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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괜히 봤습니다. 지금은 보지 말았어야 할 영화를 본 것 같아요. 오해는 마세요. [시라노; 연애 조작단]은 결코 못만들거나 재미없는 영화가 아닙니다. 그저 내가 겪고 있는 심리적인 우울함을 더욱 증폭시킨 영화라는 점에서 후회가 밀려오는 것 뿐이니까요. [시라노; 연애 조작단]을 선택하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사전 지식은 제목에 들어간 '시라노'라는 단어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점입니다. 극중에서 우스게 소리처럼 던지는 대사처럼 공룡 티라노를 연상케하는 단어이지만 비교적 90년대 초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분들이라면 제라드 드 빠르디유가 주먹만한 코를 붙이고 나왔던 [시라노]를 쉽게 떠올리실 겁니다.

ⓒ Caméra One/Centre National de la Cinématographie (CNC). All Right Reserved.


맞습니다. 이 영화는 [시라노]에서 주인공 시라노 백작이 가진 딜레마, 즉 못생긴 외모 때문에 차마 사랑하는 여인에게 고백하지 못하지만, 그 여인에게 연정을 품은 자신의 부하를 대신해 연애편지를 써주는 참으로 아이러니하면서도 가슴 아픈 상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연애 조작단'이라고 해서 커플들을 엮어주는 연애 메니저들의 진부한 코미디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얘기죠. 어찌보면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민정과 최다니엘의 유명세에 편승한 얄팍한 작품이라고도 생각될지 모르지만 실상은 엄태웅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시라노; 연애 조작단]은 관객의 예상을 벗어납니다.

시라노 드 베르주락
국내도서>비소설/문학론
저자 : 에드몽 로스탕 / 김찬자역
출판 : 연극과인간 2007.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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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의 파산으로 어쩔 수 없이 연애 메니지먼트라는 독특한 회사를 차려서 커플들의 사랑을 '인위적으로' 이루어 주는 시라노 에이전시에 의뢰인 상용(최다니엘 분)이 나타납니다. 같은 교회에서 만난 여인 희중(이민정 분)과의 인연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그의 의뢰를 시라노 대표인 병훈(엄태웅 분)은 탐탁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실은 병훈과 희중이 과거에 연인 사이였던 것이죠. 이제는 헤어진 여자친구와 의뢰인을 연결시켜주어야만 하는 전 남자친구... 상황이 좀 복잡하지요?

ⓒ 명필름. All Right Reserved.


[시라노; 연애 조작단]이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긴 하지만 막상 그 내용면에서 보자면 무척 가슴 시린 구석이 많은 작품입니다. 연인과 헤어진지 얼마 지나지 않은 남성분들이나 혹은 용기가 없어 차마 사랑하는 여인에게 대쉬한번 해보지 못한채 평생솔로로 지내는 분들에게는 정말 공감가는 내용이 많거든요. 특히 연출을 맡은 김현석 감독은 [광식이 동생 광태]나 [스카우트]같은 작품들을 통해 주로 연애에 실패한 남성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비상한 재주를 보여주었는데, 이번 [시라노; 연애 조작단]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이 작품은 여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진정 불철주야 피나는 노력을 쏟아붓는 이 세상 모든 수컷들의 마음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남성관객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냅니다. 또한 김현석 감독의 영화들에서 남자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과는 결실을 맺지 못하는데, 이 영화도 마찬가지에요. 그 대신 다른 사랑이 찾아온다는 희망을 던져주긴 하지만요. 일반적으로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가 여성편향적인 특징을 가진것과는 달리 김현석 감독의 작품이 이례적인 건 바로 이 때문이죠. [시라노; 연애 조작단] 역시 남자들을 위한 작품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그렇다고 여성 관객들이 재미없어 할 만한 작품이란 얘기는 아니에요)

ⓒ 명필름. All Right Reserved.


