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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481

바람의 검심: 전설의 최후편 - 아쉬움이 더 큰 실사판

수많은 명작 만화와 애니메이션들이 일본 실사영화로만 나오면 괴작으로 돌변하는 기현상 속에서도 유독 빛을 발한 작품이 있었으니 오오토모 케이시 감독의 [바람의 검심]이다. 가면라이더 출신의 배우 사토 타케루를 켄신으로 캐스팅한다고 했을때 부터 극심한 반대와 조롱을 한몸에 받으며 제작을 단행한 이 작품은 기존 실사화 영화들에 대한 편견을 가볍게 날려버리며. 원작에 대한 이해와 각색, 스타일리시한 액션, 캐릭터의 현실적인 리파인까지 모두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둔 작품으로 성공을 거뒀다. 아마 여기까지였더라면 실사판 [바람의 검심]은 말 그대로 전설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방대한 원작의 에피소드와 켄신이라는 사나이에 얽힌 인과율의 관계를 우도 진에와의 단판승으로 끝내기엔 아까웠을 터. 3부작을 목표로 시시오..

영화/ㅂ 2015.03.11

백설공주 살인사건 - SNS와 마녀사냥

몇 년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채선당 임산부 폭행사건'은 SNS의 위력과 부작용이 고스란히 드러났던 일화다. 가해자가 오히려 피해자처럼 둔갑해 버리는 상황, 어떠한 검증 절차없이 감정적으로 거대한 여론을 만들어 상대방을 유죄로 단정해버리는 SNS의 마녀사냥식 파괴력은 누구도 예상치 못할 정도다. 물론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과 같이 그냥 그렇게 묻혀질 뻔 한 사건을 공론화시켜 관성적으로 사건을 처리하려 했던 사법기관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드는 순기능도 존재하는 건 분명하다. 물론 이 경우에도 자칫 용의자가 아닌 엉뚱한 BMW 차량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부작용이 여실히 드러나긴 했지만. 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한 미모의 직장여성이 살해당한 사건을 다룬다. 누구에게나 친절했고 뛰어난 미모로 관심을 한 ..

영화/ㅂ 2015.03.05

나이트 크롤러 - 나쁜 놈이 더 잘 사는 세상

“LA지역 TV뉴스의 방송시간 중 절반은 법안, 교육, 이민, 복지 등 주 정부에 관한 내용을 단 22초만에 요악하지만 지역 범죄 뉴스는 무려 14배인 5분 7초를 할애한다”. [나이트크롤러]의 주인공 루이스 블룸이 뉴스 방송의 실태를 분석한 이 말은 오늘날의 미디어가 어떤 얼굴을 가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사입니다. 사실 뉴스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다룬 영화는 [나이트크롤러]가 처음은 아닙니다. 시드니 루멧의 걸작 [네트워크]나 제임스 L. 브룩스의 [브로드캐스트 뉴스]는 TV 비즈니스의 추악한 면을 비교적 코믹한 터치로 다룬 영화들이었죠. 하지만 [나이트크롤러]는 이들의 풍자적인 관점과는 달리 더 직접적이고, 신랄한 시각으로 이 세계를 다룹니다. 루이스는 이렇다할 직업이 없는 단순 절도..

영화/ㄴ 2015.03.03

[단평] 이미테이션 게임 - 알려지지 않은 천재 수학자의 이야기

베어먹은 사과. 미국 굴지의 IT기업인 애플의 로고에 대한 추측은 여러가지가 있다. 잡스 본인이 스스로 밝히지 않은 이상 모든 건 추론으로 남을 뿐이지만 그 중 가장 흥미로운 설 중 하나는 바로 앨런 튜링 추모설이다. 일반에게는 낯선 인물이긴해도 한 때 천재 수학자로 불리운 그는 암호해독에 능통해 독일군의 암호체계인 에니그마를 판독한 주역으로서 연합군의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기도 하다. 이 당시 튜링이 만든 튜링 머신은 훗날 컴퓨터의 기초가 되었고, 사실상 학계는 앨런 튜링을 컴퓨터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그는 전후 동성애 혐의로 재판을 받아 화학적 거세 명령을 받았고, 급격한 호르몬 변화에 의한 부작용을 견디다 못해 청산가리를 주사한 사과를 먹고 4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

영화/ㅇ 2015.02.17

폭스캐처 - 감정적 결핍과 관계의 파괴가 낳은 비극

올림픽 국가대표이자 금메달리스트로 레슬링계의 촉망받는 유망주 마크 슐츠. 그는 자신이 이룬 성과보다는 자신에게 부모이자 라이벌과도 같은 형 데이브 슐츠의 빛에 가려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인물입니다. 사교성이 부족한 그는 늘 우울하며 고립된 삶에 갇혀 괴로워하고 있지요. 그런 그에게 뜻밖의 인물이 손을 내밀게 됩니다. 세계적인 화학그룹 듀폰사의 상속인 존 듀폰이 스폰서를 자청하고 나선 겁니다. 마크는 형에게 자신과 같이 가자며 제안하지만 가족을 먼저 생각한 데이브는 이를 거절합니다. 거액의 계약금을 선뜻 건네며 호화로운 삶을 안겨준 듀폰은 일시적으로나마 마크에겐 구세주와 같은 존재가 됩니다. 하지만 존 듀폰 역시 외견상 보여지는 사회적 신분과 부유한 생활의 모습과는 별개로 어머니에게서 인정받지 못한 아들이라..

