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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That Review 1706

그렘린 (코믹스) - 장태산의 하드보일드한 번안 극화

예전 [람보] 코믹스 리뷰(바로가기)에서도 설명했듯이 1980년대 중후반까지 국내 만화계에서는 헐리우드 영화를 컨버전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저작권 측면에서는 떳떳하지 못한 점이 있으나 작가의 재해석이 들어간 이러한 작품들은 극장을 찾아갈 형편이 되지 않는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하위 문화의 일부였다. 사실 이런 번안물의 특징 중 하나는 작가에 의해 원작 영화와는 다른 결말을 가지거나 작품의 분위기가 매우 다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영화를 이미 감상한 입장에서도 비교해서 보는 재미를 주곤 했다. 게다가 작가군이 김형배나 박동파 화백 같은 당대의 내노라 하는 실력파 만화가들이 번안활동을 하던 시기라 작품의 퀄리티에 있어서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야수라 불리운 사나이], [나간다 용호취]로 인기를 끌..

정의의 사자 로봇 캉타 - 잊혀진 고전 SF 사이보그 에이스 (개조인간 에스)

데즈카 오사무의 [철완 아톰]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을 무렵, 일본에서는 인간형 사이보그를 주인공으로 한 또 하나의 만화가 주목을 받게 된다. 바로 원작자 히라이 카즈마사와 만화가 구와타 지로의 공동작업으로 탄생한 [에이트맨]이다. 1963년 5월에 연재를 시작한 [에이트맨]은 그 해 11월부터 TV로 방영되어 [철완 아톰]에 필적할만한 히트를 기록한다. 어떤 얼굴로도 변신 가능한 인조피부, 투시능력을 가진 전자렌즈. 초음파를 감지하는 귀, 무엇보다 담배형 에너지 충전장치로 체내 원자로를 가동시키는 원리는 무척 파격적인 설정이었다. [에이트맨]은 [철완 아톰], [철인 28호]와 더불어 일본 만화계에서는 사이보그-로봇물의 선구적 작품으로 수많은 작품들에 영향을 주게 된다. 한국에서는 1976년부터 소..

로봇 삼국지 - 김삼 화백의 시니컬한 명랑 로봇만화

현재 50대의 남성들에겐 전설같은 만화가 있다. 이석 작가의 [철인 삼국지]다. [악동이]로 유명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희재 이사장이 한 잡지의 공모전에서 2등으로 당선되어 이정문 화백의 문하생으로 들어간 계기도 [철인 삼국지]를 모사해 보낸 그림이었을 만큼 당대에 있어서는 대단한 인기작이었다. 그런데 이종진 작가의 [철인 28호]나 김산호 화백의 [라이파이] 같이 당대 초히트를 기록한 작품들이 드문드문 개인 소장가들의 서가에 남아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철인 삼국지]는 가히 '전설의 고향'급으로 그 실체가 무형문화재 수준이다. 왜일까. 1972년에 발생한 정모군 자살사건이 그 원인일게다. 만화계의 분서갱유라 불릴만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온 이 사태는 사건의 당사자인 정모군이 평소 '장비'가 죽은..

로보트 태권브이 박스셋 작업기 (4부)

내 맘대로 만들어보는 태권브이 박스셋 마지막 시간입니다. 이번에는 [로보트 태권브이와 황금날개의 대결]이죠. 공식적으로는 태권브이 4편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 내용면에서는 [황금날개]의 속편으로 보는 것이 더 바람직한... 묘한 크로스오버입니다. 태권브이 시리즈는 항상 코믹스 버전으로도 발매되었는데, 1편의 경우는 김승무 작가가, 2편은 김승무 버전과 김형배 버전이 공존하고, 3편은 김형배 화백 단독으로 발표가 되었죠. 4편은 김형배 버전, 한재규 버전으로 발표된 바 있죠. 제 기억이 맞다면 월간 새소년은 김형배 화백의 작품이, 월간 소년세계는 한재규 작가의 작품을 연재되었을 겁니다. [로보트 태권브이와 황금날개의 대결]은 [로보트 태권브이] 1편과 더불어 클래식 4부작 중에서는 유일하게 DVD로 출시된..

고전열전(古典列傳) : 신칸센 대폭파 - 스피드의 원조격인 열차 재난영화

고전열전(古典列傳) No.29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 대부분은 1994년작 [스피드]를 보셨을 겁니다. 키아누 리브스와 산드라 블록, 그리고 감독인 얀 드봉 모두 스타덤에 올랐던 이 작품은 일정 속도밑으로 떨어지면 폭발하게 되어있는 버스안에서 폭파범과 긴박한 대결을 벌이는 액션물이죠. 2편까지 만들어져 폭망했지만 적어도 1편만큼은 액션물의 수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스피드]의 원전격인 영화가 1975년에 이미 나왔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그것도 헐리우드가 아닌 일본에서 말입니다. 사토 준야 감독의 [신칸센 대폭파]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한국에서는 일본문화금지 정책에 의해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금이 된 이후 2004년 메가박스 일본영화제에서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되어 매진을 기록한 ..

