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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산업혁명 이후 멸망한 세계. 생명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곳에서 봉제인형 '9'이 눈을 뜬다. 자신을 만든 과학자는 죽어있고, 바깥 세상은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자신과 동일하게 만들어진 다른 봉제인형들의 존재를 알게 되지만 동시에 위협적인 기계괴물들의 존재도 알게 된다. 세상은 왜 멸망하게 된 것일까? 생명없는 세상에 덩그러니 남게된 9명의 봉제인형들은 누구이며 기계들은 왜 이들을 죽이려 드는 걸까?

팀 버튼의 이름을 앞세워 홍보에 나선 [9]은 아마도 작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아니 그간 헐리우드에서 발표한 애니메이션 가운데서도 손에 꼽을만큼 다크한 작품일 것이다. 막상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의 악몽]이라든가 [유령신부]같은 괴기적인 B급 블랙코미디를 기대했던 분들이라면 [9]의 생소함에 적잖이 당황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9]이라는 작품이 실은 팀 버튼이 아닌 쉐인 액커 감독의 창작물이기 때문이다.

ⓒ Focus Features, Relativity Media. All Right Reserved.


UCLA의 애니메이션 워크샵 과정을 수료중이던 쉐인 액커가 학과 프로젝트로 계획했던 단편 애니메이션 '9'은 약 4년 반의 긴 제작과정을 거의 혼자서 도맡아 하다시피한 작품으로서 애초에 스톱모션으로 제작될 예정이었으나 제작비가 너무 많이 소요된다는 판단에 따라 CGI로 변경되었다. 인간이 살지 않는 황폐한 도시를 배경으로 봉제인형과 괴물 로봇의 대결을 그린 [9]은 대사없는 무성영화의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10분 남짓한 무성극안에는 묵시록적 세계관과 철학적 여운을 남기는 독특한 매력이 자리잡고 있다. 제작자 팀 버튼은 이처럼 단편 '9'이 시각적 스토리 전달과 판토마임에 중점을 두면서 대사 없이 스토리를 전달한다는 점에 매료되었다.


ⓒ Focus Features, Relativity Media. All Right Reserved.


단편 애니메이션 '9'의 매력은 쉐인 액커가 생각한 아이디어가 무성극의 형태로 고스란히 표현된다는 점에 있었다. 팀 버튼은 판토마임으로만 진행되는 '9'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장편 애니메이션에서도 대사량을 최소화 시키길 원했지만 공동으로 제작을 맡은 티무르 베크맘베토브는 장편으로 버전업 될 [9]에서 대사가 좀 더 많아져야 된다고 생각했다. 쉐인은 좀 더 개방적인 관점에서 두 사람의 의견을 절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갔는데, 그 결과 [9]의 초반 5분 동안은 내레이션을 제외하곤 아무런 대사도 사용되지 않지만 상당히 높은 몰입도를 보여주게 된다.


2009년작 [9]은 원작 단편의 확장판으로서 세계관과 주요 플롯은 동일하지만 배경설명이 보강되었고, 좀 더 구체적인 기승전결과 더불어 다양한 캐릭터가 추가됐다. 모험의 스케일과 액션에 있어서도 단편의 한계로 보여주지 못한 부분을 마음껏 표현하고 있는데, 분명 눈으로 보여지는 비주얼적인 신선함만으로 따지자면 [9]의 완성도는 크게 흠잡을데가 없다. 세기말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어딘지 음산하지만 일면 귀여운 구석도 보이는 봉제인형 캐릭터들의 모습은 [9]이란 작품의 이색적인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9]은 기존 헐리우드 애니메이션과의 차별성을 나타내는 면에서 원작 단편이 지녔던 독창적인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아쉬움을 남긴다. 집중도를 높히는 강렬한 연출의 부재나 뭔가 있어보이는 듯 그 실체가 명확하지 않는 주제의식의 허전함은 마치 김빠진 오시이 마모루의 작품을 보듯 미적지근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PG-13 등급으로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이례적인 등급판정을 받아 보다 높은 표현의 자유도를 보장받았으나, 정작 작품은 아이들을 위한 작품도, 어른을 위한 작품도 아닌 어정쩡한 형태로 머무르게 되었다.