영화/ㅍ 2015.02.05

모스트 원티드 맨 - 포스트 911 시대의 고급 스파이물

[모스트 원티드 맨]은 작년 소리소문없이 국내 개봉한 영화 중에서 탑클래스에 들만큼 뛰어난 수작입니다. 원작은 스파이물의 거장 존 르 카레의 소설에 바탕을 두고 있죠. 흔히들 존 르 카레의 스파이물을 한 마디로 표현하라면 '사실성'에 있다고 합니다. 이언 플래밍의 007 판타지가 첩보물의 흐름에 큰 영향을 주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영화로서 보여질 수 있는 오락적인 재미를 추구했을때의 일이고, 진짜 첩보전의 냉혹함과 살풍경한 느낌을 전달하는 건 역시나 존 르 카레의 작품들이지요.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를 보세요. 구시대 냉전체제 하에서의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요즘 기준으로 봐도 전혀 후지지 않고 얼마나 현실적인가를. [모스트 원티드 맨] 역시 이러한 성향을 그대로 반영한 영화입니다. 영화 속 세계의..

영화/ㅁ 2015.01.14

[블루레이] 인투 더 스톰 - 온몸으로 체험하는 재난영화

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오클라호마의 실버톤이라는 마을에 고등학교의 졸업식이 막 시작되고 있다. 학교의 교감은 기상 악화 때문에 졸업식을 연기해야 한다고 교장을 설득하지만 교장은 졸업식을 강행한다. 때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스톰 체이서와 기상학자는 기상이변에 의해 발생한 초대형 토네이도를 촬영하기 위해 실버톤으로 향한다. 마을에는 유투브를 통해 스타가 되려는 두 명의 얼간이가 엉뚱한 사고를 저지르고 있다. 이들에게는 각자의 사정이 있다. 교감은 큰 아들과 사이가 소원하며, 스톰 체이서의 리더는 새로온 기상학자가 영 미덥지 못하다. 기상학자는 딸아이와 떨어져 위험천만한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 별로 내키지 않는다. 유일하게 걱정이 없는 인물들이라고는 두 얼간이 뿐이다. 이들의 하루..

영화/ㅇ 2014.12.26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 출애굽기의 인본주의식 해석

한 갓난아기가 대학살을 살아남아 학살을 자행한 이집트 왕실에서 자라나고 훗날 성인이 된 그 아이가 신의 계시를 받아 동족인 이스라엘 백성을 구출하는 성서 ‘출애굽기’의 내용은 널리 알려진 사건입니다. 영화계에서는 [십계]로 더 이상의 사족을 달 수 없을 정도로 완성된 작품을 만든 바 있지요. 애니메이션 [이집트 왕자]는 이를 재활용한 수준이었고요. 워낙 유명한 이야기이니만큼 이를 새롭게 해석한다는 건 큰 부담입니다. 이미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노아]가 소모적인 논쟁에 휩싸인것 처럼 종교적인 사건을 가공하는 일에는 늘 시련이 뛰따르기 마련이지요. 그나마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이 기대를 모았던 건 고전 서사극에 일가견있는 명장 리들리 스콧이 메가폰을 잡았기 때문일 겁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라면 뭔가..

영화/ㅇ 2014.12.16

보이후드 - 영화라는 매체가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의 경이

영화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흥행력있는 영화 위주로 상영관의 과반 이상을 채워버린 오늘날의 멀티플렉스를 보고 있자면 영화는 곧 산업이고 이는 다시 말해 돈을 의미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찍는데는 비용이 발생하고, 투자자들은 흥행을 담보로 제작비를 대지요. 배우와 스텝들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리테이크를 하는 고된 중노동에 따른 댓가는 당연히 금전적인 것이 될 수 밖에 없는게 오늘날 영화판의 현실입니다. 그러다보니 영화는 덩치를 키우게 되고, 사색보다는 흥미위주로 자꾸만 화려하게 치장해가고 있지요. 모두의 문제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흐름은 그렇습니다. 정작 영화라는 문화상품이 게임이나 애니메이션과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도 이같은 성향을 극대화시킨 탓이겠지요. 그러나 혹자는 아직도 영화를 예술로 불..

영화/ㅂ 2014.11.26

액트 오브 킬링 - 학살의 가해자와 함께 떠나는 순례

솔직히 의외다. 1년이나 지난 작품을, 그것도 흥행성과는 거리가 먼 다큐멘터리인데다 무엇보다 현 정부의 성향과는 전혀 맞지 않는 영화를 이제서야 개봉하다니. 조슈아 오펜하이머의 [액트 오브 킬링]은 인도네시아에서 자행된 공산주의자 대학살을 다룬다. 1965년에 발생한 G30S 쿠데타 사건을 공산주의자들의 음모로 몰고간 수하르토 정권의 흑색선전으로 인해 1백만명 이상의 양민들이 학살되었다. 명목상의 공산주의자 숙청이었으나 실제로는 이념이나 사상과는 무관한 사람들이 상당수 포함된 참극이었다. 수하르토 정권이 붕괴된지 한참의 시간이 흘렀으나 살육을 진두지휘했던 당사자들은 단죄는 커녕 현재도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다. 과거 자신들이 행한 범죄를 영웅시하며 말이다. 학살을 자행한 조직은 '판차실라 청년회'로 불리..

영화/ㅇ 201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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