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쥬라기 공원의 프리패스
한국에서는 “자동차 1백만대를 수출한 것보다 많이 벌어들인 영화”로 더 잘 알려진 [쥬라기 공원]이 개봉한지도 벌써 22년이 지났다. 3편까지 이어지면서 공룡관련 영화로서는 가장 중량감이 느껴지는 프렌차이즈물이 되었지만 2,3편과 1편의 간극을 극복하기엔 역부족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4편의 제작은 기약없이 잊을만 하면 올라오는 헐리우드의 가쉽거리로 전락한지 오래되었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우여곡절 끝에 4편인 [쥬라기 월드]의 개봉이 확정되었을 때도, 많은 이들은 2015년 박스오피스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스타워즈 Ep.7: 깨어난 포스]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스타워즈 Ep7: 깨어난 포스]가 연말에 개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독주를 막을 작품은 없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완전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한물간 프렌차이즈로 여겨지던 [쥬라기 월드]가 전세계 수입 16억 5천만 달러를 돌파하며 올해 최고의 흥행작이 된 것이다. 이는 월드와이드 기준으로 [아바타], [타이타닉]에 이은 역대 3위의 성적이다. 실로 놀라운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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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전세계가 [쥬라기 월드]에 열광한 이유는 무엇일까? CG 괴수물에 이미 익숙해진 요즘 시대에 [쥬라기 월드]가 지닌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면 이 작품이 주는 재미와 서스펜스, 그리고 영화 전반의 감성이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 1편과 매우 닮아 있다는 점일 것이다. 스토리는 노골적으로 1편을 벤치마킹했으며,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상승과 하강을 오가는 기승전결의 구조와 캐릭터의 설계 및 가족애를 관통하는 휴머니즘적 테마 역시 [쥬라기 공원]과 매우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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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22년전에 느꼈던 그 향수에 대한 잔향이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올드 팬들의 아련한 기억을 불러오는 효과는 당연히 탁월하다. 대놓고 드러내는 몇몇 장면들의 오마쥬는 무릎을 탁치게 만든다. 영화는 팬들이 원하는 장면들을 충분히 담아냈으며 이로 인해 신,구 세대 모두의 입맛에 맞는 오락영화 본연의 모습을 갖추는데 성공했다는 결론도 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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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쥬라기 공원]과의 직접적인 연계점을 형성하는 캐릭터 닥터 우. 1편에서 잠깐 등장했던 그는 유전 공학의 정수인 신종 공룡을 만드는 핵심 인물이며, 후속편을 위한 토대를 놓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쥬라기 공원] 1편의 모범을 답습 내지는 계승하려는 성격이 너무 강한 나머지 1편의 세계관과 연결되는 최소한의 접점마저도 없었더라면 1편의 리메이크라 해도 무방할 만큼 [쥬라기 월드]는 새로운 시도를 거의 하지 않았다.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인 셈이다.
천문학적인 흥행 성공에도 불구하고 호불호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이유는 ‘쥬라기 프렌차이즈’로서의 역할에 충실함에도 영화의 완성도만 놓고 보면 그리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엄청난 클리셰의 향연에도 불구하고 도식적인 캐릭터 설정과 산만한 플롯, 묵직한 주제의식의 결여 등 [쥬라기 공원]과의 비교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점은 [쥬라기 월드]가 매우 안일한 스탠스를 취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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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이 이룩한 세계관과 설정들을 2,3편에서 지나치게 소모시켜버린 탓에 이 작품에서 제대로 써먹을만한 내용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정체된 스토리에 규모만 키워가면서 자기복제를 반복하다 자멸한 시리즈물의 전례들을 생각할 때 [쥬라기 월드]의 선택은 적절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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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 속에는 [쥬라기 공원]에 대한 무수한 이스터 에그가 들어있다. 가령 상황실 요원인 로우리의 책장에 꽂힌 책(빨간색 원 안)은 제프 골드블럼이 연기했던 이안 말콤 박사의 저서 'God Creates Dinosaurs'다.
