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지역 TV뉴스의 방송시간 중 절반은 법안, 교육, 이민, 복지 등 주 정부에 관한 내용을 단 22초만에 요악하지만 지역 범죄 뉴스는 무려 14배인 5분 7초를 할애한다”. [나이트크롤러]의 주인공 루이스 블룸이 뉴스 방송의 실태를 분석한 이 말은 오늘날의 미디어가 어떤 얼굴을 가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사입니다.
사실 뉴스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다룬 영화는 [나이트크롤러]가 처음은 아닙니다. 시드니 루멧의 걸작 [네트워크]나 제임스 L. 브룩스의 [브로드캐스트 뉴스]는 TV 비즈니스의 추악한 면을 비교적 코믹한 터치로 다룬 영화들이었죠. 하지만 [나이트크롤러]는 이들의 풍자적인 관점과는 달리 더 직접적이고, 신랄한 시각으로 이 세계를 다룹니다.
루이스는 이렇다할 직업이 없는 단순 절도범입니다. 겉으론 온순해 보여도 유사시엔 단호한 폭력도 아무렇지 않게 불사할 만큼 도덕의식은 결여된 남자죠. 직업을 찾아나서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사건,사고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방송국에 파는 직업인 나이트크롤러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이거다 싶었던 그는 당장 카메라를 준비해 이 세계로 뛰어듭니다.
그러나 도덕관념이 결여된 이 남자는 상식선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방법으로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존재감을 키워나가는 한편, 동종업계의 경쟁자도 가차없이 제거해 버리지요.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성공을 향한 루이스의 야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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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이트크롤러]의 내러티브는 신선하지도, 독창적이지도 않습니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스카페이스]의 라이트 버전이라 할 수 있죠. 밑바닥에서부터 서서히 야망을 키워나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뉴스미디어 세계의 최전방, 즉 사건 현장의 목전에서 촌각을 다투어 카메라에 담아내는 나이트크롤러를 소재로 담아내면서 이야기를 보다 효과적으로 응축시킵니다.
일말의 동정심도, 양심도 없는 사이코패스가 뉴스미디어에 관여하면서 평범한 대중들은 얼마나 더 잔혹하고 끔찍한 세상만을 보게 되는가를 생각해보면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실로 소름끼치도록 무시무시한 면이 있지요. 물론 이 건 영화가 말하려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사이코패스가 성공만을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소위 '정의의 심판'을 피해 간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내 아이에게 착하고 선하게 사는 것이 미덕이라고 부를 수만은 없는 요즘의 세태를 보면 사회적 성공을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이 양심이나 상식, 도덕과 같은 덕목이 아니라 성공 그 자체만을 위한 냉혹함과 결단력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이렇게까지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영화가 썩 좋진 않습니다만 딱히 부정하기도 힘든 이야기를 최적의 소재와 캐릭터를 통해 완성시킨 감독의 솜씨가 탁월하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덧붙여 이번 아카데미에서 [나이트크롤러]가 외면받은건 조금 서운합니다. 엄밀히 말해 제이크 질렌할은 이번 아카데미의 남우주연상 후보에 낄 자격이 충분했다고 봅니다. 기분나쁜 눈빛과 어둠의 오오라가 느껴지는 그의 광적인 연기는 최근 보아 온 영화 속 캐릭터 중에서도 손이 꼽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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