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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되도록 개봉영화에 대한 스토리 부분은 거론하지 않는게 신조입니다만 이 작품은 언급할 필요성이 있어서 그런 것이니 양해바랍니다.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악의 화신인 조커는 배트맨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너를 죽이고 싶어 하지 않아.... 너는 나를 완성시키거든" 이 말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 보았는가? 이 말은 모든 슈퍼히어로물의 기본 전제를 한마디로 압축한 대사다. 영웅에게는 악당이 있어야 하고, 반대로 악당에게는 영웅이 있어야 비로서 존재 의미가 완성된다는 뜻이다. 악당이 없다면 영웅이 필요없고, 영웅이 없다면 악당은 무슨 재미로 나쁜 짓을 저지를까? 이는 마치 세계정복을 운운하는 악당들에게 '그깟 세계는 정복해서 뭐하게? 그거 왠지 골치만 아플 것 같지 않아?'라고 물어본다면 딱 반박할 만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 허무함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드림웍스의 [메가마인드]는 이러한 슈퍼히어로물의 존재론적 의미를 부각시킨 애니메이션으로 말하자면 [슈렉]이래 짭잘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안티테제(Antithese)의 컨셉이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하려한 작품이다. 특히 이번 [메가마인드]는 슈퍼히어로 영화의 걸작인 리처드 도너의 [슈퍼맨: 더 무비]를 집중적으로 패러디한다. 시작은 이렇다. 소멸직전의 한 고도문명의 행성에서 두 명의 아이가 지구로 보내진다. 그러나 동시에 지구에 당도한 이들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진다. 한 명은 모든 것을 가진 부유한 저택에, 또 한 명은 교도소에 떨어져 성장하게 된 것.

둘의 만남은 이후로도 계속 이어지지만 모든 것을 가진채 주변의 관심을 모으며 인기를 얻게 된 메트로맨과는 달리 외모도 볼품없고 왕따에, 하는 일마다 주위의 미움을 산 또 한명의 아이는 급기야 자신이 가장 잘 하는 '나쁜 짓'으로 세상의 정상에 오르기로 마음 먹는다. 메트로 시티의 슈퍼빌런 메가마인드의 탄생은 이처럼 조금은 서글프다. (여기서 떠오른 사색거리. 만약 칼-엘이 조나단 부부에게 발견되지 않고, 천하의 몹쓸 범죄자에게 발견되었다면 칼-엘은 희대의 대악당이 되지 않았을까?)

ⓒ DreamWorks. All Right Reserved.


메트로맨을 평생의 라이벌로 삼아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는 메가마인드의 일상은 어느날 아주 우연히 메트로맨을 처치하는데 성공하면서부터 꼬이게 된다. 밀려오는 고독과 허전함, 악당으로서의 존재 의미에 대해 고민하던 그는 급기야 메트로맨의 비듬을 이용해 유전자를 추출, 이를 다른 사람에게 주입해 새로운 슈퍼히어로를 만들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한 여인과의 사랑을 느끼게 되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자신이 만든 슈퍼히어로가 악당으로 변모하자 '슈퍼빌런'이었던 메가마인드는 심한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든 본 작품의 주인공은 슈퍼히어로인 메트로맨이 아니라 슈퍼빌런인 '메가마인드'다. 원래부터 악독한 것이 아니라 환경이 그를 악당으로 만들어 버렸기에 그에게서 진정한 '악의'는 발견되지 않는다. 메트로맨의 '안티'로서 존재감을 형성할 뿐, 막상 메트로맨에 사라진 시점에서 메가마인드는 삶의 의욕을 상실한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활동무대인 메트로 시티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고뇌하는 악당'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지극히 인간적인 슈퍼빌런의 등장이 아닌가.

안타깝게도 [메가마인드]의 슈퍼히어로 비틀기는 어찌보면 시기상으로 조금 뒤쳐진 듯한 느낌을 주는게 사실인데, 픽사의 [인크레더블]이나 일루미네이션의 [슈퍼배드]와 같은 작품들에서 이미 한 차례씩 써먹은 테마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들 선배가 없었다면 [메가마인드]는 굉장히 신선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일말의 아쉬움이 남는다.

ⓒ DreamWorks. All Right Reserved.


여하튼 고뇌하는 슈퍼히어로의 모태가 된 [슈퍼맨: 더 무비]의 열성적인 팬에게 있어 [메가마인드]는 폭소를 터트릴 만한 요소들로 가득한 작품이다. [슈퍼맨]의 오프닝 시퀀스를 뒤집으면서 시작하는 이 작품은 고독의 요새 및 여기자와의 로맨스, 급기야는 영화에서 슈퍼맨의 아버지 조-엘 역을 맡았던 말론 브란도를 패러디하며 관객들의 배꼽을 빼놓는다. 특히 [대부]에서 선보인 브란도 특유의 발성까지 끌어들인 대목에서는 '이런 용의주도한 녀석들 같으니라구!'라는 말이 절로 튀어 나온다.

단선적이지 않고, 반전과 플래시백을 적절히 사용한 구성도 돋보인다. 액션과 유머, 그리고 로맨스를 잘 배합해 전체적인 균형을 잘 잡은 [메가마인드]는 분명 흠잡을 데가 거의 없는 완벽한 오락물이다. 이로서 [슈렉]과 [쿵푸팬더], 그리고 [메가마인드]로 이어지는 비틀기 유머에 관한한 드림웍스의 노하우는 당분간 관객에게 통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과연 2,3편으로 이어지는 시리즈물로서 효용성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분히 의구심이 든다. 이건 뭐 몇달 뒤에 개봉할 [쿵푸팬더 2]를 보고 판단하자.

본 리뷰는 2011.1.13. Daum View의 메인에 선정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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