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페니웨이 (admin@pennyway.net)
모범생의 답안같은 성실한 자기복제
3년 전, 참극의 무대였던 이슬라 누블라 섬은 쥬라기 월드의 폐쇄 이후 공룡들의 유배지로 변모되었다. 설상가상으로 화산의 분화가 시작되고 공룡들은 멸종될 위기에 처한다. 미국 정부는 이대로 공룡들을 멸종시킬 것인지 인도적 차원에서 구제할 것인지를 두고 격론을 벌이지만 결국 이를 신의 섭리로 받아들이고 방치할 것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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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편의 주인공 클레어와 오웬은 공룡들을 몰래 탈출시켜 다른 섬으로 이주시키자는 록우드 재단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위험천만한 쥬라기 월드로 들어가 포획작전에 참여하게 된 클레어 일행은 원래의 계획과 달리 이 작전의 이면에 탐욕이 가득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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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표면상으론 전작인 [쥬라기 월드]의 속편임과 동시에 실질적으로는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다섯 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통상 하나의 프렌차이즈가 5편까지 오게 되면 신선도는 상당히 반감되기 마련인데, 이번 작품은 그러한 난제를 영리한 자기복제로 극복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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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의 수많은 이스터에그들. 전편보다 더욱 노골적인 오마주는 이 작품이 [쥬라기 공원]의 DNA에 기초하고 있음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전편이 그러했듯 본 영화는 [쥬라기 공원]의 오마주들로 가득하다. [쥬라기 공원] 1편의 메인 빌런인 벨로시랩터의 포지션을 가진 인도랩터나 뜬금없이 해결사(?) 노릇을 하는 티렉스, 공원에서의 어드벤처를 중점적으로 다룬 전반부와 저택에서의 서스펜스에 주안점을 둔 후반부의 배치 등 대부분의 구성은 전체적으로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하지만 연출을 맡은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는 [오퍼나지: 비밀의 계단]을 만든 감독답게 후반부 폐쇄 공간에서의 공포를 극대화 하면서 호러물을 방불케 하는 스릴을 선사한다. 특히 소녀의 방에 침입한 인도랩터의 그림자를 이용한 고전적인 연출 방식은 진부하면서도 꽤나 유효한 편이다. [쥬라기 공원]을 보고 자란 부모들의 입장이라면 자신이 느꼈던 영화적 경험이 고스란히 자녀에게 전달되는 이 감격적인 현상에 대해 대체적으로 만족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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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서 공룡에 대한 감정이입을 허용한 것은 이번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에서 새롭게 시도된 부면이라 할 수 있겠는데, 미처 섬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화산재의 포화 속에서 섬과 운명을 함께 하는 브라키오 사우르스의 애처로운 모습은 인간의 탐욕이 부른 비극에 대해 강하게 어필하는 명장면이지 않았나 싶다. [쥬라기 공원]의 경이로운 첫 장면을 완성시킨 주인공이 브라키오 사우르스 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장면이 지닌 상징성은 매우 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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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단점이 없는 영화는 아니다. 흥미롭게도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의 단점은 전편에서 이미 지적된 것들인데, 개연성의 부족이라든가 도식화 된 캐릭터 설정, 지나치게 안일한 방향성 등 쉽게 말해 독립적인 영화로서의 과감한 ‘모험’을 별로 시도하지 않은 점에 대한 불만들이라 하겠다. 이는 장수 프렌차이즈가 지니는 숙명이자 [쥬라기 월드] 시리즈가 넘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기시감이 가득하다 못해 다음 씬의 예측이 가능할 지경이라해도 분명한 건 ‘공룡’을 소재로 한 작품 중에서 [쥬라기 월드] 프렌차이즈를 넘어설 작품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나 팬덤을 두 조각 내버린 [스타워즈 Ep.8: 라스트 제다이]의 경우를 보면 전작에 대한 존중심을 한껏 담아 시리즈의 기조를 잘 유지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오픈 케이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블루레이는 스틸북으로도 나와 있지만 본 리뷰에서는 2D+3D 초도한정판을 살펴보겠다. 초도한정으로 제공되는 본 판본은 아웃케이스와 32P 북클릿을 제공한다. 아웃케이스의 아트웍은 티렉스를 전면에 내세운 스틸북과는 달리 두 주인공의 모습을 부각시킨 표지를 사용했다.
