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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며칠후면 2010년이 저물고 새로운 해를 맞이한다. 돌이켜보면 유독 볼 만한 작품이 드물었던 한 해였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가장 맘 속에 남았던 10편의 개봉작들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리스트에 오른 작품들은 제작년도가 아닌 개봉일을 기점으로 2010년에 상영된 작품을 선정했으며,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해 리스트를 작성한 것이므로 착오없길 바란다. 아울러 18세 이상 등급의 영화는 순위에서 배제했다. 순서는 무작위로 열거해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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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마틴 스콜세지의 히치콕식 미스테리극. 데니스 르헤인의 원작 베스트셀러를 영화로 옮긴 작품으로 음울하지만 클래식한 미장센이 일품이었던 영화. 꽃미남 배우의 이미지를 벗고 하비 케이틀, 로버트 드 니로의 뒤를 이어 스콜세지의 세 번째 페르소나이자 연기파 배우로 완벽하게 변신한 디카프리오의 연기도 훌륭하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몇 달 후에 개봉된 [인셉션]의 예행연습이라고도 볼 수 있을 듯. 딱히 잔인하거나 고어스런 장면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영화의 분위기가 주는 심리적 무게감이 결코 가볍지 않다. 근래 본 영화 가운데 가장 이지적인 스릴러 중 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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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아이들]을 통해 이란영화의 가능성을 세계적으로 알렸던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수작. 국내 개봉이 늦어졌지만 그만큼 극장에서 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던 경험은 유달리 감격적이었다. 탄탄한 내러티브와 빵빵 터지는 유머, 여기에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들이 가세하면서 영화는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것이 되어 버렸다. 가난하지만 순수한 시절, 바로 우리 아버지 세대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 더욱 푸근함이 전해져 오는 영화다. 올 한해 극장가의 숨겨진 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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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올해 베스트10에 넣고 싶은 한국영화는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이지만 18세 미만 등급의 영화중에서는 딱히 순위를 선정하기가 애매해 고민을 많이 했다. [시라노; 연애 조작단]이 딱히 웰메이드 영화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와 다소 진중한 멜로물 사이의 중심을 잘 잡아준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올해 필견의 작품이라는데는 큰 이견이 없다. 재치있는 대사들과 상황 설정, 그리고 무엇보다 남자의 심리를 잘 읽어낸 보기드문 로맨스 장르물이었던 것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본편의 내용도 재미있었지만 송새벽-류현경 커플이 엮어가는 프리타이틀 시퀀스는 다시봐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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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코타로의 원작소설과 유난히 좋은 상성을 보여준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스릴러물. 비록 스릴러의 장르적 범주에 들어가긴 하나 무척이나 감성적이고 인간적인 영화라는 점에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영화다. 졸지에 총리 암살범으로 몰린 평범한 소시민이 필사적으로 도주하는 과정속에 주인공의 과거사와 현재를 잇는 퍼즐같은 구성이 매우 탄탄하게 녹아있다. 원작의 주인공을 그대로 영화에 옮겨놓은 듯한 사카이 마사토의 선량한 캐릭터가 여성관객들의 모성본능을 불러일으킨다. 비틀즈의 후기 명곡이자 타이틀로 사용된 'Golden Slumbers'의 아련한 선율은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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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많은 매니아들을 지닌 모타이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네 번째 슬로우 라이프 무비. 이번에는 캐나다로 배경을 옮겨 일본인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3남매의 이야기를 코믹하면서도 잔잔하게, 때로는 감동적으로 그려낸 드라마다. 감독의 전작에 비해 유머의 빈도가 늘어났으나 상대적으로 큰 여운을 남기지 않는다는 면에서 다소 기성품에 더 가까운 영화이지만 그래도 맛깔스럽게 영화를 구성하는 나오코 감독의 솜씨가 변함없이 뛰어나다. 음식을 통해 교류하는 가족애를 이번에도 유감없이 표현했으며, 소소한 소품을 활용하는 스타일도 여전하다. 추운 겨울 가족의 따스함을 느끼기에 더없이 탁월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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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말이 더 필요한가. 관객들은 지구, 아니 우주 최강의 크리에이터 집단 픽사의 유일무이한 트릴로지가 완성되는 순간을 경험했다. 무려 15년전부터 이어져 온 우디와 그의 장난감 동료들이 벌이는 웃음과 감동의 도가니탕. 사람을 웃기려고 작정한건지 울리려고 작정한건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을 만큼 감정을 농락당했다고 생각될 정도로 높은 몰입도와 재미를 선사하는 올해 최고의 작품이다.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의 법칙이 21세기 들어서 제법 자주 깨지긴 했다만 [토이 스토리 3]만큼은 어떤 기대를 하더라도 그 기대를 뛰어넘는다. 장난꾸러기로 성장해 이제는 한 두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었을 법한 중년들의 체면을 사정없이 구긴 나쁜(?)작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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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기간이 지났다고 생각한 토니 스콧-덴젤 워싱턴 콤비의 화려한 부활. 실패를 맛보았던 [서브웨이 하이제킹 펠헴 123]에 이어 다시한번 열차를 소재로 삼은 영화를 발표했을 때의 기대감은 바닥이었으나 막상 영화를 보고난 다음에는 딱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어떤 폭력적인 장면이나 악당이 등장하지 않음에도 관객의 심장을 옥죄는 스릴과 서스펜스가 탁월하다. 때론 감동적으로 때론 아슬아슬함으로 시종일관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하반기 최고의 액션 스릴러. 이로서 토니 스콧에 대한 기대치는 다시 원상복귀. 다만 이제 영감님 소리를 듣는 덴젤 워싱턴의 노쇠함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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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얄밉지만 공감가는 로맨틱 코미디가 또 있을까. 누구에게나 있음직한 연애의 일상사를 담담하고 솔직하게 풀어낸 작품으로 주인공 섬머역의 주이 데샤넬은 만인의 '전 여자친구'를 떠올리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더불어 피해자(?)이자 남겨진 자의 공허함과 슬픔을 대변하는 조셉 고든-레빗의 연기는 상당히 인상적인데, 아니나 다를까 그는 곧이어 개봉한 [인셉션]을 통해 단숨에 영화팬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연인과 헤어진 자에게는 위로를, 새로운 만남을 기다리는 이들에게는 희망을 선사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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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아카데미의 최대 수혜자로 예상될 만큼 치밀한 구성과 주인공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수작. 경지에 오른 교차편집과 쉴새없이 속사포처럼 스쳐지나가는 대사들을 다 소화하기에도 버거울 정도이지만 그만큼 속도감있고, 지루할 틈 없이 전개되는 내러티브가 관객의 정신을 쏙 뺄만큼 재미있다. 페이스북의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의 성공담이 아니라 성공의 이면에 놓인 비하인드 스토리에 초점을 맞춰 세계 최고의 SNS가 성장해가는 과정을 밀도있게 그려냈다. 영화의 성격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파생되어 나오는 여러 가지 담론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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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에 이은 또 하나의 아트 블록버스터. 타인의 생각을 조작하기 위해 무의식으로 침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서 여러 층위로 구성된 무의식의 세계를 표현한 점은 가히 천부적이다. 액션과 볼거리 같은 오락적 부면과 외적인 완성도가 뛰어나지만 철학적 사색과 끊임없이 머리를 쓰게 만드는 영화의 내적 구성이 탁월해 단순한 블록버스터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캐릭터 및 연기를 [셔터 아일랜드]와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톰 하디, 조셉 고든-레빗 등 아직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훈남들의 매력적인 모습들도 좋은 볼거리다.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관객의 생각을 장악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에게 당신은 '인셉션'을 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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