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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 한국적 버디물의 발견

페니웨이™ 2011. 2. 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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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을 탐정으로 묘사한 작품들은 많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으로 이인화 교수의 '영원한 제국'이 있는데,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 작품속에서 정약용은 이인몽과 함께 '금등지사'를 둘러싼 조정내의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역할을 맡았지요. [정조암살미스터리-8일]이나 [조선추리활극 정약용] 같은 TV시리즈에서도 정약용은 실용주의 학자이기보다는 범죄수사관에 더 알맞은 인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구습에 얽메인 조선시대에 이만큼 실용적이고 개혁적 성향을 드러낸 인물이 전무했다는 방증이겠지요.

최근 흥행가두를 달리고 있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역시 정약용을 전면에 내세운 조선시대 미스테리 활극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포스터의 그 촌스런 폰트하며 어정쩡한 김명민의 분장이 영화를 보기 전부터 비호감을 주긴 했습니다만 어쨌거나 이 작품은 '영원한 제국'이나 '원행'의 경우처럼 팩션소설을 바탕으로 구성된 것으로서 '열녀문의 비밀'을 원작으로 삼고 있습니다. 정조 16년 대규모의 비리에 얽힌 살인사건과 음모를 파헤지는 본 작품은 예상을 깨고 정조 재위 당시의 공납비리와 열녀감찰, 천주교도 탄압 및 신분제 철폐와 당쟁과 같은 혼란스런 시대상을 조합해 비교적 미끈한 오락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 청년필름㈜ /위더스필름㈜/ 쇼박스㈜미디어플렉스. All Right Reserved.


물론 영화의 근간을 이루는 미스테리물로 보기에는 시나리오의 힘이 딸리는 편임에도 (원작부터가 그렇긴 합니다) [조선명탐정]은 이러한 약점을 유머와 액션,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 창조로 훌륭하게 극복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김명민이라는 메소드 연기의 본좌급 배우가 자리잡고 있긴 합니다만 인정할건 인정해야겠죠. 이 영화에서 미친존재감을 발산하는건 사실상 조연인 오달수입니다. 시종일관 웃음을 촉발시키는 몸개그와 애드립을 쏟아내는 그에게 정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얼핏보기엔 잘 맞지 않을 것 같았던 김명민과 오달수의 조합은 놀랄만큼 상성이 좋은 편입니다. 근래 보아온 한국영화중에서 이처럼 손발이 잘 맞는 버디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말이죠.

홍일점인 한객주 역의 한지민도 경이로울만큼의 매혹적인 자태를 뽐냅니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말을 실감케하듯 눈화장만으로도 180도로 이미지를 바꿔 버린 팜므파탈적인 그녀의 모습은 이전 청순하기만했던 한지민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피가 뚝뚝흐르는 고깃덩이를 어깨위에 걸쳐올린 그녀의 자태는 정말이지... (오케이~ 여기까지)

ⓒ 청년필름㈜ /위더스필름㈜/ 쇼박스㈜미디어플렉스. All Right Reserved.


사실 [조선명탐정]이 보여주는 유머는 그다지 세련되거나 미칠 듯이 빵빵터지는 그런 웃음은 아닙니다. 굳이 말하자면 일본 드라마나 아니메에서 보아온 그런 허무개그쪽에 좀 더 가까운 것이지요. 하지만 때론 이런 유머가 적절한 것이, 어쩌다 한번이 아니라 계속 뚝심있게 밀어붙이니까 끝내는 웃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상황이 오더란 말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그러한 시도 가운데 약 7할 정도의 성공률을 보인달까요?

몇가지 단점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본격 미스테리 장르로 보기에는 시나리오가 지니는 구성력이 조금 떨어지는데다, 편집이 거칠게 뚝뚝 끊어지는 편입니다. 이렇게 불친절한 편집은 이 영화처럼 플롯이 복잡한 작품일 경우 자칫 몰입을 방해해서 좋은 줄거리를 관객이 따라잡을 수 없게 만들거든요. 캐릭터의 성격이 꾸준히 일관성을 띄지 못하고 초반과 후반의 느낌에서 서로 차이가 난다는 점도 조금은 부족한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코미디와 김명민의 조합은 아직도 검증이 좀 더 필요한 상황이라 할 수 있고요.

하지만 [조선명탐정]은 한국영화계에서 부족한 캐릭터영화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고무적인 작품입니다. 정약용을 18세기의 행동하는 실학자이자 탐정으로 재조명하며 한국식 퓨전추리극에 최적화시킨 시도는 일단 성공했다고 봐야겠죠. 또한 한국영화에서 사이드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찾았다는 면에서도 칭찬할만합니다. 그래서인지 속편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부분도 다른 영화와는 달리 기대감으로 다가오는군요.

P.S:

1.말하자면 가이 리치의 [셜록 홈즈]를 충무로식으로 변주해 놓으면 딱 [조선명탐정]이 되겠다 싶더군요.

2.흥미롭게도 본 작품에서 정약용의 이름은 한번도 언급되지 않습니다.(원작에서는 김진이란 인물이죠) 제작단계에서는 [조선명탐정 정약용]이었는데, 아예 영화에서는 이름 자체를 없애 버렸죠. 덕분에 영화에서는 그저 '나리~'라고 불릴뿐이며 개장수 서필이 통성명을 요구하는 장면에서도 정약용은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않습니다. 이는 유하 감독의 [쌍화점]에서 공민왕의 이름을 쓰지 않은것과 비슷한 사례라고 해야겠죠.

3.한지민은 진리입니다.

4.평론가들에게 어필할 만한 영화는 아닙니다. 영화의 구성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거든요. 전반적으로 오락성을 극대화 시키다보니 다른 좋은 점들을 포기한 부분도 많습니다. 정치적 함의나 풍자, 또는 천주교도 탄압에 얽힌 여러 가지 흥미로울 수 있는 담론을 모조리 희생했더군요. 질적으로 우수한 유머를 구사하는 것도 아니고 단발적인 웃음만을 주다보니, 코미디영화로서의 가치도 그리 높다고는 볼 수 없겠네요.

5.극 중 배우 이재용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는 장면이 있는데 얼굴에 붙인 콧수염 뒤에 덧댄 거즈가 보이더군요. 뿜었습니다.

본 리뷰는 2011.2.7. Daum View의 메인기사로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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