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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로봇 만화에서 일본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 가운데는 [달려라 마징가 X]나 [황금불사조와 라이징가]처럼 아예 캐릭터를 대놓고 카피한 것이 있는가 하면, 일본 메카닉을 토대로 이를 변용해 나름의 리폼을 거친 경우도 있다. 어느 쪽이 되었든 저작권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둘 다 바람직 한 것은 아니나 후자의 경우 모방에서 오는 키치적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 대표적인 예로서 1980년대 초중반을 풍미했던 김은기 작가의 [변신로보트]가 있다. 우선 이 작품은 현대코믹스 레이블의 대표적인 로봇 만화로서 다수의 시리즈를 양산한 바 있는데, 1편에 해당하는 작품의 표지에는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의 발키리 일러스트가 당당하게 그려져 있다 -_-;;; 문제는 이 작품의 등장하는 어떤 기체도 발키리와는 전혀 닮지 않았다는 것.

[변신로보트]의 배경은 서기 2038년의 먼 미래로, 주인공 호림이와 봉고가 기계군단 드라켄의 야욕에 맞서 한국의 피닉스 K를 조종한다는 단순한 내용이다. 여기에 약방의 감초같은 꼬마로봇 또또와 홍일점인 혜리가 한 팀을 이룬다.

초반에는 피닉스 K의 신무기 바주카포를 테스트하면서 시작되는데, [에이리언]의 영향인 것이 분명한 '알리엔(외계인)' 모습을 뜬 로보트와 맞대결을 펼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드라켄 측에서도 이에 질세라 300분의 1 모형전투로 피닉스K와의 가상 모의전을 실시하는데, 여기서 등장하는 드라켄의 주력 메카는 광선검을 사용하는 X-1, 무쇠펀치의 X-2, 전기 풍뎅이 X-3 이다. 세계정복을 꿈꾼다는 집단이 고작 300분의 1 크기의 장난감 프라모델로 모의전을 하다니 실로 어처구니가 없지만 몇년 뒤 김청기 감독의 [외계에서 온 우뢰매 2]에서 외계인들이 장난감을 조종해 지구 정복을 시도하는 내러티브를 선보인 바, 매우 선구안적인(?)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각주:1]

ⓒ 현대코믹스 All rights reserved.

참고로 X-1은 [기동전사 건담]의 자쿠를 빼닮았고, X-2는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와 C3PO의 얼굴을 반반쯤 섞어놓은 모습이니 실로 기괴하다. X-1의 광선검이 [기동전사 건담]의 빔샤벨인지 [스타워즈]의 라이트 세이버에서 유래한 것인지는 딱히 밝혀내기도 귀찮아 진다.

ⓒ 현대코믹스 All rights reserved.

중반부에 이르러 피닉스 K는 X-1, X-2의 협공을 받아 한쪽 팔을 잃고 마는데, 이는 피닉스 K의 또다른 신무기 팔뚝 레이저 광선포를 개발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한쪽 팔을 쑥 빼면 레이저포의 총신이 드러나는 설정이야말로 그 유명한 [우주해적 코브라]의 그것에서 차용한 것임을 부정할 수 없으리라.

ⓒ 현대코믹스 All rights reserved.

 

한편 피닉스K를 이긴 X-1, X-2가 도심을 파괴하며 기세등등하자 다시 출동한 피닉스 K의 레이저포에 기습을 당해 X-2가 파괴되며 X-1는 치열한 접전끝에 피닉스 K의 비밀무기인 어깨위의 번개칼에 쓰러지게 된다. 단행본 분량에 모두 끼워 넣기에는 부족했던 탓인지 드라켄 군단의 마무리 수단이었던 X-3는 등장할 기회조차 없이 급마무리 된다.

내용면에서는 특이점이 없다 할지언정 [변신로보트] 시리즈의 백미라면 주력기체인 피닉스 K일 것인데, 비행형과 로봇형으로 변신하는 가변형 기체로서 디자인의 토대는 [과학닌자대 갓챠맨 (독수리오형제)]의 갓 피닉스다. 독수리형의 얼굴이 매서운 느낌을 주며 갓 피닉스의 몸체를 그대로 로봇형태화시킨 디자인이 나름 봐줄만 하다.

ⓒ 현대코믹스 All rights reserved.

사실 당대 주요 SF작가들과 비교해 볼때 작화의 수준이 떨어지는 편이나 이 작품은 의외로 많은 시리즈를 가지고 있다. [변신로보트 대 전자인간], [변신로보트 대 초능력자], [돌아온 초능력자], [변신로보트 휘닉스 K],  [까불이 로보트 또또] 등의 후속작들이 현대코믹스로 발간되었고, 현대코믹스의 경쟁사인 다아니믹 콩콩을 통해 스핀오프격인 [변신로보트 슈퍼 스파르탄]이 출간되는 이례적인 사례도 남겼다.

