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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웨이™ (admin@pennyway.net)



제81회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거머쥔 [아티스트]는 무성영화시대의 종말을 풍자적으로 묘사한 작품으로서 유성영화의 등장이 무성영화 배우들에게 있어서 얼마나 거대한, 그리고 두려운 변화였는지를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 준 영화다. 사실 뤼미에르 형제가 선보인 시네마토그래프는 일종의 이미지 기록장치였기 때문에 영화에서 음성을 입힌다는 건 당시의 기술로선 생각하기 어려웠다.

물론 사운드가 별개로 사용되어 영화와 함께 오케스트라가 음악을 연주하거나 변사가 해설을 통해 관객에게 내용을 전달하는 식의 시도는 있어 왔지만 영상과 사운드의 기술적인 결합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곧이은 라디오의 등장으로 기술적 한계에 부딪힌 영화산업은 침체일로에 놓였고 여러 회사들에서 영상에 사운드를 입히는 문제와 씨름해 오던 중 마침내 해결점을 찾은 건 1926년 워너 브라더스에 의해서다.

당시 워너 브라더스는 바이터폰 사운드 프로세스를 도입해 음악과 음향효과를 더빙한 [돈 주앙 Don Juan]으로 소리와 영상의 동기화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듬해 사람의 음성, 즉 대사를 목소리로 전달하는 이른바 ‘최초의 유성영화’를 발표하게 되는데 그 작품이 바로 [재즈 싱어]였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재즈 싱어]를 계기로 영화계의 판도는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많은 투자자들은 그간 영상미학의 예술적 관점에서 바라봤던 영화에서 온전히 이윤을 창출하는 상업영화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부수적인 비용지출(이를 테면 연주를 위한 오케스트라의 섭외비나 변사를 위한 성우 채용 등)에 부담을 느끼던 극장주들은 이 획기적인 유성영화의 등장에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사실 최초의 유성영화라는 타이틀을 가져가긴 했으나 [재즈 싱어]를 완벽한 유성영화로 볼 수는 없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유성 대사는 몇마디 뿐이며,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무성영화의 자막처리 기법을 그대로 사용했다. 그럼에도 영화사의 전설과도 같은 대사, “잠깐 기다려요! 아직 아무것도 못들었잖아요! 기다리라니까!”가 배우의 입에서 튀어 나오는 순간, 객석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마 이 순간의 그 감정은 마치 [아바타]에서 3D 영상의 신기원을 맛본 관객들의 그것과도 비슷하였으리라.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화 [재즈 싱어]는 뮤지컬 [속죄일 Day of Atonement]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영화 속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요소가 매우 큰 이른바 뮤지컬 영화의 시초이기도 하다. 유대교 예배에서 노래를 부르는 일을 맡아 온 한 집안의 소년이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업을 잇는 일 대신 재즈 가수를 꿈을 찾아 집을 나선 뒤 브로드웨이에서 대성공을 거둔다는 내용의 [재즈 싱어]는 비단 이 영화에 주어진 수많은 수식어를 뒤로 하더라도 이야기가 주는 매력과 배우들이 선보이는 노래, 안무 등의 기본기가 잘 갖춰진 완성도 높은 작품임을 부인할 수 없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그 증거로 이 작품은 두 차례나 리메이크 되었는데 1952년에는 마이클 커티스 감독이 대니 토마스와 페기 리를 기용해 리메이크했고 1980년에는 리처드 플레이셔 감독이 명배우 로렌스 올리비에, 가수 닐 다이아몬드와 함께 호흡을 맞춘 리메이크작을 발표했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1927년 오리지널 작품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벌써 한 세기 가까운 세월이 흐른 고전 중의 고전이지만 [재즈 싱어]가 시대에 뒤떨어진 엉성한 미완의 작품이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뮤지컬 영화임을 이번 기회에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길거리 노점에서 4장에 만원짜리로 끼워팔던 판권을 알 수 없는 DVD를 제외하면 국내 관객들이[재즈 싱어]를 정식으로 접하는 건 아마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1080p 해상도의 AVC 코덱으로 인코딩 된 영상은 이 작품의 세월을 감안하고서라도 필름 스크레치를 거의 찾아볼 수 만큼 깨끗한 복원력을 보여준다. 흑백의 클래식한 느낌을 살리면서도 디지털 시대의 선명한 화질의 장점을 갖추어 소장가치를 높혔다.

