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페니웨이 ( http://pennyway.net/)
현실 경제의 붕괴에 베팅한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
마이클 루이스의 원작 소설을 영상으로 옮겨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한 [빅 쇼트]는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유발했던 서브프라임 사태를 다룬 영화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수많은 서민들은 피해를 보았고, 눈물을 흘렸고 현재까지도 고통받고 있지만 누군가는 이 거대한 패닉에서 살아남아 승자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바로 이 영화는 금융시장의 붕괴에 베팅해 위기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다.
ⓒ Plan B Entertainment, Regency Enterprises.All Rights Reserved.
이 작품은 크게 4명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누구보다 먼저 서브프라임 사태를 예측했지만 투자자들의 불신에 맞서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던 마이클 버리(크리스천 베일 분), 우울하고 냉소적인 펀드매니저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 분), 자신의 욕망에 충실해 비열한 짓도 마다않는 트레이더 자레드 베넷(라이언 고슬링 분), 월 스트리트를 떠났지만 자본주의의 비인간성에 환멸을 느끼는 벤 리커트(브래드 피트 분). 한 명, 한 명이 스타급인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접점은 없지만 분산된 캐릭터의 배치는 절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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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뭇 무거운 내용을 다루고 있음에도 비슷한 소재를 다룬 J.C 챈더의 [마진 콜]과는 달리 [빅 쇼트]는 자조섞인 웃음을 선사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금융시장을 우스꽝스럽게 비판한다. 동시에 난공불락의 견고한 성처럼 보였던 미국 금융의 시스템을 낱낱이 해부하며, 욕망에 눈이 멀어 실상은 허술했던 시스템에 걸려든 사람들의 어리석음과 비인도적인 자본주의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는데 이 과정이 비교적 편안하게, 그리고 경쾌하게 진행되어 관객으로선 큰 부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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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CDO(부채담보부증권), CDS(신용부도스왑), 닌자대출(No Income, No Job or Asset), 파이코 스코어 등등 일반인들과는 거리가 멀고,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파오는 경제 용어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지만 친절한 해설과 독특한 내러티브, 그리고 배우들의 명연기가 곁들어지면서 영화의 흥미는 배가 된다. 조금 어려운 용어가 나올 때는 셀레나 고메즈나 마고 로비, 유명 셰프인 안소니 부르댕 같은 까메오가 등장해 거품 목욕이라든지 해산물 요리를 시연하며 알기 쉽게 접근한 점도 특이하다. 때론 라이언 고슬링이 자신도 영화의 일부임을 인정하며 제4의 벽을 뚫고 나와 관객과의 대화를 시도하는데, 얼마전 [데드풀]을 재밌게 본 관객이라면 이런 연출 방식이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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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열연은 단순한 눈요기 이상이다. [폭스 캐쳐]를 통해 정극 배우로의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스티브 카렐은 그가 연기력을 갖춘 진짜배기 배우임을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으며, 최근 제작자로서, 또한 영화 속의 조연으로도 좋은 행보를 보여준 브래드 피트의 존재감도 상당하다. 외골수의 고독한 천재를 연기한 팔색조 배우 크리스천 베일이나 냉철함과 교활함을 동시에 갖춘 인물을 묘사한 라이언 고슬링까지 이들 모두는 예견된 파국에 대비하는 각각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에게 다양한 감정이입의 기회를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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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메뉴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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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퀄리티
[빅 쇼트]의 화질은모난 곳없이 훌륭하다. 특히 디테일한 표현력이 인상적인데, 가령 사람의 얼굴을 비출 때 땀구멍이나 수염과 같은 미시적인 관점에서부터 사무실 주변의 어지러운 사물이나 거리의 풍경과 같은 거시적 관점까지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색상에 있어서도 흠잡을 데가 없다. 화이트 밸런스는 잘 잡혀있고, 암부계조도 번짐없이 잘 살아난다. 다만 해외 쪽에서는 한 두 장면에서 순간적인 계단 현상이 발견된다는 이슈가 있으나 필자가 두 눈을 부릅뜨고 봐도 그런 장면을 찾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아 설령 해당 현상이 있다 하더라도 감상에 지장을 줄 만큼의 왜곡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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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는 근래 출시된 DTS-X 포맷을 적용했다. 아마 대부분 알고 계시겠지만 혹시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DTS-X란 기존 7.1 채널에 4개의 스피커를 추가해 돌비 애트모스처럼 전방위 입체음향을 즐길 수 있도록 한 차세대 음향포맷이다. 물론 [빅 쇼트]는 장르가 드라마에 가까우니만큼 임팩트 있는 웅장한 사운드를 기대하기가 조금 힘들지만 잘 설계된 효과음-이를 테면 마우스의 연속적인 클릭음과 같은-이 표현되는 장면에서는 소름끼치도록 현장감이 잘 전달된다 하겠다. 또한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인 마이클 버리의 드럼씬에서는 방안 전체를 감싸는 폭발적인 사운드를 잠시나마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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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피쳐
▷ In the Tranches: Ca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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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쇼트]는 등장인물이 많은 작품이니만큼 여러 배우들에게 섭외가 들어갔는데, 뜻밖에도 많은 배우들이 영화에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 부가영상은 영화의 주축이 되는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과 이를 연기한 배우의 연기에 대한 스텝들의 평가와 배우 자신의 설명이 소개되어 있다.
