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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악마 혹은 영웅이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

 '적은 그를 악마라 부르고 우린 그를 영웅이라 부른다.'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광고 카피는 이 작품의 주인공 크리스 카일이라는 인물에 대해 가장 적절하게 묘사한 말일 것이다. 크리스 카일이 작전 도중 저격한 적군의 공식적인 기록은 160명 (비공식 기록 255명), 실제로 그는 동료들에게 레전드라 불렸지만 이라크인들에게는 라마디의 악마라 불리웠다. 1920m 전방의 적군을 저격한 일화는 그의 무시무시한 존재감에 대한 단적인 예다. 

 데이빗 O. 러셀과 스티븐 스필버그가 눈독을 들인 바 있고, 이젠 거장의 반열에 오른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크리스 카일의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로 옮기려한 까닭은 무엇일까? 늘 그렇듯 전쟁을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부담이다. 결국 전쟁이라는 것이 남기는 상흔과 비윤리적 행태는 어떤 미사여구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명분없는 전쟁으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아 온 이라크전이 소재라면 더더욱 그렇다. 중동전쟁을 소재로 한 헐리우드 영화치고 흥행과 비평 모두 성과를 거둔 작품은 별로 없으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제치고 전쟁영화사상 북미 최고 흥행기록을 갱신했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보수파이자 공화당 지지자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성향을 통칭 '보수'에 대한 한국적인 시각에서 놓고 보면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다분히 미국식 영웅만들기에 근접한 영화로 비춰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그렇게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2부작을 통해 미국과 일본의 입장을 완전히 동일 선상에 놓고 다뤘던 것에 비하면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이라크전을 마주함에 있어 뚜렷한 객관화의 노력이 부족해 보이는게 사실이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웅 그리기를 넘어선 작품

 그렇더라도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미국의 치부인 이라크전을 소재로 미국적인 영웅 그리기에만 몰두하지는 않는다. 주인공 크리스 카일은 이상주의적인 애국자다. 아버지로부터 매우 보수적이고 단순무식한 교육관을 주입받은 그는 포악한 늑대로부터 힘없는 양을 지키는 정의로운 양치기 개가 되고자 하는 인물이다. 입대 후 적을 향해 죽음의 총구를 겨누기 시작한 카일은 자신이 지켜주지 못해 희생되는 동료의 숫자가 늘어날 수록 적군에 대한 적개심에 불탄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와 아빠의 얼굴도 기억못할 아이가 있음에도 그의 마음은 늘 전장에 가 있다. 가장이 위험한 전쟁에 참전하는 동안 본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은 걱정의 나날들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카일 역시 쓰러져간 동료들에 대한 죄책감과 전쟁터의 참혹한 실상에 서서히 파괴되어 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 일말의 흔들림도 없었던 카일은 제대 후 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며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은 퇴역군인들을 돕는 일을 통해 악몽에서 헤어나오려 한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이처럼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일반적인 미국 영웅만들기의 공식과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반전 메시지나 이라크전에 대한 가치판단의 문제는 모두 뭉뚱그려져 모호하게 처리되었다. 오히려 크리스 카일이라는 인물, 즉 그 자체로 미국 보수주의의 애국적 가치관을 대변하는 인물의 갈등과 변화에 포커스를 맞춘다. 이 때문에 영화는 관객이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미국을 두둔하는 작품으로 혹은 반전영화로도 읽힐 수 있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화적 재미에 대해 평가하자면 스펙터클 보다는 드라마에 무게중심을 둔 편이지만 저격씬이나 전쟁터를 묘사한 장면들에서는 현장감에서 기인한 서스펜스가 느껴지며 몰입도도 높은 편이다. 특히 감정의 과잉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한데, 편집의 흐름이 친절하지 않고 매우 건조한 느낌으로 처리되어 있어서 오락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단점이 있으나 거장의 솜씨답게 묵직한 호흡으로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오픈케이스

 

 

 

 

 

메뉴 화면

 

 

 

 

블루레이 퀄리티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아리 알렉사를 이용한 디지털 촬영 영화로서 [블러드 워크]부터 [그렌토리노], [J. 에드가]에 이르기까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수많은 작품들을 필름에 담아낸 톰 스턴의 영상이 돋보인다. 