ⓒ Focus Features, Relativity Media. All Right Reserved.


이렇듯 실험적인 성향과 기성품의 잔재가 공존하는 [9]의 성격은 무척이나 컬트적인 것에 가깝다고 하겠다. 실패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성공한 작품의 반열에 넣기에도 모호한, 좀처럼 평가를 내리기가 어려운 작품이다. SF랄까, 판타지랄까, 아니면 액션물이라고 해야하나. 장르적인 범주도 명확히 구분짓기 애매한 [9]이 보다 정체성을 분명히 가졌더라면 지금보다는 훨씬 개성있는 결과물이 나와주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 Focus Features, Relativity Media. All Right Reserved.



절대적으로 [9]은 DVD가 아닌 블루레이로 감상해야 할 작품이다. 디지털 소스를 트랜스퍼한 VC-1 코덱의 1080p급 HD영상은 매 프레임마다 매우 뛰어난 선예도와 색감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화면이 많이 사용된 작품이지만 암부 표현력도 훌륭하다. 기계괴물의 타오를 듯 붉은 눈, 한올 한올 살아있는 듯한 삼베조각의 질감, 그림자와 먼지 효과 등 디테일한 색상과 이미지가 기술적인 관점에서 완벽에 가깝게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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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cus Features, Relativity Media. All Right Reserved.


DTS-HD 5.1로 마스터링된 사운드는 균일하게 파워풀한 현장감을 전달하지만 효과음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사의 음량 자체가 조금 낮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원작 '9'이 지닌 무성극의 특징을 인식해서 쉐인 액커 감독이 의도적으로 보이스 음량을 낮춘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그밖에 리어 스피커와 LFE 출력은 생동감이 넘치며 몇몇 액션씬에서 그 진가를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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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cus Features, Relativity Media. All Right Reserved.


본편에는 쉐인 액커, 조 크산더, 닉 켄웨이 등이 참여한 오디오 코멘터리를 포함하고 있으며, 별도로 수록된 각 서플먼트의 러닝타임은 길지 않지만, 나름 핵심적인 부가영상들을 다양하게 수록하고 있어 비교적 만족스러운 편이다. 또한 오디오 코멘터리를 포함한 모든 부가영상에는 한국어 자막이 수록되어 있다.


▶ 9-The long and the short of it

메인 메이킹 필름. 원작인 단편 '9'이 탄생하게 된 과정과 팀 버튼이 이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제작에 참여하게 된 경위, 그리고 각 스텝들이 [9]을 만들기 위해 편집회의를 하는 모습 등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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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n tour with Shane Acker

[9]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쉐인 액커가 직접 편집, 애니메이션, 특수효과 등 각 부서를 돌아다니며 각자의 파트가 담당한 역할을 소개해 주는 메이킹 필름. 굳이 [9]에 한정짓지 않더라도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 나오는데 필요한 부서들은 무엇이며 어떤 작업을 거치는지, 상식적으로 알아두면 좋을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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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look of 9

주로 영화의 분위기나 시대적, 공간적 배경에 대한 제작진의 설명이 들어 있다. 작품에 사용된 소품들은 어떤 시대상을 의미하는지, 각 기계괴물들은 어디서 모티브를 얻었는지 등 작품의 배경설명에 충실한 부가영상. 영화를 감상할 때는 미처 느끼지 못한 점들도 이 부가영상을 보고나면 '아, 그게 그런 것이었구나'하고 이해하게 된다.

ⓒ Focus Features, Relativity Media. All Right Reserved.


