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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121

에반게리온: 파(破)에 관한 10가지 담론

※ 본 리뷰는 [에반게리온: 파]의 스포일러가 대량 포함된 것으로서 작품을 관람하지 않은 독자분들의 감상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 없는 리뷰를 보시려거든 여기(클릭)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필자는 그다지 [에반게리온]의 매니아라고 불릴만큼 열성적인 팬은 아니다. 기존 TV판과 구 극장판을 고작 총 4번정도 감상했을 뿐이고, [에반게리온: 서] 역시 4번정도 감상했으며, 이번 [에바게리온: 파]를 이제 두 번 관람했을 뿐이다. 따라서 기억하지 못하고 넘어간 사실이나 또는 기존 [에반게리온]의 세계관을 미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음을 인정한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에반게리온: 파]에 생긴 변화를 기점으로 생긴 담론을 잡담식으로 재미삼아 풀어놓은 글일 뿐이다. 1.시키나미 아스카 랑그레이 개..

에반게리온: 파 - 창조를 위한 파괴는 정당하다

* 본 리뷰에는 치명적 스포일러가 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미치겠다.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까. 이제부터 하게 될 이야기가 좀 매니아스럽긴 해도 [에반게리온: 파]를 보고난 지금, 올해 극장에서 본 가장 인상깊은 작품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분명해졌다. [에반게리온: 파]. 이 작품이야 말로 준비된 걸작으로서 전혀 손색이 없는 애니메이션계의 [다크 나이트]다. '사골게리온'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써가며,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재진열하는 것 마냥 방영된지 10년이 지난 [에반게리온]을 울궈먹는 가이낙스의 행태에 대해 말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에반게리온: 서]가 정교한 리테이크에 의해 탈바꿈한 수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관객들 사이에서 'TV판과 달라진 것이 없다'며 볼멘소리를 한 것이 ..

아이스 에이지 3: 공룡시대 - 온 가족을 위한 선사시대 낭만담

2002년, CG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픽사 vs 드림웍스의 양강 체계를 깨뜨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일찌감치 탄탄한 시나리오와 놀랄만큼 사실적인 표현력, 그리고 무엇보다 성인과 아이들의 정서를 고루 아우르는 픽사의 명작들은 이미 업계에서 부동의 지존임을 인식시켰고, 엄청난 물량공세로 다양한 범작과 수작을 쏟아내는 드림웍스 또한 만년 2인자에서 조금씩 위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폭스사는 CG업체인 블루스카이와 손잡고 [아이스 에이지]로 CG 애니메이션 시장의 3파전을 예고했다. 결과는 대성공. 타사의 작품들과 달리 [아이스 에이지]는 화려한 CG나 거대한 스케일이 아니라 저연령층을 위한 단순한 스토리와 전형적인 캐릭터로 정면 승부를 걸었다. 비록 픽사의 완벽한 짜임새나 드림웍스의 말재간..

썸머워즈 - 호소다 마모루의 독특한 감성 판타지

아직까지도 스튜디오 지브리 하면 일본 극장용 애니메이션계를 대표하는 독보적인 존재다. 그러나 최근 [벼랑위의 포뇨]를 통해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긴 했어도 동시에 위태로움을 보여준 이유는 지브리의 건재함이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장기 독재의 기반위에 지어진 것이기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다. 최적의 후계자 콘도 요시후미를 잃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직접 현업에 복귀하며 아슬아슬하게 지브리의 명성을 지탱해 왔으나 후계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항상 일이 꼬였다. 애당초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감독으로 내정되었던 호소다 마모루가 스폰서인 도쿠마 서점의 입김에 의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게 자리를 넘겨주게 되었을 때 그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떫떠름한 성공 이후 지브리측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

업 - 우리는 누구나 풍선달린 집을 꿈꾼다

어린시절은 누구에게나 꿈이 있다. 집이 가난하건 부유하건간에,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간에 누구나 자신만의 미래를 꿈꾼다. 그러나 삶의 무게가 짓누르기 시작하며 현실과의 타협을 끊임없이 강요받다보면 그러한 꿈을 이루는 사람은 극히 일부가 되어 버리고 만다.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신혼의 단꿈에 빠져 사는 것도 잠깐. 그 가정을 지키기 위해 미치도록 일하다가 늙어 버린 다음에는 어린 시절의 꿈을 다시 이루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경제적으로는 안정되었을지언정 용기와 건강을 잃어 버리기 때문이다. 결국 그렇게 짧다면 짧은 삶을 살다가 가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 아니겠는가. '천재'라는 수식어보다 더 걸맞는 표현이 있다면 몇 개라도 붙여주고 싶은 픽사 스튜디오의 신작 [업]은 꿈을 실천하는 어느 ..

