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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코난 극장판 14: 천공의 난파선 - 과유불급의 하드 액션물

페니웨이™ 2010. 8. 1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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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야스이치로 감독 교체 이후 시리즈의 급격한 쇠락현상을 보이던 [명탐정 코난] 극장판은 지난 13번째 작품인 [칠흑의 추적자]를 통해 기적적으로 부활했다. 특히 [칠흑의 추적자]는 '극장판의 스토리가 TV판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암묵적인 룰을 깨면서까지 시도된 극약처방이어서 충격요법의 체감효과가 기대 이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 과연 이렇게 기사회생한 [명탐정 코난]의 14번째 극장판 [천공의 난파선]은 과연 전편의 무리수에 부응할 만한 완성도를 갖춘 작품일까.

안타깝게도 [천공의 난파선]은 전작의 완성도에 미치지 못한다. 코믹스, TVA, OVA의 끝없는 확장으로 점점 커져가는 작품속 세계관을 모두 포용하기에는 벅찼던 것이었는지 까메오처럼 얼굴을 들이미는 조연급 캐릭터는 물론이고, 괴도 키드나 핫토리 같은 메인 캐릭터의 존재감마저 희석되어 버린 본 작품은 전작에서 촘촘한 내러티브와 함께 모든 캐릭터가 적시적소에 배치되었던 것과 너무나도 상반된 결과를 보여준다.

ⓒ GOSHO AOYAMA/DETECTIVE CONAN COMMITTE, All Right Reserved.


[천공의 난파선]이 가진 메인 플롯은 '붉은 샴고양이'라는 이름의 테러집단이 생화학 무기를 탈취한 사건이며, 여기에 서브 플롯으로 소노코의 삼촌이 괴도 키드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비행선 안에 있는 값진 보석을 탈취해보라고 도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코난 일행은 괴도 키드를 유인하는 비행선에 타게 되지만 곧 두 사건이 하나로 합쳐지게 되면서 본격적인 모험담이 전개된다. 의외인 건 [천공의 난파선]은 코난 시리즈 중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유일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본 작품의 가장 큰 패착은 미스테리 보다는 액션 스릴러 쪽에 장르적 무게를 실어주면서 발생한다. 상공을 부유하는 비행선에 갖힌 채 테러리스트와 대결을 벌이는 초딩 액션 히어로의 활약상은 별로 공감이 되지 않을뿐더러 시리즈 특유의 재미마저 반감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다이하드]나 [언더시즈], [더 록]을 연상시키는 하드 액션물의 내러티브와 코난이라는 캐릭터의 위화감이 낳은 부작용인 셈이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보듯 스케일만 키워온 코난 극장판 시리즈의 단점이 다시금 반복되는 것이다.

특히 괴도 키드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유머코드로 소모시킨 점과 란과 키드의 불필요한 러브라인을 첨가한 점은 코난과 하이바라의 러브라인으로 한층 산만해진 연애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버릴 가능성이 크다.

ⓒ GOSHO AOYAMA/DETECTIVE CONAN COMMITTE, All Right Reserved.


그러나 미리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극장판 시리즈 전체를 놓고 보면 [천공의 난파선]은 최악의 내러티브를 선보였던 [감벽의 관] 같은 졸작에 비해 훨씬 양호한 작품이다. 플롯의 연결도 비교적 자연스럽고, 액션의 완성도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코난 시리즈가 아닌 독자적인 액션 스릴러물로 만들어졌다면 훨씬 더 좋은 평가를 받았을 법한 작품이다. 어쩌면 [천공의 난파선]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은 시리즈 최고의 재미를 선사했던 전작의 비교에서 오는 것에 가깝다.

반면에 사건을 척척 해결하는 코난을 보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일개 초등학생, 아니 그래봤자 고등학생에 불과한 탐정 지망생을 슈퍼히어로로 변신시키려는 제작진의 과욕은 별로 달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현 시점에서의 [명탐정 코난]은 과유불급의 캐릭터 변신을 자제해야 할 때다.


P.S

1.자막판을 상영했던 [칠흑의 추적자]와는 달리 [천공의 난파선]은 더빙판만 개봉됐다. 더빙의 퀄리티를 떠나서 한국어 더빙이 몰입도를 높이는 장점은 있다만, 이로 인한 초글링 러쉬는.. 이거 어쩔거야. 한 20년만에 양 사이드에 초딩 1,2학년들 사이에 껴서 영화봤다. 성인들도 당당히 [명탐정 코난]을 즐기고 싶다!

2.확실히 극장판은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가 있다. 보면 안다. 극장판만의 재미를. 다음 작품도 부디 Divx으로 풀리기 전에 극장에서 상영해 주길. 아니면 아예 PiFan 고정 상영작으로 못을 박던지.



* [명탐정 코난: 칠흑의 추적자]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GOSHO AOYAMA/DETECTIVE CONAN COMMITTE.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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