본명이 김철호인 김은기 작가는 90년대 한국 주간만화잡지 세대들에게 [헤비메탈 식스]나 [컴뱃메탈 해모수]로 익숙하겠지만 80년대 초반부터 SF에 일가견이 있는 스토리 작가겸 만화가로 더 잘 알려졌다. 특히 그의 작품 중 [해저전함 잠수 거북선]은 이서방문고의  1천만원고료 공모전에서 3등(당시 상금 2백만원)을 수상했는데, 이 작품에서도 호림이와 봉고 콤비의 활약을 볼 수 있다. [각주:2]


ⓒ 김은기 All rights reserved.


여하튼 [변신로보트]는 당시 트렌드를 주도하던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특징을 이것 저것 조합해 만든 일종의 B급 패러디같은 작품이다. 지금 세대의 사람들에겐 한낱 조소의 대상일지는 몰라도 그 당시 주 소비층인 어린이들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맛있는 불량식품같은 만화였달까...


※ 추억의 만화 구입합니다. 로봇만화를 비롯한 SF물, 다이나믹 콩콩 코믹스 및 현대코믹스 등등 이제는 놓아주어야 할 아이들이 있다면 주저말고 저한테 연락주세요^^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1. 드라켄 집단의 이와같은 모의전투는 [변신로보트] 시리즈를 통해 반복되는 일종의 클리셰이다. [본문으로]
  2. 김은기 작가는 밀리터리 마니아로도 알려져 있는데, 이 같은 관심사를 바탕으로 장편소설 [유령의 핵항모]라는 작품을 발표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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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장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가가 밀리터리 쪽에 일가견이 있어 그런지 ... 여타 카피 만화에 비해, 설정등이 나름 디테일 하군요 .. 상당히 연구한 듯 ..
    기왕이면 그림체도 좀 어떻게든 해보지 ㅠㅠ

    2015.06.30 15:44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당시 김은기 작가의 작품이 나름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꽤 마니아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당대 SF작가들에 비하면 작화가 참담하죠 ㅠㅠ

      2015.06.30 21:22 신고
  2. BLUEnLIV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새머리 로봇 만화를 어릴 때 봤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군요…

    2015.06.30 23:21 신고
  3. 소주랑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닉스K라는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비행체로 변신한 모습을 보니 기억이 확~ 납니다.

    근데, 잠수거북선은 저 뒤에 달린 주포가 용머리 뒤통수에다 대고 발사될까 심히 걱정됩니다.

    2015.07.01 18:45 신고
  4. 채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닉스K, 어렸을 때 친구집에서 빌려본 기억이 있습니다.
    위에 내용과는 다른 내용이었는데, 제가 본 내용은 주인공이 새끼 피닉스란걸 만들어서 악당이 있는 무인도로 가고, 악당이 숨겨놓은 핵폭탄을 찾아 돌아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주인공은 핵폭탄을 무기(?)로 박사를 협박 아닌 협박으로 아침 늦잠을 보장 받았다는 그런 것이었지만, 그 당시는 그 만화의 피닉스K 가 멋지게 보였지요.

    2015.07.02 11:47
  5. 잠본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피닉스K의 디자인 자체는 꽤 흥미로웠죠. 이집트 신같은 느낌이랄까. 표절함량이 가장 적은 편이기도 하고.
    박사님 생긴게 오키타 함장 판박이라든가 또또 디자인이 아날라이저에 사람 얼굴 달아놓은거라든가 하는 식으로 우주전함 야마토에서 따온것도 꽤 있는듯.

    2015.07.04 20:26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피닉스K만큼은 오묘한 카피에 나름의 오리지널이 섞여 볼만했지요. 문제는 김은기 작가의 작화력이 뛰어난 편은 아닌지라... 뭔가 엉성해보인달까...

      2015.07.05 01:31 신고
  6. sharkma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알리엔이란 건 프라레스 산시로에 나오는 블러디 X라는 놈입니다.

    2015.07.04 20:37
  7. 책만드는 사람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은 밀리터리 블로그 운영하시는 것 같네요... http://militarystory.tistory.com/
    어렸을 적에 이태행 선생님 초기작 좋아했었는데.. 이렇게 관련 되신 분 언급되니 느낌이 새롭네요.^^;

    2015.07.05 02:15
  8. 정체불명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순간 첫 사진만보고 스페이스 간담V가 생각났네요.