위플래쉬 - 음악영화를 가장한 액션 스릴러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그린 영화들을 보면 미담일색입니다. 그 대부분은 문제 학생을 정상적(?)인 사람으로 만드는 뛰어난 멘토의 캐릭터 구조를 가지고 있죠. 뭐 이건 이거 나름대로 아직까지 먹히는 이야기이긴 한데, 진부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 틀을 깬 영화가 [위플래쉬]입니다. 이 영화는 겉으론 음악영화의 장르적 베이스를 취하면서도 구조적으로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조명합니다. 그런데 이야기의 진행과 캐릭터의 구성은 전혀 다릅니다. 우선 이 영화의 학생은 매우 선량하고 순진합니다. 반면 선생이란 작자는 말그대로 '폭군'입니다. 음악적 능력은 탁월하지만 제자를 보듬거나 격려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죠. 멘토보다는 조련사에 더 가깝달까요. 처음에는 그저 잘하는 재즈 드러머가 되려 했던 학생에게서 재능을..

영화/ㅇ 2015.03.13

바람의 검심: 전설의 최후편 - 아쉬움이 더 큰 실사판

수많은 명작 만화와 애니메이션들이 일본 실사영화로만 나오면 괴작으로 돌변하는 기현상 속에서도 유독 빛을 발한 작품이 있었으니 오오토모 케이시 감독의 [바람의 검심]이다. 가면라이더 출신의 배우 사토 타케루를 켄신으로 캐스팅한다고 했을때 부터 극심한 반대와 조롱을 한몸에 받으며 제작을 단행한 이 작품은 기존 실사화 영화들에 대한 편견을 가볍게 날려버리며. 원작에 대한 이해와 각색, 스타일리시한 액션, 캐릭터의 현실적인 리파인까지 모두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둔 작품으로 성공을 거뒀다. 아마 여기까지였더라면 실사판 [바람의 검심]은 말 그대로 전설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방대한 원작의 에피소드와 켄신이라는 사나이에 얽힌 인과율의 관계를 우도 진에와의 단판승으로 끝내기엔 아까웠을 터. 3부작을 목표로 시시오..

영화/ㅂ 2015.03.11

로보트 태권브이 박스셋 작업기 (3부)

스스로 만드는 로보트 태권브이 박스셋 제작기 3부입니다. 이번에는 [로보트 태권브이: 수중특공대]를 작업했습니다. 우선 이 녀석에 대해서 조금 언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로보트 태권브이: 수중특공대]는 1977년에 개봉한 태권브이 시리즈 3편으로, 시기적으로는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와 맞대결을 벌인 작품입니다. 1,2편에 참여한 임정규 작화감독이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에 참여하는 바람에 전체적인 스텝구성에 차질이 생긴 작품이기도 하지요. 작품 곳곳에서는 [UFO로보 그렌다이저]의 흔적이 묻어나기도 하지만 지상과 우주에 이어 심해로 무대를 옮긴 제작진의 고심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태권브이 우주작전과는 달리 이 작품은 비디오 테잎으로도 출시된 바 있는데, 보급용인 VHS판과 이보다 조금 더 화질이 좋..

백설공주 살인사건 - SNS와 마녀사냥

몇 년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채선당 임산부 폭행사건'은 SNS의 위력과 부작용이 고스란히 드러났던 일화다. 가해자가 오히려 피해자처럼 둔갑해 버리는 상황, 어떠한 검증 절차없이 감정적으로 거대한 여론을 만들어 상대방을 유죄로 단정해버리는 SNS의 마녀사냥식 파괴력은 누구도 예상치 못할 정도다. 물론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과 같이 그냥 그렇게 묻혀질 뻔 한 사건을 공론화시켜 관성적으로 사건을 처리하려 했던 사법기관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드는 순기능도 존재하는 건 분명하다. 물론 이 경우에도 자칫 용의자가 아닌 엉뚱한 BMW 차량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부작용이 여실히 드러나긴 했지만. 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한 미모의 직장여성이 살해당한 사건을 다룬다. 누구에게나 친절했고 뛰어난 미모로 관심을 한 ..

영화/ㅂ 2015.03.05

나이트 크롤러 - 나쁜 놈이 더 잘 사는 세상

“LA지역 TV뉴스의 방송시간 중 절반은 법안, 교육, 이민, 복지 등 주 정부에 관한 내용을 단 22초만에 요악하지만 지역 범죄 뉴스는 무려 14배인 5분 7초를 할애한다”. [나이트크롤러]의 주인공 루이스 블룸이 뉴스 방송의 실태를 분석한 이 말은 오늘날의 미디어가 어떤 얼굴을 가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사입니다. 사실 뉴스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다룬 영화는 [나이트크롤러]가 처음은 아닙니다. 시드니 루멧의 걸작 [네트워크]나 제임스 L. 브룩스의 [브로드캐스트 뉴스]는 TV 비즈니스의 추악한 면을 비교적 코믹한 터치로 다룬 영화들이었죠. 하지만 [나이트크롤러]는 이들의 풍자적인 관점과는 달리 더 직접적이고, 신랄한 시각으로 이 세계를 다룹니다. 루이스는 이렇다할 직업이 없는 단순 절도..

영화/ㄴ 201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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