그렇게 스스로의 한계를 인지한 [쥬라기 월드]는 전설을 뛰어 넘으려는 의도보다는 안전한 속편으로서의 위치에 포커스를 맞췄지만 오히려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내었다. 따라서 레전드가 된 [쥬라기 공원]의 재현이라는 과도한 기대치만 내려놓는다면 [쥬라기 월드]는 충분히 만족할만한 오락물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블루레이 메뉴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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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퀄리티
특수효과의 신기원을 이룩한 작품의 적통에 걸맞게 비주얼적인 측면에서의 성취도가 매우 뛰어난 작품임을 본 타이틀을 통해 다시금 느낄 수 있다. 다만 최근 디지털 시대의 작품들에서 보여주는 쨍한 화질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화면이 특징인데, 필름 그레인이 느껴지지만 이것이 화질 저하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쥬라기 공원 3]의 디지털 트랜스퍼와 비슷한 화면으로 아마도 CG와 실사의 이질감을 줄이면서 최대한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주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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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돋보이는 장면은 단연 하일라이트의 야간씬이다. 밤 장면인데도 불구하고 암부 계조가 뛰어나며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인도미누스 렉스의 피부질감이라든가 공룡들의 태그매치로 인해 생겨난 파편 조각들의 디테일한 움직임까지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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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특히 음향 효과는 대단히 만족스럽다. 정글 속에서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는 음향 설계는 시청자가 마치 실제 현장 한가운데에서 보이지 않는 공룡에게 둘러싸여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소름이 끼치도록 무시무시한 인도미누스 렉스의 괴성과 박력 만점의 3파전 격투씬 등 역동적이면서도 온몸을 휘감는 서라운드 음장 효과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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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피쳐
서플먼트의 절대적인 분량은 그리 많지 않지만 꽤나 재치있는 영상들로 가득하다. 먼저 "Chris&Collin Take On The 'World'"는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과 크리스 프랫이 서로 상대방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상호 대담형식의 인터뷰 영상. 흥미로운 사실은 크리스 프랫이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Parks and Recreation)] 시즌2의 촬영 당시 스필버그와 [쥬라기 공원] 4편의 캐스팅을 놓고 문자하는 듯한 셀카 영상을 소개하는 부분인데, 이것은 크리스 프랫이 장난으로 연출한 것이지만 기묘하게도 실제 주연배우가 되었다. 이 영상은 현재 유투브 (https://www.youtube.com/watch?v=X4mVIJ5eTBY)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일종의 성지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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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Jurassic World"는 실질적인 제작 다큐멘터리로서 [쥬라기 공원] 이후 다시금 '테마파크'의 영역으로 돌아온 [쥬라기 월드]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를 알려준다. 생각보다 많은 부분들에서 실행제작을 맡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비전이 녹아들어 있으며 이를 잘 승계한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의 연출 감각도 엿볼 수 있다. 일례로 랩터를 훈련시키는 컨셉은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다루는 영화에서 동물을 공룡으로 대체하자는 스필버그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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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osaurs Roam Once Again"은 가상의 생물인 공룡과 마주하는 장면에서 배우들이 어떻게 연기를 하는지, 또한 실제로는 없는 공룡을 어떻게 영상으로 되살리는지에 대한 기술적인 부면을 다룬다. 한가지 인상적이었던 건 그러한 촬영을 위해 제작팀이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직접 개발해 아이패드에 활용했다는 것인데, 이처럼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철저하게 시스템이 준비된 여건에서 촬영을 하는 헐리우드의 제작 환경이 역시 뭔가 다르구나를 느끼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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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rassic World: All-Access Pass"에서는 우선 오웬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보충적인 설명을 더한다. 이 캐릭터를 연기한 크리스 프랫은 캘리포니아 주 빅베어에서 ‘프레데터스 인 액션’이라는 영화 촬영용 거대동물을 전문으로 훈련시키는 랜디 밀러의 모습을 많이 참조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공원 내의 이동 기구인 자이로 스피어, 게임 [콜 오브 듀티]에서 차용한 ‘제로 다크 랩터’ 시퀀스 등 영화 상의 여러 설정과 장면들을 부가적으로 해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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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vation Center Tour with Chris Pratt"는 '삼성'에서 설계한 이노베이션 센터의 면모를 크리스 플랫의 해설과 함께 일종의 투어 형식으로 소개하는 짧은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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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본 타이틀에는 총 8개의 삭제장면이 수록되어 있는데, 모두 중요한 것은 아니고 흥미로웠던 두 가지 삭제 장면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인도미누스 렉스의 클록킹 모드씬: 인도미누스 렉스를 모니터링하던 요원들이 이 특별한 생명체가 보호색으로 자신의 존재를 감출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하는 장면이다. 마치 [프레데터]의 외계인과 유사한 방식으로 클록킹 모드에 들어가는 인도미누스 렉스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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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레어의 똥칠(?)씬: 허겁지겁 도망치던 오웬과 클레어. 문득 공룡의 거대한 배설물 앞에 멈춰 선 오웬이 향수냄새가 너무 짙게 난다며, 클레어에게 위장(?)할 것을 제안한다. 약간은 비아냥거리는 오웬의 태도가 맘에 안들었는지 도도하게 온몸, 심지어 얼굴까지 클레어가 똥칠을 하자 이를 비웃는 오웬의 모습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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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아직도 이 작품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이 많지만 한가지 불변하는 원칙이 있다면 "흥행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분명 [쥬라기 월드]는 이 전의 두 작품이 채워주지 못했던 그 무언가를 제공하는데 성공했으며, 그것도 이제 고작 두 개의 상업영화를 연출했을 뿐인 신출내기 감독에 의해 이루어졌다.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은 이 작품의 대 성공으로 단숨에 [스타워즈 EP.9]의 사령탑에 앉게 되었다.
[쥬라기 월드]는 새로운 3부작을 알리는 리부트이자 일종의 리메이크다. 헛점 투성이 플롯과 전형성이 뒤범벅된 기성품이지만 그럼에도 동심의 두근거림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티렉스와 랩터가 협공으로 인도미누스 렉스와 대결을 펼치는 라스트씬에서 눈을 반짝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지 않은가. 마치 브라키오 사우루스의 압도적인 등장씬을 보며 화면의 경이를 느꼈던 우리의 모습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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