더불어 스틸북에서는 제외된 북클릿이 포함되어 있는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북클릿이 아니라 포토북에 가까운 느낌이다. 퀄리티는 나쁘지 않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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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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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퀄리티
아리 알렉사 65로 디지털 촬영된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의 트랜스퍼 수준은 블루레이라는 매체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대치라 해도 무방하다. 전체적인 영상의 퀄리티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디테일하고 명료하다. 우선 폐허가 된 쥬라기 월드의 황폐한 풍경을 보자면 이리저리 방치된 차량이나 다양한 놀이기구, 자연적인 지형 등 복잡한 오브젝트들이 화면 가득 나타나는데, 실사와 디지털의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풍부한 디테일이 완벽하게 살아 숨쉰다. 암부 장면에서 역시 배경의 디테일을 살리는 뛰어난 가시성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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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의 모습도 무척 실감나게 표현되는데, 이는 아마도 애니매트로닉스를 추구하는 [쥬라기 공원] 시리즈 특유의 사실성에서 나오는 것일 듯 하다. 특히 이번 편에서는 오히려 전작보다 CG의 분량을 줄이고 애니매트로닉스의 비중을 높혔기 때문에 공룡의 피부 질감이나 색감, 호흡으로 인한 피부의 미세한 변화까지도 더 생생하게 표현해낼 수 있지 않았나 싶은데, 어쨌거나 이런 CGI와 애니매트로닉스의 혼합된 결과물이 무척 매끄러운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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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감의 표현에 있어서도 임팩트가 있다. 눈부신 녹색이 강조되는 이슬라 누블라의 푸른 초원이나 주황색과 붉은색의 조합이 불꽃처럼 강렬한 인상을 주는 용암의 분출 장면 등 역동적인 색조의 표현력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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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소음들이 가득한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의 사운드 포맷은 DTS:X 규격을 따른다. 공원에서의 효과음은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에서부터 나뭇잎들이 밟히는 소리, 작은 공룡들의 바스락거리는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소리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러한 소리 하나 하나가 머리 위나 앞, 뒤, 좌, 우로 완벽하게 감싸고 있는 느낌이다. 미드레인지의 뚜렷한 명확성과 더불어 포효하는 공룡의 울부짖음은 그 어떤 왜곡의 기미 없이 단단하고 다이나믹하게 울려 퍼진다. 가히 레퍼런스에 가까운 완벽한 사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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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옥의 티는 언젠가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리뷰 때마다 오타를 남발하는 필자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지만 -_-;;;- 한국어 자막의 오타 검수 부분이다. 특히 본편보다는 서플먼트에서 그러한 부분이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는데, 가령 ‘바리오닉스’를 ‘바이오닉스’로 표기하는 등 그냥 검수없이 1차 번역에서 그대로 컨펌이 이루어지는 듯 하다. 이는 비단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해외 판본의 로컬라이징 타이틀에서 자막 검수과정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이기에 다시금 문제 제기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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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피쳐
흥미로운 부가영상들이 제법 많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 몇 가지만 살펴보면, 먼저 “Island Action”은 영화의 전반부를 책임지는 이슬라 누블라 액션 장면의 메이킹 필름이다. 벙커에서 벌어지는 바리오닉스 추격 장면에서부터 벙커를 벗어나 자이로스피어를 타고 달아나는 장면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상세한 촬영 현장의 기록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자이로스피어 장면은 전반부는 하와이에서, 후반부는 영국의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는데 실감나는 장면을 위해 파인우드에 별도의 롤러코스터를 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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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와 크리스 프랫이 공통적으로 “이 영화에서 최고였던 점”이라고 인정한 부분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제프 골드블럼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Malcolm's Return“은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주역 중 한 명인 이안 말콤 박사에 대해 다룬다. 사실 말콤은 언제나 인류의 기술에 대한 경각심을 주장하는 캐릭터였으며 이는 원작자 마이클 클라이튼의 정신을 대변하는 역할이기도 했다. 비록 상원 청문회 장면에서만 짧게 등장하는 일종의 까메오이지만 그가 한 대사의 대부분은 원작 소설인 ‘쥬라기 공원’에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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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의 [쥬라기 공원]은 그간 스톱모션의 수준에 머물던 시각효과의 수준을 한 차원 높힌 전환점을 만들었다.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나 진보된 시각효과를 선보이고 있는데, 기존 [쥬라기 공원] 시대와 달라진 점은 근육과 피부 시뮬레이션까지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룡을 해부학적으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동시에 보다 자연스러운 동작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VFX Evolved “는 각각의 공룡들을 만들어가면서 어떤 면에 주안점을 두고 특수효과를 설계하였는지 설명하는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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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EN KINGDOM: The Conversation”은 두 번째로 긴 시간을 차지하는 부가영상으로서, 전작의 감독이자 이번에 책임 프로듀서를 맡은 콜린 트레보로,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크리스 프랫, 그리고 제프 골드블럼이 함께 나누는 대담 형식의 영상이다. 특히 까메오 분량의 출연임에도 제프 골드블럼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하겠다. [쥬라기 공원] 당시 영화에 합류하게 된 추억으로 말문을 연 제프 골드블럼에 이어 각자가 [쥬라기 월드]에 참여했던 소희를 밝힌다. 여담으로 이게 요즘 마블 영화 때문에 생긴 부작용인데, 이 영상을 보면서 '어? 스타로드와 그랜드마스터가 같이 있네?'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3초 정도 들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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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피처 목록
- On Set with Chris & Bryce(03:04)
- The Kingdom Evolves(04:31)
- Return to Hawaii(02:40)
- Island Action(05:59)
- Aboard the Arcadia(05:53)
- Birth of the Indoraptor(04:07)
- Start the Bidding!( 03:21)
- Death by Dino(01:32)
- Monster in a Mansion(03:05)
- Rooftop Showdown(03:46)
- Malcolm's Return(03:05)
- VFX Evolved(07:06)
- FALLEN KINGDOM: The Conversation(10:11)
- A Song for the KINGDOM(01:24)
- Chris Pratt's Jurassic Journals(13:05)
총평
비현실의 영역이었던 테마파크에서 인간들의 현실 세계로 나온 공룡들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종의 창조’에서 시작해 ‘종의 말살’에 대한 권리를 인류가 갖고 있는지에 관해 사유의 범주를 확장한 것도 주목할만한 요소다. [쥬라기 월드]의 마지막 3편이 시리즈의 관습에서 과감하게 벗어난 작품이 될 것이라 기대되는 이유다. 아직 [혹성탈출] 만큼의 철학적 깊이를 갖추진 못했지만 인간과 인간의 창조물이 충돌하는 디스토피아의 세계관에 성큼 발을 들여놓은 이번 변화가 부디 성공적인 결실을 맺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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