▶ Acting out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표정연기나 그밖의 동작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동원되는지를 보여주는 영상. 애니메이터와 애니메이션 캐릭터, 그리고 성우(배우)들의 실제 연기가 혼연일체가 되어 탄생하게 되는 결과물임을 확인할 수 있는데, 각 애니메이터들이 각자 모니터 옆에 거울을 놓고 자신의 표정을 관찰하며 그것을 캐릭터에 재현시키는 장면 등이 흥미롭다.

ⓒ Focus Features, Relativity Media. All Right Reserved.


▶ 9-The original short

[9]의 원작인 오리지널 단편 '9'을 수록. 쉐인 액커와 애니메이션 파트 감독을 맡은 조 크산더의 음성 코멘터리가 포함되어 있다.

ⓒ Focus Features, Relativity Media. All Right Reserved.


▶ 삭제장면

1.The true revealed

새롭게 창조된 로봇이 어떻게 인간을 배신하고 세계를 멸망시키게 되었는가에 대한 과학자의 기록에서 삭제된 장면.

ⓒ Focus Features, Relativity Media. All Right Reserved.


2.Throw me the end of your rope

인형들의 아지트에 조류형 로봇이 난입하는 씬에서 1번이 망토를 버리고 목숨을 건진 다음 밧줄에 메달린 인형들이 가까스로 살아남는 장면이 삭제됨.

ⓒ Focus Features, Relativity Media. All Right Reserved.


3.The fall out

1이 다수를 위해서는 소수의 희생이 불가피함을 주장하고, 뒤이어 8이 6에게 봉인된 상자의 열쇠를 집어 던지는 장면. 이 부분은 엔딩장면의 변경과 함께 삭제되었다.

ⓒ Focus Features, Relativity Media. All Right Reserved.


4.Taking the offensive

1이 9에게 그동안 미안했다고 사과하는 장면.

ⓒ Focus Features, Relativity Media. All Right Reserved.


5.The scientist's legacy

얼터너티브 엔딩. 과학자의 봉인된 상자를 9이 열쇠로 열자 그 안에는 희망이란 단어가 들어있다. 이어서 비가 내린다.

ⓒ Focus Features, Relativity Media. All Right Reserved.




신예 감독 쉐인 액커의 [9]이 이질적이면서도 독특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비록 관객이 기대한 만큼의 강렬한 메시지를 주는데는 실패했으나, 헐리우드식 정형성에서 벗어난 창의적인 세계관과 캐릭터를 구축하는데는 비교적 성공적이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나 새로운 관점으로 묘사한 디스토피아적 포스트 묵시록의 비주얼은 그 어떤 작품에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은, 아니 그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고 하겠다. 아울러 [9] 블루레이의 경우 훌륭한 AV 퀄리티에 완벽한 한글자막 지원으로 높은 소장가치를 지닌 작품임을 확신한다.

* 편의상 단편은 '9'으로 장편은 [9]으로 표기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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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9 (나인) - 스틸케이스 한정판 - 6점
쉐인 액커 감독, 일라이저 우드 외 목소리/아인스엠앤엠(구 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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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ack Swa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오 이거 제 블로그 이웃분이 열심히 추천하시던 영화네요!
    생각난 김에 빨리 봐야겠슴다. 좋은 글 잘 봤어요^^

    2010.12.20 10:31
  2. 붉은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냥 단편으로 두었으면 좋을 뻔했을 영화였죠. 뭐 장편도 영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그냥 미야자끼 하야오 작품의 헐리우드 리메이크처럼 보인달까...

    2010.12.20 15:05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실 작품의 잠재력은 무한한데 이걸 풀어내는 과정이 조금 진부했던게 아닐까 싶어요. 어쨌거나 팀 버튼, 베크맘베토브의 입김이 안 들어갈 수가 없었을테니까요.

      2010.12.20 16:22 신고
  3. 보름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극장에서 본 영화로군요. 비주얼은 나름 훌륭했는데 스토리가 딸렸던... 감독을 팀버튼으로 착각하고 가서 봤던 터라 좀 진부한 스토리 전개에 실망했던 기억이 나네요.

    2010.12.2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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