이 영화의 장점은 2시간의 러닝타임을 비교적 알뜰하게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인트로의 송새벽, 류현경 커플을 엮어주는 작전은 사실상 전체적인 극의 흐름과는 동떨어진 개별 에피소드임에도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는 매우 효과적인 구실을 합니다. 본 게임으로 들어와서 최다니엘과 이민정 커플의 이야기가 전개될 때도 엄태웅의 과거사를 심어놓아 이야기가 단순하게 흐르지 않도록 완충작용을 합니다. 덕분에 관객들은 꽤 오밀조밀하게 배치된 플롯의 묘미를 즐기면서 본 작품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시라노; 연애 조작단]은 웰메이드 코미디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엄태웅의 고정화된 연기패턴이 좀 많이 눈에 거슬리는데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들이 더러 나오거든요. 굳이 말하자면 웰메이드와 평작의 중간 정도? 사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에서 의외의 수확을 거뒀다는 느낌은 듭니다. 워낙 경쟁작이 없는 추석시즌이라 상대적인 상승효과도 큰 것 같고 말이죠. 이민정, 박신혜, 류현경 등 출연 여배우들 전원이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추석 남자분들은 꼭 이 영화를 선택하라고 권하고 싶네요. 개인적으로도 이민정양을 꽤나 좋아하는 편인데 이 작품에서 만큼은 류현경의 압승이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아, 또 하나 빼놓지 말아야 할 게 있네요.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를 한 권해효의 까메오 연기입니다. 악덕 사채업자로 등장하는 그는 막판에 회심의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유머로 관객들을 뒤집어지게 만드니 기대하셔도 좋을겁니다.


본 리뷰는 2010.9.16. Daum View의 인기 이슈에 선정되었습니다.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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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사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뷰 잘 읽었습니다.
    멜로나 로맨스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쪽 영화들은 평도 잘 안찾아보는데 페니웨이님 리뷰는 재밌게 읽고 가게 되네요^^

    2010.09.16 12:50 신고
  3. oldtyp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스카우트' 가 김현석 감독 영화였군요. 솔직히 마케팅이 다 망쳐놓은 저주받은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내가 이걸 왜 극장에서 안봤지?' 하고 후회할 정도였으니까요. 같은 감독의 작품이라니 아무래도 보러갈 수밖에 없네요 :)

    2010.09.16 13:00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김현석 감독의 작품들은 홍보가 약하죠. 광식이도 그랬고 스카우트도 그랬고.. 이번에는 롯데에서 아주 공격적인 마케팅을 퍼붓고 있습니다. 그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어요^^

      2010.09.16 18:21 신고
  4. 셀모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시사회를 통해 보고 왔습니다.
    대체로 페니님과 비슷한 의견이에요.
    일단 소소한 재미가 있었고,
    대본과 연기가 꽤 괜찮았다는 느낌.
    직접보고 반해버렸지만.... 이민정은 정말 예쁘네요. 흑흑...
    (하이킥에서의 모습과)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 최다니엘의 연기는 또 신선하더군요.

    한가지 불만이 있다면....
    흑.
    저도 가슴이 시립니다. -_-;

    2010.09.16 13:28 신고
  5. 탈렌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민정양은 여자가봐도이쁘더군요ㅠㅠ
    트랙백달고갑니다~

    2010.09.16 14:51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민정의 연기는 많이 좋아졌더군요. 아니, 그것보단 연기를 필요로 하는 역할에서 제외시킨 느낌이랄까..암튼 적당한 캐릭터를 맡아서 당분간 주가가 오르겠어요^^

      2010.09.16 18:24 신고
  6. spaw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페니웨이님은 의외로 국산영화에도 관심이 많아 보이시는군요.
    언제부턴가 소설이던 만화던 영화던 '국산'은 무조건 기피대상이 되었습니다. 한국작품은 무조건 재미없다는 인식이 뿌리깊도록 박혀있습니다. 아저씨나 악마를 보았다도 국산이기에 꺼려지는 작품들이거든요.

    2010.09.16 16:20 신고
  7. mundiso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친한 오빠동생으로 지내자는 말에 가족끼리는 사귈 수 없다는 그런 멘트에 공감했던 저로써는... 김현석 감독의 영화라면 왠지 옛 생각도 나고 공감이 가더라는...
    뭐 지금이야 결혼을 했으니 부담 없이 보긴 하겠지만... 예전에 고백을 못했던 옛 사랑이 생각나면 우울해 질 지도 모를 영화겠군요.

    2010.09.16 16:25 신고
  8. 쿠니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봤는데 가슴 한구석이 아련한 느낌이.김현석 감독이야 말로 저런 경험이 있었던건 아니었을지.이민정양은 머리를 뒤로 묶은 모습이 정말 이쁘던데 전 그래도 신혜양이 ^^

    2010.09.16 17:48 신고
  9. 노리사랑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믹샵 베타테스터로 선정되신 분들 블로그를 둘러 보는 중입니다.

    저도 운 좋게 베타테스터로 선정이 되어 그제 광고를 달았는데...


    즐거운 하루되세요.

