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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079

고전열전(古典列傳) : 추운 곳에서 온 스파이 - 냉전시대, 차갑도록 무정한 첩보전

고전열전(古典列傳) No.28 동구권과 소련의 함락. 냉전시대의 붕괴는 007 제임스 본드로 대표되는 스파이 영화의 시대가 종식됨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확실히 티모시 달튼의 [007 살인면허] 이후 007 시리즈는 한동안 공백상태에 있었고, 탈 냉전시대에 걸맞는 주인공인 잭 라이언이나 제이슨 본 같은 새로운 주인공들을 내세운 첩보영화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제임스 본드는 냉전시대의 특수한 국세정세에 딱히 의존하고 있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소설 속의 본드와는 달리 영화 속의 본드는 첩보원보다는 액션 히어로로 정착했고, 시대적 필요에 의해 동서진영의 대립구도를 이용했을 뿐이지 적이 누구인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거든요. 악의 축으로 대변되는 소련이 없다면 그 자리를 아랍권이나..

겨울왕국 - 디즈니 클래식의 정상탈환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진정한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탁월한 각본? 뛰어난 작화? 실사 영화를 방불케하는 연출력? 뭐 틀린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인어공주]에서 [미녀와 야수]. [알라딘]으로 이어지는 황금기 작품들의 공통점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고전을 디즈니식으로 해석한 뮤지컬 동화로 풀어놓았다는 겁니다. 물론 나르시즘에 빠진 디즈니가 자의식 과잉의 징후를 보인 [포카혼타스] 이후 허송세월을 보내는 바람에 드림웍스나 픽사의 약진을 허용하긴 했습니다만 그렇다고 손을 완전히 놓고 있었던 건 아니었지요. 디즈니 나름대로는 꽤 오랜 기간 이런 저런 시도를 해 보며 돌파구를 찾으려 했습니다. 존 라세터를 끌어다가 만든 [볼트]로 픽사의 스타일을 적용시켜보기도 했고, [공주와 개구리]처럼 구식 셀 애니메이션의..

로보트 태권브이 대 썬더A - 로봇만화에 대한 사내아이들의 극대화된 욕망

아주 어렸을때의 기억이다. 그러니까... 대략 국민학교 1,2학년 때 즈음.. 워낙 허풍과 과장과 상상력이 결합된 시기이니만큼 당대 사내아이들에게 최고의 화두였던 로봇에 대해서도 수많은 허언들이 오고 갔다. 이를테면 미국의 한 박물관에는 그레이트 마징가가 있다느니 그 옆에 그렌다이저가 서 있다느니 하는 말들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런 허풍들이 꼭 틀린 것만은 아니었다. 물론 말도 안되는 헛소리이긴 해도 그 근거가 전무했던건 아니라는 얘기다. 우선 나가이 고의 코믹스판 [그렌다이저]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그레이트 마징가가 베가성의 친위대장 바렌도스에게 탈취당하는 내용을 담았다. 과학요새연구소에 있을 그레이트를 어떻게 탈취했는가라는 의문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그레이트 마징가가 로봇 전시장에 있었기 때..

테이크 쉘터 - 보이지 않는 실체에 대한 중산층의 불안감

[테이크 쉘터]는 [머드]로 호평받은 제프 니콜스 감독이 자신의 존재감을 세상에 알린 작품입니다. 2011년 작품으로 한국에는 뒤늦게 개봉되었던 영화죠. 영화의 포스터만 보면 마치 재난영화처럼 보입니다만 장르를 규정하기가 조금 모호하긴 합니다. 다분히 초현실적이면서, 어떤 의미로는 가족 드라마에 가까운 플롯을 띄고 있거든요. 그렇다고 장르영화의 외피로 교묘히 은폐된 M. 나이트 샤말란의 [해프닝]이나 [싸인] 같은 영화라는 얘긴 아닙니다. 영화는 미국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산층 가정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주인공 커티스는 블루컬러이지만 꽤 안정적인 직장과 사랑스런 아내, 그리고 청각장애가 있는 어린 딸을 가진 평범한 가장입니다. 성실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그는 동료로부터 '넌 잘하고 있어'라..

영화/ㅌ 2014.01.10

[신년특집] 미니백과의 추억

2014년을 맞이하여, 없는 시간이지만 짬짬히 방정리를 하면서 찾아낸 몇가지 아이템을 보며 새해 첫 포스팅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건 바로 추억의 미니백과 시리즈. 사실 1980년대의 격동기에 학창시절을 보낸 남아들이라면 한번쯤 손에 거쳐갔을법한 바로 그 포켓 사이즈의 미니백과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해 있지 않은 시절, 일본문화 컨텐츠는 금기시되어 있으면서 TV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버젓이 방영하고 있던 그 아스트랄한 시절, 일본 것을 일본 것이라 부를 수 없던 그 시절에 거의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일본 컨텐츠를 접할 수 있었던 통로가 아니었나 싶다. 내 기억으론 그 수많은 미니백과의 시발점은 아마도 학습지 회사인 능력개발에서 발간한 '로봇대백과'였다. 콤바트라 브이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이 작..

