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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079

[단평] 미션 -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부활절 특수를 맞이해 세 편의 영화가 이미 개봉되었거나 개봉 대기 중이다. 마틴 스콜세지의 [사일런스]와 멜 깁슨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그리고 롤랑 조페의 [미션]이다. 세 편 다 내공 충만한 작품이지만 종교 영화의 틀을 벗어나 관객들의 흥미를 충족시키는 영화는 단연 [미션]이라 하겠다. 이미 30년이나 지난 작품임에도 촬영, 음악, 연기 등 뭐 하나 촌스럽거나 후달리지 않는 견고한 완성도를 바탕으로 속죄와 구원, 인류애와 정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자들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걸작이다. 이미 본 작품에 대해서는 리마스터링판 블루레이 리뷰(바로가기)를 통해 충분히 언급한 바, 재개봉을 맞이해 극장에서 영화를 다시 감상하며 느꼈던 몇 가지 부면에 초점을 맞춰본다. 1.워낙 오래된 작품이기도 하지만..

영화/ㅁ 2017.03.31

나, 다니엘 블레이크 - 영국의 실상을 저격하다

현실이 받아들일 수 없이 힘들 때, 출구가 없어 어디론가 떠날 수 있는 해방구를 찾을 때, 흔히 사람들은 이민을 떠올립니다. 한 때는 미국이 그러한 이민자들의 꿈을 성취시키는 기회의 나라였고, 이와 비슷하게 캐나다나 호주, 그 밖의 주요 이민국가들은 적어도 한국보다는 나은 나라라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죠. 그러나 경제 위기가 세계를 강타하면서 이 지구상 그 어느 곳도 지상천국은 없다는 사실에 대중들이 눈을 뜨기 시작한 지금, 제 살길 찾겠다며 브렉시트를 선언한 영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개인적인 입장에서 살짝 첨언하자면 신혼여행지로 영국을 택했을 만큼 영어권 국가 중에 가장 선호하는 나라였고, 왠지 모를 로망이 있는 유럽국가 인데다, 북미권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부한 문화적 자원이 ..

영화/ㄴ 2017.03.27

[단평] 싱글라이더 - 여운 날려버린 반전의 무리수

한재림 감독의 [우아한 세계]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단 두 장면만으로도 기억에 남는다. 하나는 굳이 여기서 말할 필욘 없고 나머지 하나는 기러기 아빠 신세가 된 송강호가 가족이 보내준 영상편지를 보면서 라면을 먹으려다 갑자기 그릇을 집어 던지는 장면이다. 뭐랄까… 한국이라는 나라에 기형적으로 자리잡은 괴물 같은 가정 형태에 대한 울분? 후회? 억울함? 같은 모든 감정이 폭발되어 버리는 느낌이랄까. 영화 [싱글라이더] 역시 기러기 아빠에 대한 이야기다. 충무로 신인인 이주영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썼고, 이젠 명실공히 월드스타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이병헌이 저예산 소품을 선택해 화제를 모은 바로 그 영화다. 이병헌이라는 브랜드 하나만으로 워너 브라더스의 투자배급을 끌어왔으니, 그가 영화 한 편에 미치는 영..

영화/ㅅ 2017.03.17

두통이 만세 - 순수했던 1970년대 학창시절 담아낸 걸작 순정만화

필자의 기억을 한 2~30년 뒤로 돌려보겠다. 필자가 국민학생 때 (그렇다. 당시는 초등학생이 아닌 국민학생이었다) 학교 앞에는 문방구가 하나 있었다. 학생들 준비물과 학용품은 물론 20원짜리 전자오락기까지 두어대 들여놔 꼬꼬마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특히 그 집의 뽑기 아이템은 큰 인기를 끌었다. 당연히 필자도 여느 동네 꼬꼬마들과 다르지 않아 그 문방구를 매일의 일과처럼 드나들던 단골이었다. 어느 날 그 문방구 사장님이 모처럼 대청소를 했던 모양이다. 문방구 한 구석에 먼지쌓인 장난감이며 만화책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순간 호기심이 생겨 이게 뭐냐고 물으니, 싸게 줄 터이니 골라서 사가라는 것이다. 뭣 땜에 그 날 문방구를 갔었는지는 몰라도, 난 그 먼지구덩이 속의 만화책 한 권에 눈이 갔고 꽤나..

신 고질라 - 에바빠진 [에반게리온]?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고질라]가 성공적으로 리부트해 동일 세계관을 무대로 한 [콩: 스컬 아일랜드]가 개봉을 앞둔 가운데, 고질라 프랜차이즈의 종주국 일본에서 온 [신 고질라]가 맞불을 놓습니다. 감독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안노 히데아키죠. 무려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의 최종장을 팽개치고 달려든 작품이기도 합니다. 성공적인 애니메이션 감독이라고 실사 연출까지 잘하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공각기동대]의 오시이 마모루가 몸소 그 점을 줄기차게 입증하고 있고, 픽사 출신의 브래드 버드 역시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으로 성공하나 싶더니만 [투모로우랜드]로 폭망한 바 있죠. 한국의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 이후 좀 더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할 겁니다. 사실 안노 감독도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