    2010.09.16 17:56 신고
  10. 적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잇! 가슴에 염장만 질러놓는 영화 따위는 보지 않습니다 -_-++

    2010.09.16 19:50 신고
  11. 이열혈남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시사회 봤는데 너무 재미 있더군요. 전 500만 예상합니다. ^^

    2010.09.17 09:12 신고
  12. 고어핀드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 좋은데 스포일링을 하시면 어쩝니까 ㅠㅜ

    2010.09.17 11:40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딱히 스포일링이랄게 없는데요?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와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는 거 말씀인가요? 이것도 딱히 스포일러가 아닙니다. 어차피 이민정 한사람을 놓고 두 남자가 줄다리기를 하는건데 둘 다 사랑을 이룰 순 없잖습니까? 한사람은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게 당연하지요.

      2010.09.17 13:01 신고
    • 고어핀드  댓글주소  수정/삭제

      억... 둘이 줄다리기를 하는가 보네요;;

      2010.09.17 14:49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엄태웅:최다니엘-> 이민정 이런 구도인데.. 정작 최다니엘은 엄태웅의 존재감을 느끼지 못한다는거.. 이 이상 말하면 스포일러죠 ㅎㅎ

      2010.09.17 16:51 신고
  13. drunkenstei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난주에 시사회가 되어서 갈려다가 시간이 안되어 다른분에게 양도했었는데...
    봤으면 큰일날 뻔 했군요!
    심리적인 우울함이라..... 시사회 갔으면 저도 함께 후회할뻔했습니다ㅜ.ㅡ

    2010.09.17 13:11 신고
  14. link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로맨틱 코미디로 마케팅되고 있지만 이 작품 상당히 진진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시라노의 현대적인 리메이크가 단지 로맨틱 코미디로 폄하되는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합니다. 김현석 감독의 전작 스카우트도 상당히 잘만든 작품임에도 비슷한 마케팅에 희생되어서 제대로 평가 못 받았았죠.

    2010.09.18 09:46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개인적으로 동감합니다. 제가 본문중에 우울함을 증폭시킨다는게 이런 측면에서 영화를 봤다는 뜻이죠. 코미디속에 감춰진 씁쓸함. 이것이 김현석 감독 작품의 진면모가 아닌가 싶어요.

      2010.09.18 09:48 신고
  15. 무쇠주먹용팔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 주말에 무슨 영화로 데이트를 할까 했는데 피해야겠군요 ㅋㅋ

    2010.09.18 17:15 신고
  16. 성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이거 보다가 극장에서 그 앨 만나면 어떡하지?

    2010.09.18 22:02 신고
  17. 웃다가울다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보다가 눈물 좀 많이 쏟았는 걸요. 남자 주인공들한테 몰입감 돋아요. 허허. 울다가 웃으면 뭐시기된다던데.

    2010.09.19 12:56 신고
  18. 산다는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재 가장 보고 싶은 영화인데 가장 보기 힘든 영화이기도 하더군요.....시간대 좀 늘려주지.

    2010.09.20 15:51 신고
  19. 아도니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민정 이쁘네요.. 다른게 다 눈에 안들어왔어요.!!

    2010.09.26 19:49 신고
  20. SHAKEHAZ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른 곳에서 트랙백 리스트를 읽다가 첫 세 줄에 공감하여 들러봤다가 잘 읽고 갑니다 ^^;
    확실히, 상당히 남성 중심의 흐름을 탄다고 보는게 맞는 것 같구요..
    어떤 남성적 판타지나 허구라기보다 남자의 심리가 주가 되는 느낌이랄까요.
    아쉬운 것도 많지만 수확은 컸던 것 같네요. 이런 느낌 역시 즐거움 중 하나니까요

    2010.09.27 06:40 신고
  21. 잘봤습니다만,,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영화가 굉장히 아쉽다고 생각하는 점이,,

    실없는 장면들 절반만 뺐으면 더 담백했을 텐데,,

    아무래도 로맨틱'코미디'를 기대하신 분들을 충족하기 위한 얄팍한 장치로 밖에 안보이던걸요..

    적당히 유치했으면 좋았을텐데 보고나서 너무 화가 났내요..

    그런데 더 화가 났었던건, 관객들이 너무 가볍게 이영화를 상영한다는 걸 극장에서 느꼈을때,, 가벼운 영화가 아닌데 :(

    이런 부분에서는 외화의 적절한 밸런스가 정말 놀랍다고 생각해요.

    2010.10.26 11:4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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