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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월드 - 1편의 답습에 만족한 범작

페니웨이™ 2015. 8. 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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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버그는 영화 [쥬라기 공원] 한편으로 우리나라 자동차 1백만대의 수출실적보다 훨씬 많은 흥행수입을 올렸다".

언제부터인지 [쥬라기 공원]과 관련해서는 항상 저 놈의 자동차 수출 실적이 수식어처럼 따라붙는 기현상이 벌어졌습니다. 그리고는 부가가치가 높은 영화산업 육성에 힘을 싣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지요. 그리고 연출에 재미를 붙인 한 영화 감독은 이런 말을 하기에 이릅니다.

"미국에 [쥬라기 공원]이 있으면, 내겐 [티라노의 발톱]이 있다" -1999년 4월 23일 동아일보

천문학적인 수익을 기록한 영화인 것은 틀림없지만 [쥬라기 공원]에 대한 평가가 유독 이런 수익적인 부분으로만 이루어져서는 곤란합니다. 이 작품은 [죠스] 이래 계속되어 온 스필버그식 서스펜스의 정점을 찍은 영화로 아직 CG가 보편화되어 있지 않는 시절에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시각적인 쾌감마저 극대화시킨 작품이거든요. 남자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로봇과 공룡 중 기술적으로 먼저 해결할 수 있었던 공룡에 방점을 찍은 영화이기도 하죠. 물론 유전자 조작으로 인해 유발된 윤리적 문제를 건드린 것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사실 스필버그가 직접 만든 속편이 전작만큼의 재미를 주지 않는건 그만큼 1편에 사족은 필요하지 않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그가 연출에서 손을 뗀 3편도 그리 좋은 평가는 받지 못했고, '자동차 1백만대의 영화' [쥬라기 공원] 프렌차이즈는 한 동안 헐리우드 호사가들의 가쉽거리로나 언급되는 신세였지요.

그런데 언제부터 [쥬라기 공원] 4편이 제작된다고 하더니만 제목을 아예 [쥬라기 월드]로 바꾼 이 영화가 올 여름 최고의 다크호스가 되었습니다. 현재 [쥬라기 월드]의 흥행 스코어는 역대 1,2위를 찍고 있는 [아바타]와 [타이타닉]에 근접한 3위에 랭크중인데, 많은 사람들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올 최고의 강자로 예측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입니다. 상업적 성과로만 보자면 실로 완벽한 부활이죠.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이제 영화로 돌아가서... 솔직히 말하자면 [쥬라기 월드]가 앞선 두 편의 속편에 비해 딱히 나은 점은 없습니다. 영화는 1편의 거대한 이야기에 묻어가는 수준이고 기승전결의 구조적인 면이나 캐릭터의 설계도 1편의 동어반복입니다. 가족애를 강조하는 스필버그식 휴머니즘까지요. 너무나 전형적이고 기성품같죠.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쥬라기 공원]을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꽤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1편에서 느꼈던 그 때 그 향취에 대한 잔향이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올드팬들의 향수를 불러오는 효과는 탁월합니다. 몇몇 장면들은 대놓고 오마쥬입니다. 보스급 캐릭터인 인도미누스 렉스를 잡기 위해 인간과 교감하는 벨로시 랩터를 이용한다는 발상은 제법 흥미로운데 이는 1편에서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T-렉스가 아니라 랩터가 실질적인 주연이었음을 떠올리기에 충분합니다.

전체적으로 [쥬라기 공원] 1편의 모범을 답습 내지는 계승하려는 성격이 너무 강한 나머지 만약 이 영화가 내용면으로 1편에서 연계되는 최소한의 접점마저도 제거했다면 1편의 공식적인 리메이크라 해도 무방할만큼 [쥬라기 월드]는 새로운 시도를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인 셈이지요.

특수효과는 장족의 발전을 거듭한 끝에 더욱 실감나는 공룡을 접할 수 있었지만 이것 역시 브라키오사우로스가 처음 등장했던 [쥬라기 공원]의 충격을 능가하진 못합니다. 아마 그 이후로 이런 류의 CG에는 익숙해진 탓이겠지요. 결국 [쥬라기 월드]는 레전드를 넘어서려는 의도보다는 적절한 속편으로서의 위치에 포커스를 맞춘 영화입니다.  결과로만 본다면 의도대로 됐다고 할 수 있고요.

P.S:

1.전작과의 직접적인 연계점은 헨리 우 박사역의 B.D, 웡 정도이지만 꽤 다양한 전작의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안 말콤(제프 골드브럼)의 책 "God creates dinosaurs"이 화면에 등장하는 것이나 쥬라기 공원의 로고가 그려진 빈티지 티셔츠에 대한 농담이 그런 거죠. 가장 강력한 건 끝판왕인 T렉스인데 흉터를 보건데 1편에서의 그 렉스가 분명합니다.

2.훈련받은 랩터의 아이디어는 스필버그의 것입니다. 여전히 쓸만한 아이디어를 내는 건 부인할 수 없는 듯.

3.신예 콜린 트레버로우 감독은 자신의 두 번째 상업영화로 경이적인 히트작을 만들어냈습니다.  게다가 [스타워즈 Ep.9]의 감독으로도 일찌감치 낙점되었는데 글쎄요... 이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썩 좋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4.본문에 언급한 모 감독의 경우는 저 기사를 낼 당시 5년안에 헐리우드를 잡겠다고 호언장담한 바 있습니다. 에 또... 그 결과는 지금 아시는 대로입니다.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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