과 재결합, 그리고 이야기는 계속된다

가끔 보면 극장가에 생각지도 못한 작품이 기습적으로 개봉되곤 합니다. 매니아들의 전유물로 인식되어 버린 일본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특히 더 그러한데, 주로 몇몇 영화제에서만 소규모로 한정 개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정식으로 개봉되는 작품들 중에서 '어? 이걸 개봉한단 말이야?'라는 식의 의외의 기쁨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작년 겨울에 개봉한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도 그런 깜짝 개봉의 기쁨을 주었던 작품중의 하나입니다. 사실 이 작품은 타니가와 나가루가 쓴 원작 라이트 노블이 원작입니다만 메인 캐릭터 자체가 '엽기적인 그녀' 같은 컨셉인데다 내용마저 안드로메다로 간 듯한 황당함이 주를 이루는 덕후력 만점의 작품으로서 이게 일반적인 관객수요를 가졌으리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데요, 그럼에도 나름 ..

괴작열전(怪作列傳) : 황금박쥐 - 실사영화로 탄생한 일본 최초의 슈퍼히어로

괴작열전(怪作列傳) No.109 이번 시간에는 잠시 추억여행을 떠나보기로 합시다. 1960년대 당시만해도 한국은 애니메이션의 불모지나 다름없었고, 자체 애니메이션은 몇몇 CF에서 사용된 짧은 클립만을 제외하면 전무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삼성물산에서 일본 토에이의 자회사인 제일동화(第一動畵)와 계약을 맺고 합작형태(라고 쓰고는 하청이라고 읽는다)의 TV 애니메이션을 선보이게 되었으니 그것이 바로 '황금박쥐 黃金バット'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총 52화로 제작되어 1967~1968년 요미우리 TV에서 방영한 이후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국내에서는 TBC 방송국을 통해 공중파를 타기도 했지요. 사실 저만해도 '황금박쥐'를 보고 자란 세대는 아닙니다만 그 주제가만은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어디, 어디..

속편열전(續篇列傳) : 트론: 새로운 시작 - 위축된 드라마와 현란한 비주얼의 부조화

속편열전(續篇列傳) No.16 얼마전 시네마 그레피티(바로가기)에서 언급했지만 스티븐 리스버거 감독의 1982년작 [트론]은 시대를 지나치게 빨리 앞질러 나갔던 작품입니다. 개발된 OS라고는 기껏해야 MS-DOS 1.25 정도에, 컴퓨터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도가 무지한 상태에서 [트론]이 보여준 세계관이란 프로그램 개발자가 아니고서는 난해하게 여겨질만큼 매니악한 구석이 있거든요. 요즘과 같이 컴퓨터의 사용이 보편화된 세상에서는 오히려 진부하게 느껴질법한 이야기지만 프로그램 보안코드를 의인화해 점과 선으로만 이루어진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모험을 벌이는 영화의 독특한 컨셉은 비슷한 부류의 수많은 영화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컴퓨터를 영화속 소품 내지는 도구로서가 아니라 이야기가 펼쳐지는..

[블루레이] 사운드 오브 뮤직 - 추억 속 가족영화의 마스터피스

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지금은 한물간 장르가 되어 버렸지만 한때 춤과 노래가 곁들여진 뮤지컬 영화는 1930년대에서 1960대 고전 헐리우드 영화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최고의 인기장르였다. [왕과 나], [지지], [지붕 위의 바이올린], [메리 포핀스], [마이 페어 레이디] 등 이름만으로 절로 머리가 끄덕여지는 걸작 뮤지컬들은 대부분이 이 시기에 위치한 작품들이다. 그리고 이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로 뮤지컬에 일가견을 나타냈던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사운드 오브 뮤직]이다. 로버트 와이즈 감독이 [사운드 오브 뮤직]을 맡게 된 경위는 참으로 흥미롭다. 제작자인 데릴 자누크. 리처드 D. 자누크 부자는 유명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화하는..

영화/ㅅ 2010.12.30

'라스트 갓파더', 영구의 귀환을 응원하고 싶은 이유

한국 영화계에는 캐릭터로 승부하는 작품이 거의 없다. 기껏 생각나는게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에 나오는 강철중 정도랄까? 류승완 감독도 회심의 캐릭터 프랜차이즈인 '다찌마와 리'에 도전했다가 겨우 두 번만에 (메이저 영화로는 단 한방에) 기권하지 않았는가. 울궈먹기에 대한 관객들의 거부감에서인지 아니면 특정 캐릭터를 시리즈화 하는 것에 대한 노하우가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여튼 참 빈약하다. 캐릭터 프렌차이즈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예를 들어보자. 1980년대 근육질 스타로 전성기를 누렸던 실베스터 스탤론. 시대가 바뀌고 노쇠함에 따라 액션스타로서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그는 급기야 [어쌔씬]에서의 주조연관계가 뒤집힌 영화 [스파이키드 3D]에서 안토니오 반데라스에게 혼쭐나는 악당역을 맡는 등 한물 ..