도서, 만화 2014.01.06

리딕 - 심심한 1편의 동어반복

저예산 B급 크리처물에서 액션 블록버스터로 급작스런 장르변신을 꾀했다가 실패했던 리딕 시리즈의 세번째 작품이 돌아왔습니다. 사실 리딕처럼 안티히어로의 회색 아이덴티티를 찰지게 표현한 캐릭터도 드뭅니다. 전작인 [리딕: 헬리온 최후의 빛]에서 제2의 [코난]이라도 만들 기세로 덤벼들었던 감독의 과욕 덕택에 심하게 삐걱거리긴 했습니다만 그렇게 묻어버리기엔 너무 아깝지요. 어차피 [분노의 질주]로 근근히 버티고 있는 빈 디젤에게도 리딕은 여전히 효용가치가 남아있는 프렌차이즈입니다. 그래서 일까요. 빈 디젤이 아예 발벗고 제작자로 나서며 개런티까지 자진 삭감한 [리딕]은 배우나 감독에게 있어 절박함이 묻어나는 영화입니다. 1억 달러짜리 블록버스터였던 전편과는 달리 [리딕]은 거품을 잔뜩 뺀 3800만 달러의 저..

영화/ㄹ 2013.12.23

비행기 - [카]의 세계관을 활용하는 방법

올 겨울에 깜짝 개봉을 단행한 [비행기]는 픽사의 -어정쩡한- 히트작 [카]의 스핀오프격인 작품입니다. 말이 스핀오프지 [카]의 조연급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뭐 그런 작품은 아니고 세계관을 공유하는 정도랄까요. 1년에 한 편의 작품만 발표하는 것으로 알려진 픽사가 다작으로 영업방침을 바꿨나 하는 생각은 접어두십시오. [비행기]는 픽사와는 관련없는 디즈니의 독자적인 프로젝트입니다. 그리고 엄밀히 말해 디즈니에서도 극장판을 내놓는 월트 디즈니 픽쳐스가 아니라 '디즈니 툰 스튜디오'라는, 주로 [라이언 킹 2]나 [타잔 2] 같은 비디오용 작품들을 뽑아내던 2진급 멤버들로 구성된 팀입니다. 같은 디즈니 마크를 달고 나와도 비디오용과 극장판의 퀄리티가 큰 차이를 보인다는 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테지요. 그러..

캡틴 필립스 - 망망대해 위의 숨막히는 대치상황

21세기에 무슨 해적질이냐 할수도 있겠지만 소말리아 해적의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낯선 이슈가 아닙니다. 전 정권의 대표적인 치적(?)인 아덴만의 여명 작전이 있기 때문이죠. 소말리아 해적에 의해 납치된 삼호쥬얼리호의 승무원들을 구출한 이 사건은 자력으로 자국민을 구출한 사례로 국민적인 관심을 모았습니다. 뭐 그 덕분에 소말리아 해적단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도 덩달아 높아지긴 했지만요. 이후에 이 사건을 영화화한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만 어떻게 되어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캡틴 필립스]는 이와 비슷한 실제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소재가 된 사건은 2009년에 발생한 머스크 앨러배마호 피랍사건으로 선장인 리처드 필립스가 선원들을 대신해 소말리아 해적의 인질이 되었다가 5일만에 구출된 사건입니다. 영화는 필립..

영화/ㅋ 2013.12.17

공각기동대 ARISE 보더: 2 고스트 위스퍼스 - 차별화된 개성이 필요한 리부트

개인적으로 [공각기동대 ARISE 보더: 1 고스트 페인]을 보면서 내린 결론은 부정적이었습니다. 리부트를 표방하면서 동시에 프리퀄로 돌아간 이 작품은 성우진은 전면 교체와 더불어 익숙했던 캐릭터 디자인을 리모델링하며 기존 작품들과의 외형적인 거리를 두려 했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신통치 않았죠. 사실 [공각기동대]라는 거대한 프렌차이즈가 가진 잠재력은 단순히 프리퀄이나 리부트와 같은 상업적 판단력만으로 이끌어낼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어쨌거나 4부작으로 기획된 신작 [공각기동대 ARISE]의 두 번째 작품이 나왔습니다. 이번 작품의 부재는 '고스트 위스퍼스'. 전작의 사건으로 인해서 501부대를 나와 홀로서기에 나선 쿠사나기 소령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해킹당한 로지코마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무..

애니메이션에 빠진 인문학 - 읽기쉬운 대중문화 해석 소개서

애니메이션에 빠진 인문학 - 정지우 지음/이경 먼저 책을 살펴보기에 앞서 '인문학'의 정의부터 짚고 넘어가자. 위키피디아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인문과학(人文科學, 영어: humanities)은 인간의 조건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 자연 과학과 사회 과학이 경험적인 접근을 주로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분석적이고 비판적이며 사변적인 방법을 폭넓게 사용한다. 인문과학의 분야로는 철학과 문학, 역사학, 고고학, 언어학, 종교학, 여성학, 미학, 예술, 음악, 신학 등이 있으며, 크게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로 요약되기도 한다." 뭔가 거창하면서도 포괄적인 느낌이다. 간단히 말해 인문학이란 인간에 대한 학문이다. 인간이 만든 모든 문화 전반에는 인문학의 개념을 들이댈 수 있다. 하다못해 B급 슬래셔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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