 매우 빠른 속도로 촬영을 마치기로 유명한 이스트우드 감독의 성향상 매 장면마다 최상의 화면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나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트랜스퍼에 대해 이견은 없을 것 같다. 영화는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다소 창백한 색감의 화면이 주를 이루며 화면상에 드러나는 오브젝트의 미세한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는데, 이를테면 미군 병사들이 들고 다니는 총기류나 장비에 생긴 스크레치나 흠집마저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 사이즈로 확대됩니다. (Click the pictures below to Enlarge)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이 영화의 뛰어난 부분은 바로 음향이다. 아카데미 6개부문 노미네이트 중 유일하게 음향편집상을 수상한 만큼 각별히 사운드 디자인에 신경을 쓴 영화인데다, 워너 최초의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타이틀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영화관에서는 애트모스 특유의 공간감과 오브젝트 재생의 디테일한 맛을 제대로 살린 작품이었는데, 아마도 이러한 사운드의 진수를 100% 맛보기 위해서는 가정용 애트모스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듯 하다. (안타깝게도 아직 필자에게는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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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그렇다고 일반 사운드 시스템에서 듣는 Dolby TrueHD 7.1 채널이 무시할만한 수준이라는 뜻은 아니다. 탱크가 굴러가는 소리부터 총탄을 교체하는 소리,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 등 세밀한 효과음 전체가 감상 공간을 전장으로 바꾸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스릴을 추구하는 류의 작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디테일한 사운드와 상황별 채널 분리도의 절묘한 조화 덕분에 긴장감이 극대화되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 사이즈로 확대됩니다. (Click the pictures below to Enlarge)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스페셜피쳐

 [아메리칸 스나이퍼]에 수록된 부가영상은 단촐하다. 30분짜리 두 편의 제작영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먼저 “One Soldier's Story: The Journey of American Sniper”에서는 제작진과 배우들의 영화에 대해 말하는 영상 및 제작 이면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았다. 

 특히 이 영상을 보면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메시지가 보다 명확해지는데,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건 단순히 전쟁을 미화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전쟁이 입히는 피해를 보여주는 영화죠". 실제로 영화에서 전쟁이란 존재가 참전용사들에게서 앗아간 것에 더 많은 점들을 할애하고 있는 걸 보면 그의 말에 어느 정도 진정성이 있음을 유추해낼 수 있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The Making of American Sniper"또한 메이킹 필름으로서 각 언론들이 이 영화에 대해 평가한 내용과 영화의 장면들 및 인터뷰 영상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면서 크리스 카일의 어떤 부분을 영화에서 그리고자 했는지에 대한 내용을 언급한다. 

 여기에는 각본가인 제이슨 홀과 카일의 미망인, 클린트 이스트우드, 브래들리 쿠퍼가 함께 모여 유명 저널리스트 앤드슨 쿠퍼와 인터뷰하는 영상이 포함되어 있어서 영화 제작 도중 갑작스런 카일의 사망으로 인해 받았던 당시의 충격 등에 대해 대화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총 평