▷ The Big Leap: Adam McK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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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쇼트]는 아담 맥케이 감독에게 있어 일종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는 주로 코미디 영화를 맡아온 연출가였는데, 그런 그가 경제를 소재로 한 까다로운 작품에 손을 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원작 소설을 읽은 그는 이 시대 최고의 책을 접했다고 생각했지만 영화로 만들 생각까지는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의 에이전트가 “만약 아무거나 영화를 만들 수 있으면 무엇을 만들고 싶느냐”는 질문을 하자 무심결에 [빅 쇼트]라고 대답했고, 이에 극적으로 제작이 진행되었다. 이 영상은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라와 아담 맥케이 감독의 스타일에 대해 상세하게 알려준다.
▷ Unlikely Heroes: The Characters of The Big Sh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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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경제이슈를 다룬 영화이긴 하나, 반드시 그 문제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사실 [빅 쇼트]는 결함 투성이에 부패가 판을 치는 경제 제도의 실체를 간파한 아웃사이더들의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시스템의 붕괴에 베팅한 주인공들은 전형적인 영웅상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들은 거대한 힘에 맞서 승리를 거둔다. 이 부가영상은 각각의 캐릭터가 어떤 면에서 남들과 다른 면모를 보였으며, 누구도 예측못한 금융부실의 단초를 잡아낼 수 있었는지에 대해 더 자세한 점들을 설명하고 있다.
▷ The House of Cards: The Rise of the F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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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는 어려운 용어를 써서 우월감을 느끼려고 한다. 가령 CDO나 CDS같이 그들이 말하는 단어를 들으면 대략 정신이 없고 폐쇄적인 지식의 영역으로 여겨진다. 이렇게 어려운 단어가 고안된 것에는 이유가 있다. 이해불가능한 영역으로 여겨지다 보면 결국 일반인은 금융 거래에 이용당하기 쉬운 처지에 놓이게 되니까 그런 것이다. 영화 속에서도 충분히 설명이 되긴 했지만 금융계에서 사용했던 수법과 어려운 용어들의 허와 실에 대해 쉽고도 간결하게 설명하는 부가 영상이다.
▷ Getting Real: Recreating an 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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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맥케이 감독은 영화가 보다 인간적인 시점에서 다뤄지길 원하는 마음에서 베리 애크로이드에게 촬영을 맡겼다고 한다. 이 부가영상은 베리 애크로이드의 촬영 기법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의상의 수잔 매더슨, 편집의 행크 코윈 등 각 스텝의 역할과 의도에 대한 점들을 설명한다.
▷ Deleted Scenes(6:21)
총 5개의 삭제 장면이 수록되어 있다.
-Vennett’s Call: 자레드 베넷이 마크 바움에게 실수로 연락을 한 장면 직후에, 바움의 팀원이었던 대니 모세스의 실제 인물이 등장해 이 장면이 진짜로 일어났던 일이었음을 설명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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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rida Visit: 플로리다를 방문한 대니 모세스와 포터 콜린스가 부동산 재벌이 되기 위해 자본이 필요하지 않다는 한 강연을 구경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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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ry Homelife: 마이클 버리가 아내와 아들 니콜라스 문제로 이야기하는 장면. 학교에서 혼자 고립되어 지낸다는 아내의 걱정에 자신도 그랬다며 별거 아닌 듯 치부하려는 마이클을 보며 아내가 못마땅한 듯이 등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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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ry Aspergers: 위 삭제 장면과 연결되는 씬으로 병원에 진찰을 받으러 간 니콜라스에게 아스퍼거 장애가 있다는 진단이 내려진다. 펀드 투자자들의 압박과 더불어 개인사에서도 문제를 겪는 마이클의 고충이 느껴지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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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ny Heart Attack: 금융 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에 컴퓨터로 시황을 체크하던 마크 바움 팀의 대니 모세스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심장마비가 오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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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평
[빅 쇼트]는 분명 승자들의 이야기이지만 통쾌함을 주는 동시에 씁쓸한 뒷 맛을 관객의 몫으로 남긴다. 극 중 벤 리커트의 말처럼 미국 경제가 무너지는 것에 베팅을 한 이들은 돈을 벌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직장을 잃고, 퇴직금을 날렸기 때문이다.
마지막 순간에 영화는 관객이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일각에서는 다소 어려운 금융영화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결국 현실 경제가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금이라도 인지하고 있다면 [빅 쇼트]는 그야말로 필견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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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빅 쇼트 - 아담 맥케이 감독, 브래드 피트 외 출연/파라마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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