명탐정 코난 극장판 13: 칠흑의 추적자 - 은색탄환, 부활의 신호탄을 쏘다

금년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의 최대의 화제를 불렀던 작품이 개막작인 [뮤]나, 부천 초이스 선정작인 [영혼을 빌려드립니다], 폐막작으로 선정된 인도네시아 최초의 무술 액션물 [메란타우] 같은 영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칠흑의 추적자]였다는 점은 참으로 흥미롭다. 대체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였던 영화제의 성격상 두 번에 걸친 상영 모두 광속의 매진사태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극영화가 주류를 이룬 Pifan의 작은 이변이자, [명탐정 코난]이란 브랜드가 지닌 소리없는 파워를 입증한 결과다. 이러한 현상이 더욱 의아했던 것은 [칠흑의 추적자]가 [명탐정 코난] 극장판의 13번째 작품으로서 어찌보면 진부한 시리즈의 끝물에 다다른 듯이 보인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코다마 켄지에서 야마모토 야스이치로 감독..

도쿄 마블 초콜릿 - 사랑에 서툰 이들에게 바치는 연애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한때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었다. 그만큼 남녀간의 입장이나 심리적인 차이가 결코 적지 않기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일 게다. 꼭 남녀가 아니더라도 남의 속을 안다는 것이 어디 쉬운일이겠냐마는 적어도 남녀간의 문제에 있어 생물학적 견해 차이에 의한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 않는가. 여기 연애에 서툰 여자가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좀 잘 되어가는가 싶을 때면 어김없이 두 사람을 사이를 갈라놓는 돌발상황이 발생한다. 지금은 한 남자를 만나 그럭저럭 잘 사귀고는 있지만 남자는 자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 이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 두려워 아예 이쪽에서 미리 헤어지자고 결심한다. 그리고 그 남자에게 이별을..

우르다 - 타임 패러독스를 다룬 1인 제작 애니메이션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저지른 만행은 영화나 게임, 그 밖의 매체들 속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는 좋은 소재다. 역사상 전무후무한 광기와 망상이 표출된 전쟁의 원흉이니만큼 그들의 정복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무슨 은밀한 활동을 펼쳤는지, 온갖 황당무계한 상상력을 총동원해 갖다붙이기만 해도 그럴듯한 이야기가 완성되는 것이다. 일례로 스티븐 스필버그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서 모세의 십계명이 담긴 성궤를 뒤쫓는 나치라던지, 예수의 성배를 찾는 나치라는 식의 설정을 붙여서 흥미로운 어드벤처 영화를 완성시키지 않았던가. 영화속 나치의 모습은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서 두번이나 언급되었다. 그 외에도 미국의 만화 '캡틴 아메리카'에서는 나치군이 계획했던 '슈퍼솔져 프로젝트'를 다루는가 하면, 아이라 레빈의 ..

볼트 - 픽사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디즈니의 홀로서기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등 셀 애니메이션계의 독보적인 강자로 군림해온 월트 디즈니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발전이라는 변화의 물결속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강력한 라이벌들을 맞아 힘겨운 싸움을 벌이다 급기야 대세가 되어버린 3D 애니메이션 시장을 다른 회사들에 내어주고 말았다. 자체적인 기술력의 한계를 느낀 디즈니는 동종업계의 라이벌 픽사 스튜디오와 손잡아 추락한 위상을 세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물론 [토이 스토리]부터 이어진 픽사의 불패신화는 계속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천재집단' 픽사의 영광이었을 뿐, 디즈니에게 돌아갈 몫은 남아있지 않았다. 오히려 디즈니가 독자적으로 제작한 [치킨 리틀], [로빈슨 가족]의 실망스런 결과는 픽사없는 디즈니의 무력한 한계를 증명했을 뿐이다. 이제 ..

벼랑위의 포뇨 - 지브리표 인어공주, 그 성과와 한계

일본 애니메이션의 살아있는 역사,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다시금 현역으로 돌아와 신작을 발표했다. 미야자키 본인이 공식 후계자로 지명했던 콘도 요시후미가 갑작스런 사고로 요절하고. 다시 후계로 삼았던 아들 미야자키 고로의 감독 데뷔작 [게드전기]가 평단의 높은 벽에 부딪히자 결국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후 4년만에 일선에 복귀한 것이다. 역시 스튜디오 지브리의 미래는 미야자키 하야오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일까. 1.초심으로 돌아간 미야자키 하야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전작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비록 흥행에 있어서는 크게 성공했으나, 상당수 지브리 팬들에게 있어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었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처럼 미야자키 하야오는 장남인 미야자키 고로를 후계자로 삼고 자신은 은퇴를 저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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