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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ㅁ 35

맨 프럼 어스 - 종교와 역사에 대한 위험한 문제제기

흔히 불로불사를 소재로 다룬 영화들에서 영원한 삶은 인간의 빗나간 욕망과 결부되어 묘사되곤 한다. 가까운 예로서 뱀파이어 영화의 주된 설정으로 등장하는 불로불사는 대부분 축복이 아니라 저주로 그려지며, 불사신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견지했던 [하이랜더]에서는 주인공이 궁극적 힘을 얻게 된 경지에 이르렀을 때 비로서 보통 사람처럼 늙어갈 수 있다는 일종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나탈리 배빗의 원작을 영화화한 [터크 에베레스트]에서도 주인공 위니는 불로불사의 삶보다는 미완성이지만 유한한 삶을 선택한다. 이처럼 영화 속에서 비춰지는 영원한 삶이란 동경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금기나 두려움에 더 가깝다. 그렇다면 영원히 늙지 않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맨 프럼 어스]은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지방의 소도시에..

영화/ㅁ 2010.10.01

뮬란: 전사의 귀환 - 지루한 중국 구국신화의 재생산

남장여인의 구국영웅신화를 노래한 중국 북방지역의 목란시(木蘭詩)는 이미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을 접한 우리에게 있어 그리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병든 아버지를 대신해 징집당한 효녀 뮬란이 전장에서 승승장구 활약하며 나라를 구한 이 이야기는 대표적인 금녀지대로 인식되는 병영에서의 고된 생활을 겪으면서 한편으로는 여자라는 정체성이 탄로날까 노심초사하는 뮬란의 심정으로부터 극적인 재미를 느낄만한 흥미로운 설화다. 자국의 유명한 이야기를 헐리우드에서 먼저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이 못내 아쉬웠던지 대만의 47부작 드라마 [화목란]은 애니메이션과는 사뭇 다른 뮬란의 모습과 일생을 묘사하며 값싼 오리엔탈리즘에 심취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설화 본연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려는 시도를 한 바 있다. 이번에 새롭게..

영화/ㅁ 2010.09.03

맨발의 꿈 - 스포츠가 지닌 가치에 눈뜨다

세계 전역을 들끓게 한 월드컵도 어느덧 중반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은 원정사상 첫 16강이라는 1차적인 목표를 달성했고 비록 8강의 문턱에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축구를 보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킨 순간들이었습니다. 사실 내가 이기고 남을 떨어뜨려야 위로 올라갈 수 있는게 스포츠 경기라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스포츠의 참맛은 남을 이기는 데 있는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 즐기는 것에 있다고 말이지요. 전 세계가 주목하고 하나되어 자웅을 겨루는 순간만큼은 누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그 순간을 즐기는 모두의 기쁨이 되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쓸데없이 서론이 길었군요. 이제 소개할 [맨발의 꿈]은 스포츠가 지닌 진정한 힘을 잘 보여주는 영화라 하겠습니다.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축구..

영화/ㅁ 2010.07.01

마이클 클레이튼 - 스릴보단 여운을 택한 지적인 스릴러

일반적인 음모론을 다룬 스릴러물이라면 빠른 편집과 박진감 넘치는 음악, 약간의 액션이 가미된 스타일의 영화를 떠올릴 것이다. 모름지기 일반인들은 알 수 없는 장막 뒤의(그것이 정치적인 논점이든 혹은 기업간의 비리가 되었든) 비리와 암투를 다루기 때문에 대부분 이런 경우 주인공은 홀로 거대 조직 혹은 음모의 실체와 맞서게 되며 이로인해 발생되는 서스펜스는 영화를 끌고가는 주된 원동력이 된다. 2008년 아카데미 작품상에 도전했던 [마이클 클레이튼] 역시 음모론적 스릴러물의 여러 요소들을 포함한 작품처럼 보인다. 자신들의 실책을 은폐하려는 거대 기업과 피해자인 서민들, 조직의 이익과 진실 사이에 서서 방황하는 로펌의 해결사, 그리고 드러나는 비밀들. 마치 존 그리셤 소설의 시놉시스를 읽어보듯 안봐도 뻔한 스..

영화/ㅁ 2009.05.27

문프린세스: 문에이커의 비밀 - 평범함을 택한 저예산 환타지

[반지의 제왕] 3부작 이후 한때 영화계의 트랜드였던 판타지 장르는 [나니아 연대기]나 [황금 나침반]과 같이 원작소설에 기초한 시리즈물의 신통찮은 결과로 서서히 퇴보하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아직까지는 건재한 '해리 포터' 시리즈가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긴하나, 그 뒤를 이어줄 만한 확실한 작품은 나오지 않았다. "이 작품이 없었다면 '해리 포터'는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인 조앤 K. 롤링이 원작에 대해 극찬하는 말을 전면에 내세운 [문프린세스: 문에이커의 비밀](이하 [문프린세스])은 실로 간만에 찾아온 겨울철 판타지 영화다. 이미 1994년에 영국에서 [문에이커]라는 제목의 6부작 미니시리즈로도 제작된 바 있는 동일원작을 바탕으로 한 이번 작품은 과연 어느 정도로 ..

