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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178

[블루레이] 9 (나인) - 디스토피아적 포스트 묵시록

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산업혁명 이후 멸망한 세계. 생명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곳에서 봉제인형 '9'이 눈을 뜬다. 자신을 만든 과학자는 죽어있고, 바깥 세상은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자신과 동일하게 만들어진 다른 봉제인형들의 존재를 알게 되지만 동시에 위협적인 기계괴물들의 존재도 알게 된다. 세상은 왜 멸망하게 된 것일까? 생명없는 세상에 덩그러니 남게된 9명의 봉제인형들은 누구이며 기계들은 왜 이들을 죽이려 드는 걸까? 팀 버튼의 이름을 앞세워 홍보에 나선 [9]은 아마도 작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아니 그간 헐리우드에서 발표한 애니메이션 가운데서도 손에 꼽을만큼 다크한 작품일 것이다. 막상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의 악몽]이라든가 [유령신부]같은 괴기적인 B급 블랙코미..

영화/#~Z 2010.12.20

기동전사 건담 UC 2화 단평

1년에 두 차례, 총 3년간 6부작으로 기획된 [기동전사 건담 UC]에 대한 단평. 언젠가 얘기한 적이 있는데, 정식 리뷰는 6부가 모두 완결된 시점에서 집필에 들어갈 예정이다. 오랜만에 접한 우주세기 건담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리고 정확히는 1년 전쟁 사이드 스토리의 적통성을 인계받았다는 점에서 [기동전사 건담 UC]의 감동은 남다르다. 또한 모빌슈츠간의 중량감 넘치는 액션씬이 완성도 높게 묘사되어 모처럼 마음을 두근거리면서 볼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2화는 '샤아의 재림'이라 불리는 풀 프론탈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데 이 녀석이 탑승하는 신안주가 동시에 출격한 기체보다 '무려 3배나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는 말에 뿜어 버렸다. 샤아와 아무로는 [역습의 샤아]에서 죽은 것이 맞으나, 이번에 극..

테라 3D: 인류 최후의 전쟁 - 지구인, 외계 행성을 침략하다

[테라 3D: 인류 최후의 전쟁](아주 제목에다가 3D를 붙박이로 갔다 붙였네요. 여기서는 그냥 줄여서 [테라]라고 하겠습니다)은 2007년에 완성된 저예산 애니메이션입니다. 시간상으론 무려 3년전의 작품인데 소소한 각종 영화제를 전전하다가 대중에게 공개된건 2009년이 되어서야 가능했지요. 그리고 우리는 그로부터 1년이 더 지나서야 이 작품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동안에 무슨일이 있었냐 하면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가 세상에 나왔다는 겁니다. 이 차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만약 우리가 [아바타]를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테라]를 감상했다면 조금은 다른 감흥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침공하는 주체가 외계인이 아닌 지구인이라는 사실과 화려한 공중전을 3D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테라]는 무척 ..

스카이 크롤러 - 대중성에 한발짝 다가선 오시이 마모루

15년전, 사이버 펑크 문화에 애니메이션을 접목시킨 걸작 [공각기동대]의 컬쳐 쇼크에도 불구하고 오시이 마모루 감독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사실 그의 대중적 친근함은 [기동경찰 패트레이버]에서 이미 끝나 버렸다. 속편인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2]는 훨씬 냉철한 우화로 탈바꿈했고, [공각기동대]의 철학적 담론은 그 빼어난 작품의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흥행참패의 결과로 이어졌다. 비록 일본 애니메이션계에서 손꼽힐만한 테크니션이자 작가주의 감독이지만 오시이 마모루는 대중적인 성향에서 늘 한발짝 물러선 입장을 고수했다. 괴작 [아바론]과 [시식가 열전]같은 실사물들을 제외하고라도 9년만에 내놓은 [공각기동대]의 속편 [이노센스]를 보면 오시이 마모루의 작품관이 얼마나 미학적이면서도 불편하고, 또 한..

가디언의 전설 - 비주얼과 스토리의 기묘한 부조화

[가디언의 전설]은 잭 스나이더 감독의 첫 번째 모험이자 향후의 거취를 좌우할 만한 야심작입니다. 여기서 '모험'이란 표현은 Adventure라는게 아니라 Gamble의 의미에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그간 스나이더는 유혈이 난무한 R등급 영화로 승부를 걸어왔거든요. 심지어 그가 [S.W.A.T.]의 감독직을 제안받았을 때도 TV시리즈 보다 훨씬 과격하고 어둡게 묘사하려했다가 제작사와의 충돌로 하차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가디언의 전설]은 PG-13도 아닌 PG등급, 게다가 사람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동화풍의 서사구조를 지닌 작품입니다. 명백하게 성인층을 공략하는 영화는 아니라는 얘기지요. 다시말해 잭 스나이더는 이번 작품에서 자신의 장기인 성인취향의 오락적 쾌감을 양보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뭐 좋습니..