    2015.07.06 18:16
  9. 천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에 본 기억이 있는 만화입니다. 제목을 몰랐었는데 저렇게 평범한 제목이었을줄이야.^^;;;

    참고로 저 X-2라는 로봇은 스타워즈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아니기도 합니다. 우주해적 코브라에 나온 "해머볼트 죠"라는 캐릭터를 모방한 것이기 때문이죠. 해머볼트 죠는 코브라 4권 '황금의 남자'편에 나오는 악당인데 마스크가 다스베이더 마스크입니다.^^ 헬멧만 없죠. 노골적으로 다이베이더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어선지 황금의 남자 에피소드에만 출연하고 죽는 악당입니다. 이 악당의 무기가 양팔을 로켓주먹으로 날려 공격하는 겁니다. 방향조종도 되서 피해도 다시 돌아와 공격하기 때문에 나름 위협적이었습니다.

    그림이 별로인데다 캐릭터나 등장메카들이 여기저기서 본듯한 것들이라 크게 제 흥미를 끌지는 못했던 작품이었습니다. 이 캐릭터나 메카가 어디 나온 무엇을 연상시키는 것이더라 하는 재미는 있었습니다만^^;

    2015.07.12 23:17
  10. 헬몬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은기 이름은 잘 아는데 이러한 만화를 그리던 사람이었군요..헣

    2015.07.16 10:37
  11. MMM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닉스 K는 그전에 낸 우주로봇 바이킹X의 주역기인 바이킹X(표지는 다스베이더 실사 클로즈업+황금날개 1호와 2호)에서 머리의 변신기능을 생략했지요. 바이킹X의 형태는 용자 라이딘의 라이딘. 차이점이라면 비행형 변신시 팔을 위로 올리고 수축시켜 주먹만 튀어나오고 다리는 어영부영 일체형이 된 정도? ^^;

    2015.08.16 12:45
  12. MMM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닉스 K는 그전에 낸 우주로봇 바이킹X의 주역기인 바이킹X(표지는 다스베이더 실사 클로즈업+황금날개 1호와 2호)에서 머리의 변신기능을 생략했지요. 바이킹X의 형태는 용자 라이딘의 라이딘. 차이점이라면 비행형 변신시 팔을 위로 올리고 수축시켜 주먹만 튀어나오고 다리는 어영부영 일체형이 된 정도? ^^;

    2015.08.16 12:45
  13. 809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초등학교 때 학교 앞 문방구의 가판대에서 구입한 작은 포켓용 만화책 2권. 한 권은 고우영 님의 로보트 킹이었고, 다른 한 권은 제목이 기억나지 않지만 독수리 머리를 한 로봇이 나왔지요. 그 작품을 십수년 째 찾았지만 발견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페니웨이 님의 이 글을 보고 드디어 그 책의 제목을 알게 되었네요!
    이 책을 구하고 싶은데 온라인으로는 구할 방법이 없을까요?
    또 플라잉 타이거즈 라고 김은기 님이 작가로 쓰신 전투기 만화인데 그것도 그립네요.

    2016.09.28 13:06
  14. 809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역시 오프라인으로 구할 방법밖에 없네요. 더군다나 구하기 힘들어서 가격이 엄청날 것 같군요.
    지역의 헌책방들을 기웃거려 봐야겠습니다.
    아무튼 정말 페니웨이 님 덕분에 그동안 골치 아플 정도로 궁금했던 것이 한 번에 풀려서 속 시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6.09.29 11:01
  15. 김영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은기 작가의 만화 중 발키리와 동일한 로보트를 주역으로 등장시킨 죠스X라는 만화가 있었습니다. 변신시 전투기의 기수가 되는 부분에 상어입모양을 그려 놓았고 로보트모드일 때는 머리인 부분이 전투기모드에서는 캐노피 부분이 되는 차이만 제외하면 완벽히 발키리와 동일한 디자인이었습니다.
    그외에 우주전함 야마토를 참조한 게 틀림없는 우주항공모함 타이거77이란 만화도 있었습니다.
    이 만화들은 김은기 작가의 다른 만화들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지는(다시 말해 재미가 없는) 편이라 거의 잊혀진 것 같습니다.

    2019.04.17 21:23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볼 수만 있다면 보고 싶은 작품입니다!!!!

      2019.04.17 21:24 신고
    • 김영원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이 만화들을 소장하고 있지 않습니다. 단지 슈퍼로봇열전을 읽다가 기억이 떠올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죠스X나 타이거77에 대한 기억을 좀 더 풀어보자면 대단히 용두사미식 내용전개를 보여주어 초등학생이었던 제가 실망할 정도였습니다. 단행본 2~3권 정도의 분량으로 그렸으면 괜찮은 작품이 나왔을 것 같은데 1권으로 마무리 시키는 바람에 결말이 너무 급작스러웠습니다. 왜 굳이 1권으로 끝내려 했는지 의문입니다.

      2019.04.1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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