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세월을 기다렸던가. [그린 랜턴]으로 첫 스텝이 꼬이지만 않았던들 어찌보면 마블보다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득실대는 DC의 히어로들은 훨씬 일찍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높으신 분들의 조급증만 가중시켰을 뿐이다.
아직 진영이 채 갖춰지기도 전에 성급히 모습을 드러낸 [저스티스 리그]는 그냥 참담하다. 진지모드로 일관하던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예외로 치자) DCEU의 이야기 톤은 갑자기 시시껄렁한 유머가 섞여있는 잡탕찌게 같은 맛으로 바뀌었다. 그나마 유일한 장점이라던 잭 스나이더 풍의 화끈한 액션도 날아가 버렸다.
그렇다고 중간에 투입된 조스 웨던에게 모든 화살을 돌리기엔 그에게 주어진 짐이 너무 버겁다. 영화 개봉 후 하나 둘씩 양파껍질 까듯 튀어나오는 삭제장면들을 이어 붙여 보면 원래 잭 스나이더가 품었던 비전을 조스 웨던이 어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헨리 카빌의 콧수염을 지우느라 엉성한 CG로 얼굴을 떡칠해놓은 것 마냥 영화는 총체적 난관이다. 애초에 2부작이 될거라던 영화를 2시간짜리로 단축하라는 워너 CEO의 하명(!)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불안하긴 했다. 예상처럼 설익은 상태로 완성된 [저스티스 리그]는 그냥 점심시간 때에 맞춰 내놓은 구내식당 식단마냥 밍밍하기 그지없다.
팀업 무비에 대한 기대감이 나락으로 떨어진 반면 솔로 무비에 대한 기대가 조금이나마 올라건건 아이러니다. 명실공히 DC 진영의 기대주로 떠오른 원더우먼, 짧지만 강한 인상을 심어준 메라, 근육질 바보 캐릭터의 전형이지만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아쿠아맨 등 그냥 묻어버리기엔 아까운 캐릭터들이 많다는 것이 [저스티스 리그]가 남긴 최대의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다만. 어떻게든 밀어붙이려 했던 잭 스나이더 카드는 이제 쓸 수 없게 된 지금, 앞으로도 DCEU의 앞길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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