영화/ㅅ 2017.03.08

모든 것이 F가 된다 - 색다른 이과적 미스터리의 세계

가끔씩 일본산 추리물을 즐겨보긴 하지만 같은 추리물이라 하더라도 영미권의 고전 정통 추리물과는 달리 일본의 작품들에서는 엽기성과 폐륜적인 코드가 종종 발견되어 때론 부담감과 불편함을 느낄 때 많다. 그럼에도 쉽게 일본 추리물을 끊을 수 없는 건 발상의 기발함과 트릭의 참신성에서 기인하는 일종의 금단증상. 마치 불량식품이 몸에 나쁜 걸 알면서도 계속 먹게되는 것 처럼. 언젠가 쿄고쿠도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망량의 상자]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있는데, 애니판에 대한 세간의 호불호와는 별개로 섬뜩하면서도 기묘한 사건을 시각적으로 훌륭하게 표현한 연출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이후로도 비슷한 분위기의 애니메이션을 찾아 헤매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실패. 적어도 미스터리 분야에서 애니판 [망량의 상..

컨택트 - 드니 빌뇌브식 미지와의 조우

언제부터인가 이름만으로도 믿음을 심어주는 감독이 생겼습니다. 드니 빌뇌브 감독. 자신의 이름을 알린 [그을린 사랑]에서의 메가톤급 충격 이후 이 감독의 영화는 빼놓지 않고 봐 왔습니다. 사실 크리스토퍼 놀란급의 믿고보는 감독이라기엔 뭔가 좀 부족한 면도 있고 불안요소도 상존하는 연출가이긴 합니다. 특히 서사의 불분명함은 대중들의 관점에서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큰 요인이지요. 그럼에도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에는 뭔가 독특한 페이소스가 담겨 있습니다. 일단 내러티브에서 기존 헐리우드의 공식을 전혀 따라가지 않습니다. 굉장히 낯설고 당혹스러우며, 이게 뭐지;;; 싶은 불안감을 안기죠. 반복되는 얘기일지도 모릅니다만 이 부분은 대중들의 호불호를 가르는 중요한 잣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절대 식상하진 않지요. 이..

영화/ㅋ 2017.02.03

[블루레이]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 작은 힘이 모여 만든 거대한 기적

글 | 페니웨이 ( http://pennyway.net/) 작은 힘이 모여 만든 거대한 기적 2009년 1월 15일. 탑승객 155명을 태운 US항공 1549편 비행기가 이륙 직후 850미터 상공에서 새떼와 충돌, 엔진이 손상을 입어 허드슨강에 비상 착륙한 사건이 발생한다. 초유의 대형 참사가 될 뻔한 사고였지만 승무원을 포함한 탑승자 전원이 생존하는 기적이 연출되었다. 155명 전원 생존이라는 결과는 탑승객의 안전을 책임진 기장의 유능함으로 치환되었고, 해당 항공기를 조종했던 기장 체슬리 설리 설렌버거는 단숨에 국민적 영웅이 된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는 설리의 판단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관제탑의 지시처럼 뉴욕 라과디아 공항으로 회항이 가능했다는 여러 시뮬레이션 데이터와 ..

영화/ㅅ 2017.01.31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 그토록 염원한 클래식 스타워즈의 귀환

- 스포일러 있습니다 - 모든 것은 이 한 줄의 문장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이 것… 당시에는 누구도 데스스타의 설계도를 훔친 반란군 스파이의 존재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았었죠.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스타워즈]의 세계관이 확장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입체적으로 구성되었고 급기야 데스스타 설계도를 입수하는 과정도 설명됩니다. 그게 바로 루카스 아츠에서 발표한 게임 [스타워즈: 다크 포스]이며 이 작품에서 [스타워즈] 레전드의 또 다른 주역, 카일 카탄이 등장하게 되지요. 아마도 카일 카탄은 영화 밖 [스타워즈]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인물일 것이며, [스타워즈: 다크 포스] 이래 [스타워즈] 레전드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캐릭터입니다. 많은 [스타워즈]의 팬들은 이 인물을 스크..

[블루레이] 수어사이드 스쿼드 확장판 - 할리 퀸의, 할리 퀸에 의한, 할리 퀸을 위한

글 | 페니웨이 ( http://pennyway.net/) 할리 퀸의, 할리 퀸에 의한, 할리 퀸을 위한 영화 도저히 쉴드를 쳐 줄 수가 없다. 이 영화는 이렇게 나와서는 안되는 작품이었다. 바로 DC 코믹스의 [수어사이드 스쿼드] 얘기다. 마블이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슈퍼히어로 영화 시장의 대부분을 잠식할 수 있었던 건 단순히 캐릭터의 힘만은 아닐 것이다. 현 시점까지 마블 측은 장르의 다변화를 최대한 활용했다. 가령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는 첩보 스릴러의 장르 위에 정치적 아젠다를 올려놓으며, 미국 내수용이라는 캡틴 로저스의 핸디캡을 말끔히 씻어 냈다. 셰익스피어 희곡 풍으로 변주된 [토르]나 경쾌한 스페이스 오페라로 변신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 MCU 영화들은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면서..

영화/ㅅ 2016.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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