▽원본 사이즈로 보려면 클릭하세요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사실 화질보다도 더 관심이 가는 부면이 바로 음질이었는데, 무손실 DTS-HD 1.0 채널로 스펙상으로는 빈약해 보이지만 의외로 명료하고 인상적인 사운드를 들려 주었다. 특히 ‘최초의 유성영화’이니만큼 어딘지 모르게 엉성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연주씬에서는 다이나믹한 음향을 들려주어 놀랄만하다.

오래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확보된 진귀한 영상들을 아낌없이 담았다. 모든 영상물에는 한글 자막이 지원되나 음성 코멘터리 및 ‘1947년 럭스 라디오 알 졸슨의 라디오 방송’에는 아쉽게도 자막이 지원되지 않는다.

▷ Al Jolson in A Plantation Act

주연을 맡은 알 졸슨이 흑인 분장을 하고 홀로 연기를 하는 10분간의 영상.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 An Intimate Dinner in Celebration of Warner Bros. Silver Jubilee

워너 브라더스 창립 25주년을 기념하는 축하파티의 기록물로 에드워드 G. 로빈슨이나 더글라스 페어뱅크스 같은 당대의 내노라하는 인기스타들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는 진귀한 영상이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 Hollywood Handicap

무성영화 시대의 재능넘치는 크리에이터 버스터 키튼이 감독한 단편. 산타 아니타 경마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코미디로 [재즈 싱어]의 알 졸슨을 비롯해 빙 크로스비, 로버트 몽고메리, 미키 루니 등 나름 초호화 캐스팅을 보여준 작품.

ⓒ MGM. All rights reserved.

▷ A Day at Santa Anita

바이터폰 사운드를 이용해 제작한 컬러 단편영화. 고아가 된 소녀가 경주마의 주인이 되면서 겪게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 I Love to Singa
1936년 바이터폰 사운드를 이용해 제작한 단편 컬러 애니메이션. 노래를 부르거나 피아노, 바이올린을 배우는 건 괜찮지만 재즈는 절대 안된다고 가르치는 엄격한 올빼미 아버지와 네 자녀의 이야기. [재즈 싱어]와 내용적으로 맞닿는 부분이 있는 작품이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유성영화의 등장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그 극적인 변화의 중심에 바로 [재즈 싱어]가 있었다. 이번 [재즈 싱어]의 블루레이 국내 발매는 영화사적인 의의를 지닌 고전들이 어떤 대접을 받아 마땅한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불과 10년전 영화의 마스터 필름도 제대로 보관되고 있지 않는 우리 영화계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매우 부럽기도 하거니와 헐리우드의 복원 기술력과 보존에 대한 가치관에 대해서도 내심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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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재즈 싱어 - 8점
앨런 크로스랜드 감독, 메이 맥어보이 외 출연/워너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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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투머로우>김기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애기가 밤새 보채서 지각출근을 하는 바람에
    이제야 블로그에 들어왔어요.
    오늘 서점에 갔다가 페니웨이님의 저술(?) <파워블로그 만들기>를 샀습니다.
    마침 책 중간 DVD가 끼워진 부분에 페니웨이 님 이야기가 나오는군요.

    2013.03.08 18:03
  2. 사이보그0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I love to singa 는 어릴적 AFKN을 통해 가끔 보았었는 데, 그게 1936년 작이라니 영화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정말 부럽네요. 한국의 영화들도 이런 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 오늘도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2013.03.1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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