쓰리 데이즈 - 아내를 위한 슬픈 탈주극

[쓰리 데이즈]의 포스터를 보노라면 많은게 연상됩니다. 우선 총을 들고 폼잡고 있는 러셀 크로우의 모습에서 왠지 이 영화는 액션물 같다는 인상을 주고, [테이큰]의 리암 니슨의 이름이 떡 하니 러셀 크로우의 이름 옆에 써 있는 걸 보니 보통 액션물 보다 두 배는 더 강렬한 작품일 것 같고, '단 3일, 5가지 미션'이라는 홍보문구에서 3일 동안 밀도있게 벌어지는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되지요. 그런데...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 모든게 몽땅 낚시입니다. 이 영화는 액션물이 아닐 뿐더러, 리암 니슨은 5분도 채 등장하지 않으며, 3일이 아니라 총 3년의 시간에 걸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언젠가 다룬 [스카이 라인]처럼 이 영화도 포스터나 예고편으로 관객들을 펄떡 펄떡 낚는..

영화/ㅅ 2010.12.22

베리드 - 포스트 911 시대, 소시민의 무력함을 풍자하다

좁다란 관속에 갇힌 남자의 이야기는 [베리드]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프랭크 다라본트의 TV영화 [생매장]이 있었고, 비교적 근래에 쿠엔틴 타란티노가 연출을 맡았던 [C.S.I] 시즌 5의 마지막 에피소드 'Grave Danger'에서도 동일한 소재가 사용되었으며, 이는 타란티노의 [킬 빌 Vol.2]에서 다시 한번 사용된다. 그러나 [베리드]의 느낌은 다분히 조엘 슈마허의 [폰부스]에 더 가까운 작품으로 보인다. 전화박스를 벗어나지 못하는 주인공과 오로지 목소리로만 지시를 내리는 범인의 관계 뿐만이 아니라 저예산이지만 철저하게 서스펜스로만 극을 이끌고 가는 점에 있어서의 유사성이랄까. 하지만 [베리드]는 어떤 영화도 시도하지 않은 지독한 공간적 제한을 가한다는 면에서 무척 흥미롭다. 이는 앞서 언급한 ..

영화/ㅂ 2010.12.21

[블루레이] 9 (나인) - 디스토피아적 포스트 묵시록

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산업혁명 이후 멸망한 세계. 생명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곳에서 봉제인형 '9'이 눈을 뜬다. 자신을 만든 과학자는 죽어있고, 바깥 세상은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자신과 동일하게 만들어진 다른 봉제인형들의 존재를 알게 되지만 동시에 위협적인 기계괴물들의 존재도 알게 된다. 세상은 왜 멸망하게 된 것일까? 생명없는 세상에 덩그러니 남게된 9명의 봉제인형들은 누구이며 기계들은 왜 이들을 죽이려 드는 걸까? 팀 버튼의 이름을 앞세워 홍보에 나선 [9]은 아마도 작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아니 그간 헐리우드에서 발표한 애니메이션 가운데서도 손에 꼽을만큼 다크한 작품일 것이다. 막상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의 악몽]이라든가 [유령신부]같은 괴기적인 B급 블랙코미..

영화/#~Z 2010.12.20

괴작열전(怪作列傳) : 뉴욕의 헤라클레스 -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데뷔작은 어떤 영화?

괴작열전(怪作列傳) No.108 어느 배우에게나 시작은 있습니다. 데뷔작을 통해 각광받기 시작해 꾸준한 성장으로 마침내 연기생활의 정점을 찍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데뷔작은 찬란했으나 갈수록 퇴물로 전락해가는 배우들도 있죠. 반면 데뷔작은 초라했지만 나날이 성장해 슈퍼스타가 되는 배우들도 적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배우의 데뷔작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까? 오늘 소개할 영화 [뉴욕의 헤라클레스]는 다름아닌 [터미네이터]의 액션스타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데뷔작입니다. 사실 영화정보 데이터베이스가 크게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아놀드의 데뷔작에 대해 이러저러한 말들이 많았었는데, 인터넷이 발달한 지금에는 [뉴욕의 헤라클레스]가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공식적인 데뷔작임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지요. 그럼에도 '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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