영화/ㅁ 2009.02.12

매직 아워 - 상황 설정의 탁월함이 돋보이는 스크루볼 코미디

태양이 사라진 후 어둠이 내릴 때까지의 짧은 시간, 그게 ‘매직 아워’야. 낮과 밤의 경계. 세상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 그 순간에 촬영을 하면 몽환적인 빛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 수 있지. 그래서 우리 영화인들에게 매직 아워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야. - [매직 아워] 중 무리타의 대사 가끔 필자는 영화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이 즉흥적으로 시사회에 참석할 때가 있다. 갑자기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거나 뜻하지 않게 시사회 티켓이 주어졌을 경우다. 물론 영화의 장르라던가 누가 출연하는 작품인지 정도는 대충 포스터만 봐도 감이 오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플롯조차 모른채 감상에 임할 때가 종종 있다. 재밌는건 의외로 이런 상황에서 기대치 않은 작품을 발견할 때가 있다는 것인데 이번에 관람한 [매직 아..

영화/ㅁ 2008.11.28

미행 - 크리스토퍼 놀란의 천재적 반전 스릴러

[다크 나이트]로 전세계 영화팬들을 사로잡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어느 순간 뜬금없이 튀어나와 헐리우드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에 버금가는 연출가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는 그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가 궁금해 질 정도다. 헐리우드 진출의 교두보가 되어준 [메멘토]는 시간의 순서를 재배치하는 것만으로도 반전의 충격을 극대화한 작품으로서 사실상 놀란의 첫 번째 상업영화이자, 컬러영화, 그리고 장편영화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많은 사람이 [메멘토]를 통해 놀란의 천재성을 확인했지만, [메멘토] 이전에 놀란이 어떤 작품을 만들었는지를 알게 된다면 그제서야 관객들은 [메멘토]가 어떻게 단 25일만의 촬영에도 불구하고 경탄스러운 완성도를 갖출 수 있었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바로 [미행]에 그 해답이 있다. 영화 [..

영화/ㅁ 2008.11.21

마이 쎄시 걸 - 헐리우드로 간 엽기적인 그녀, 그 결과는?

1.PC통신소설의 성공신화 1999년 중반, 이제 막 인터넷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무렵 PC통신 나우누리의 유머 게시판에 '지하철의 엽기적인 그녀'라는 3부작의 게시물이 연재되었다. 지하철에서 한 아저씨의 머리 위에 과감하게 오바이트를 한 아가씨와 얼떨결에 그 광경을 목격한 처량한 청년의 만남을 다룬 이 이야기는 당시의 트랜드인 '엽기 코드'의 열풍을 타고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 '엽기적인 그녀'라는 타이틀을 달고 본격적인 연재에 들어갔다. 독특한 형식과 친근한 통신체로 실시간 연애담을 들려주었던 '엽기적인 그녀'는 '견우74'라는 아이디의 주인을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으며 'PC통신소설'의 성공신화를 기록했다. 이 작품은 책으로 출판되었고 곧이어 영화화가 진행되어 차태현과 전지현이라는 걸출한 청춘 스..

영화/ㅁ 2008.10.30

미션 - 오보에의 선율과 함께 하는 잊지못할 감동

얼마전 필름포럼(구 헐리우드 극장)에서는 클래식 전용 영화관으로 재단장한 기념으로 1986년작 [미션]을 개봉했다. '미션(선교)'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이 작품은 남미 원주민을 대상으로 선교활동을 펼친 두 선교사의 이야기를 담은 종교영화다. 단지 선교라는 단어만으로도 손사래를 칠 정도로 거부감이 확산되는 요즘의 사회적 분위기를 볼때 다소 시국에 안맞는 작품이라고 미리 선입견을 가질 이유는 없다. [미션]은 그야말로 순수한 종교인의 참모습을 다룬 영화이기 때문이다. [미션]은 형주에 묶인채 이과수폭포로 떨어지는 한 선교사의 순교장면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순교한 사제를 대신해 오보에 하나만을 손에 쥔 채로 과라니 족의 영역을 찾아 올라간 가브리엘(제레미 아이언스 분) 신부는 마침내 그의 오보에 연주를 듣고..

영화/ㅁ 2008.09.26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 이별을 치유하는 사랑에 대한 왕가위의 시선

실연을 당한 한 여자가 말동무를 찾아 카페를 찾는다. 왠지 모르게 말이 잘 통하는 가게 주인. 그와의 대화를 통해 조금은 마음이 풀린 그녀,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어 매일 저녁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는 블루베리 파이를 한조각씩 먹으며 두사람은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리고는 그녀가 떠난다. 1년간 자신을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상처받은 마음의 치유를 그린 왕가위 감독의 정식 헐리우드 진출작이다. 1. 왕가위표 영화 왕가위 감독의 작품은 그의 명성에 비해 한국의 관객들에게 있어서는 별로 친숙하지가 않다. [열혈남아], [화양연화], [아비정전] 등 평단의 극찬을 받은 작품들도 많은 관객들을 모아들이는데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나마 유일하게 가장 대중적인 ..

영화/ㅁ 2008.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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