플래닛 51 - 외계인 침공 이야기의 전복(顚覆)적 쾌감

H.G. 웰즈의 '우주전쟁' 이래 외계인들의 지구침공을 다룬 작품들은 꾸준히 확대, 재생산을 반복하며 다양한 변주를 낳았다. [E.T]나 [미지와의 조우], [코쿤]처럼 우호적인 외계인들을 다룬 작품들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인디펜던스 데이]에서처럼 호전적인 외계인들, 다시말해 미지의 생명체에 대한 공포심을 극대화하는 형태로 등장했던게 사실이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면 [디스트릭트 9] 정도일려나. 차일피일 개봉일을 미루다 마침내 국내에 개봉되는 [플래닛 51]은 기존 외계인 침공영화에 대한 비틀기를 시전한다. [플레닛 51]에 외계인이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침공의 주체가 아니라 침공을 당하는 입장이 된다. 지구인과 동일한 생활양식을 가진 그들은 외계인이 침공하면 그들의 ..

속편열전(續篇列傳) : 전자인간 337 - 마루치 아라치의 속편은 어떤 작품?

속편열전(續篇列傳) No.14 * 본 포스트는 고전열전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리뷰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임정규 감독의 데뷔작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가 15만 관객동원에 성공하며 대히트 한 것과 [로보트 태권브이: 수중특공대]의 판정패는 당시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변화를 감지할 만한 사건입니다. 아무리 태권브이라 하더라도 로봇 애니메이션으로서의 확장성에는 엄연히 한계가 뒤따랐다는 것, 반면 순수 국산 슈퍼히어로의 탄생과 인간 중심의 스토리가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개척분야로 떠올랐다는 것이었지요. 이를 의식한 김청기 감독은 차기작으로 [황금날개 123]이라는, 로봇이 아닌 슈퍼히어로에 초점을 맞춘 작품을 준비합니다. 그와는 반대로 임정규 감독은 다음 작품으로 로봇 캐릭터의 비중을 대폭..

마루 밑 아리에티 - 디테일이 살아 숨쉬는 감성 애니메이션

콘도 요시후미 감독의 사후, 확고한 후계 체제를 구축하지 못해 애니메이션 명가의 자리가 흔들리기 시작한 스튜디오 지브리의 고민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는 사실상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증명한 [게드전기]의 미야자키 고로의 자질 문제만이 아니다. [모노노케 히메]에서의 은퇴선언 후 본의 아니게 현역을 떠날 수 없었던 미야자키 하야오도 점점 한계에 부딪히고 있었다. 지브리식 인어공주를 표방한 [벼랑위의 포뇨]는 모처럼 어린이의 눈높이로 돌아온 지브리표 동화였지만 제작기간 내내 표절문제에 시달린데다 이전같은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을 놓친건 스튜디오 지브리의 가장 뼈아픈 실수였을 것이다. 이제 더는 뒤로 물러설 곳이 없다고 판단했던 것일까? 스튜디오 ..

자연과 인간의 공존,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

스튜디오 지브리의 테마는 비교적 한결같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사라져 가는 것과 남아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이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이후 지속적으로 재기된 문제로서 [모노노케 히메]에서 그 절정을 이뤘다. 실제로 문명의 발달과 함께 현 지구상의 환경은 급속도로 위협을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한 폐해도 만만치 않다는 걸 볼때 이같은 지브리표 애니메이션의 선구안은 꽤나 놀라운 것이라 하겠다. 이번 주말에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외치는 지브리 애니메이션과 함께 보내보도록 하자. 마루 밑 아리에티 -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사실상 2선으로 물러선 미야자키 하야오가 후계 체제를 검증하기 위해 시험대에 올린 작품. 신예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이 연출을 담당해 지브리 특유의 동화적..

고전열전(古典列傳) :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 독창적 토종 슈퍼히어로물의 쾌거

고전열전(古典列傳) No.19 1973년 제1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서울에서 개최되자 태권도는 전국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기 시작합니다. 같은해 MBC 라디오에서는 태권도를 소재로 한 어린이 연속극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를 매일 15분씩 방영하면서 큰 인기를 얻습니다. 그리고 1976년에는 김청기 감독의 [로보트 태권브이]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태권도 열풍을 이어가기에 이르지요. 휴전 이후 '세계적인 자국 문화'에 목말라 하던 한국민에게 있어서 태권도라는 국기(國技)의 글로벌화는 그만큼 민족문화의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로보트 태권브이]에서 주인공 훈이가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도 우연이 아닌 셈이지요. [로보트 태권브이]의 흥행성공은 곧이어 2편인 [로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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