보수적이지만 늘 그 시선안에 따뜻함을 담고 있는 이스트우드의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그간 자신이 만들어 온 영화와 크게 다른 맥락에서 만든 작품은 아니다. 누구보다도 자신의 애국심에 대해 의심치 않았고 적군을 사살해 온 사실이 일말의 후회도 하지 않는 남자가 결국 그러한 보수적 가치관 때문에 받은 피해를 떠안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은 결국 전쟁이라는 괴물이 한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더불어 가족의 일원이 전쟁에 참전하는 것이 그 가족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에서도 말한다. 결국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진정한 영웅이나 승리자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전쟁 앞에서 모두가 피해자고 패자가 될 수 밖에 없는 고통을 말하려는 영화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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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아메리칸 스나이퍼 - 8점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시에나 밀러 외 출연/워너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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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준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B급 오락물이라는 평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이전 연출작인 파이어폭스에서도 이런 심리를 의외로 잘 잡았지요. 첩보활동 벌이다 소련의 전투기를 들고 튀는 작품임에도 주인공에게 끊임없이 따라 붙는게 전쟁 후유증의 참혹함이었습니다. (사실 주인공 자신이 죽인것도 아님에두요) 원작과 달리 영화는 그런 걸 극복하고(과연 극복했는지는 모르지만) 성장하는 걸로 마무리했고 이부분의 연출이나 연기가 꽤 돋보였지요.

    이작은 비록 비극이지만 그런 전통을 꽤 충실히 그리고 있더군요

    2015.06.04 11:02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개인적으로는 걸작까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폭발적인 흥행성적을 거뒤서 조금 당혹스럽더군요. ^^ 동림옹의 영화적 시점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그리 거부감느낄 영화는 아닌데 유독 한국에서 좀 논란이 되는 듯 해요.

      2015.06.04 13:45 신고
  2. 영영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국산영화의 무분별한 신파에 지쳐갈때쯤,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봤었는데
    엄청 재밌게 봤습니다.
    건조한 가운데, 잔잔한 재미나 감동을 주는걸 보고
    그냥 잘만든 영화구나하고 느꼈죠
    주인공이 부인을 처음만나서 결혼하는 과정이 나올때, 특별한 다른 이야기가 있는게 아닌데
    그냥 재밌더라구요
    사전에 배경지식같은걸 일부로 검색안하고 그냥 보는편이라
    마지막에 실제 장례식 모습이 나오는 장면에서 뭐라 할수없는 감정이 느껴지더라구요
    우리나라 영화들도 무분별한 신파장면은 자제하고, 건조하게 만드는데 재미있고, 감동이 느껴지는
    이런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2015.06.05 04:24 신고
  3. 정체불명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실화라는점을 떠나서 저격수라는 부분을 참 잘 살렸더군요. 결말을 알고있음에도
    긴장감이 느껴지는 부분들이 가득해서 상당히 재밌게 봤었습니다. 계속된 파병으로 서서히
    변해가는 주인공의 모습도 잘 담아냈다고 여기네요. 돌비애트모스로 못본건 확실히 아쉽네요.

    2015.06.08 20:34 신고
  4. 헬몬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에서는 국뽕시장 땜시 상영관도 그리 없었죠 ㅡ ㅡ

    아랍 나라에서는 바레인에서 개봉했는데 그리 성공하지 못했답니다.국내 기자가 마나마 시에서 이걸 보고 나온 현지 관객에서 감상평을 질문하자 극과 극이었답니다...지루하다. 미국만세같으면서도 좀 아닌 것 같고...솔직히 재미는 모르겠다....그럭저럭 볼만했다...

    2015.06.11 01:44 신고
  5. <투머로우>김기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고고... 이게 또 페니웨이님 블로그에 올라왔군요.
    그러잖아도 집에서 IPTV로 본 작품입니다.
    저는 그저 한 가장의 고뇌가 강렬하게 느껴졌습니다.
    아이를 총으로 겨누면서 자신의 가족을 떠올리고
    그리고 자신이 겨누고 있는 아이 또한
    어느 한 가정의 금쪽같은 귀한 자식일테니...
    그렇다고 그 아이를 살려두었다간 자기가 죽을지도 모르고...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영화였습니다.
    위에서 <파이어 폭스> 언급하신 분도 있던데...
    그러고 나서 보니 클린트 이스트우드 옹께서 감독이셨더군요.
    <파이어 폭스> 마지막 부분이 클로스업되면서
    영화에서 느낀 카타르시스가 배가되는 느낌이었습니다.

    2015.06.19 18: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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