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명작 만화와 애니메이션들이 일본 실사영화로만 나오면 괴작으로 돌변하는 기현상 속에서도 유독 빛을 발한 작품이 있었으니 오오토모 케이시 감독의 [바람의 검심]이다. 가면라이더 출신의 배우 사토 타케루를 켄신으로 캐스팅한다고 했을때 부터 극심한 반대와 조롱을 한몸에 받으며 제작을 단행한 이 작품은 기존 실사화 영화들에 대한 편견을 가볍게 날려버리며. 원작에 대한 이해와 각색, 스타일리시한 액션, 캐릭터의 현실적인 리파인까지 모두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둔 작품으로 성공을 거뒀다.
아마 여기까지였더라면 실사판 [바람의 검심]은 말 그대로 전설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방대한 원작의 에피소드와 켄신이라는 사나이에 얽힌 인과율의 관계를 우도 진에와의 단판승으로 끝내기엔 아까웠을 터. 3부작을 목표로 시시오 마코토와의 대결을 선택한건 과연 현명한 선택이었을까?
원작 만화에서 가장 파워풀하고, 매력적인 악당들이 득실거리며, 소년만화의 재미를 극대화 한 교토편을 각색한 [바람의 검심: 교토 대화재편]과 [바람의 검심: 전설의 최후편]은 역시나 아쉬움이 더 강하게 남는다. 전작에서 이룩한 캐릭터의 존재감은 여전하지만 시시오 마코토와 그의 정예부대인 십본도의 이야기를 영화 두 편에 모두 함축하기엔 부담이 너무 큰 듯 하다. 사이토 하지메의 아돌 일격에 비명횡사하는 우스이는 그렇다 쳐도 찌질한 남자가 되어버린 시노모리 아오시의 이야기는 분량 전체를 삭제한다해도 큰 무리가 없을 만큼 사족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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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자의 카리스마가 느껴지지 않는 '갈릴레오' 후쿠야마 마사히루의 히코 세이쥬로나 켄신을 극한의 위기로 밀어붙이는 미소년 검객 세타 소지로의 캐스팅도 1편만큼의 참신함에는 미치지 못한다. 요즘들어 부쩍 악역에 욕심을 내고 있는 후지와라 타츠야의 시시오 마코토가 그나마 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뜬끔없이 불을 쏴대는 화염검의 비현실성이 오히려 캐릭터에 흠집을 내는 형국이다. 아마 원작을 접하지 않고 영화를 보는 이들에겐 시시오의 '염령'이란 비기가 더욱 당혹스러울만하다.
다소 만화적인 비기의 현실적 액션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훌륭한 볼거리이지만 짜임새가 고르지 못한 이야기의 헛점과 낭비되는 캐릭터들로 인해 영화는 1편 이상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만다. 무엇보다 단순 코스튬 플레이가 아니라 영화적 해석으로 잘 포장된 실사판 캐릭터라는 본 시리즈의 특장점은 십본도를 무리하게 등장시킨 결과로 퇴색되어 버렸다. 아쉽지만 만화원작의 영화가 지닌 한계는 여기까지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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