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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솔로이스트 - 우리 모두는 인생을 연주하는 솔로이스트다

페니웨이™ 2010. 3. 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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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독특한 괴짜들의 이야기는 시대를 막론하고 사랑받았다. 저 유명한 [아마데우스]의 주인공 모차르트에서부터 [샤인]의 데이빗 헬프갓에 이르기까지 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천재성을 드러냈지만 결코 평범할 수 없었던 인물들의 삶은 대다수 보통 사람들의 관점에서 볼때 분명 흥미있는 소재다. [솔로이스트]는 이런 류의 영화들이 갖는 보편적인 어드벤티지 위에 조 라이트 감독과 제이미 폭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라는 막강한 크래딧의 파워도 갖춘 작품이다. 거기에 감미로운 클래식의 선율까지 더해졌으니 이 어찌 군침이 돌지 않겠는가.

분명히 [솔로이스트]의 외견을 놓고보면 흠잡을 것이 없다. 줄리어드 음대를 중퇴해 노숙자가 된 어느 흑인 첼리스트. 그를 우연히 발견해 그 기구한 사연을 세상에 알리는  LA 타임즈 기자. 두 사람이 엮어가는 이 흥미로운 드라마는 이 이야기가 실화라는 사실과 맞물려 마치 아카데미라도 석권할 듯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쉽게도 [솔로이스트]는 그러한 관객의 기대치를 채워주기에는 역부족이다. 결론부터 말해 [솔로이스트]는 영화가 가진 매력을 어느 하나 만족스럽게 살리지 못했다.

ⓒ Universal Pictures/DreamWorks SKG. All rights reserved.


아마도 필자를 비롯한 일부 관객들은 [솔로이스트]가 한편의 멋진 음악영화일 것이라고 기대한 측면이 없지 않을 것인데 (실제로도 이 작품이 가장 먼저 국내에 소개된 건 2008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였다) 이 작품에서 음악이 두 주인공을 연결하는 도구로서 사용된 건 사실이지만 극의 중심에 위치하는건 음악이 아니다. 영화는 노숙자 첼리스트 나다니엘의 천재적 음악 솜씨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애당초 그가 줄리어드에 입학했다는 것 외에는 뚜렷한 음악적 재능이 드러나지도 않으며 이런 류의 음악영화가 늘상 그러하듯 마지막에 콘서트 홀에서 당당히 복귀해 박수갈채를 받는 인간승리의 드라마도 없다.

영화가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9만명의 노숙자에 대한 사회적 화두 역시 그다지 큰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 여기에 공허감으로 괴로워하는 로페즈 기자의 이야기까지 끼어들면서 영화는 산만해진다. 어느 한 방향으로만 나아갔더라도 좋은 결과를 가져왔을 것을 각각의 매력적인 소재들을 끌어다가 평범하게 풀어놓다보니 정작 장르영화가 가지는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관객의 기억에 남는건 영화의 내용이 아니라 두 명배우의 연기와 LA 필하모닉의 지휘자 에사 페카 살로넨이 지휘하는 베토벤 3번 교향곡 '영웅'의 리허설 장면 뿐이다.

ⓒ Universal Pictures/DreamWorks SKG. All rights reserved.


오히려 상투적인 끝맺음 대신 열린 결말을 선택한 건 그나마 현명한 선택이다. 덕분에 [솔로이스트]의 정체성이 실은 현재를 살아가는 상처받은 어른들의 치유와 성장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을 이해시킬 수 있었고, 원작이 된 로페즈의 컬럼과 나다니엘의 삶이 미완의 진행형이라는 사실과도 대칭을 이룰 수 있었다. 작은 구원에 만족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결말로 인해 익숙한 영화적 감동을 기대했던 관객들의 예상을 깨버린 [솔로이스트]는 졸작이 아닌, 그렇다고 걸작도 아닌 작품이 되어버렸다.



북클릿이나 아웃케이스도 없는 썰렁한 구성에 최소한의 예의인 양면 표지인쇄도 이뤄지지 않아 실망스럽다. 한가지 눈여겨 볼 점은 뒷표지에 새로운 등급 표시가 추가되어 있다는 것. 주제, 선정성, 폭력성, 약물, 대사, 모방위험으로 분류된 세부적인 등급이 표시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같은 방침이 좋은 생각이긴 하지만 미관의 문제도 물론이거니와, 결정적으로 신뢰도가 의심스럽다. '보통'이라는 것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으나 [솔로이스트]의 경우 선정성이나 폭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데, 이걸 보통으로 표기해 둔 것이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 Universal Pictures/DreamWorks SKG. All rights reserved.





영화 자체가 무척이나 정적이고 절제된 영화이기 때문에 화려한 비주얼을 추구하는 작품에 요구되는 화질 수준까지는 기대하지 않아도 될 듯 하나 인물을 잡아내는 구도, 정경의 배치와 색감에 꽤나 신경을 쓴 작품임은 부인할 수 없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느낌의 색감과 화질을 보여주고 있으나 일부 어두운 장면에서의 암부표현력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 Universal Pictures/DreamWorks SKG. All rights reserved.


본격적인 음악영화는 아니라 할지라도 [솔로이스트]에서 차지하는 음악의 비중은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음악으로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몇몇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이를테면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변이라든가, 노숙자 캠프 등 일반적이지 않은 장소에서의 연주는 색다른 느낌을 선사할 것이다. 본 타이틀은 그러한 감정이입을 위한 충분한 수준의 음질을 들려주고 있다.



1Disk로 구성된 작품치고는 그래도 풍성한 서플먼트가 준비되어 있다. 조 라이트 감독의 음성 코멘터리에도 한글자막이 수록되어 있으니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여유를 가지고 감상하셔도 좋을 듯.


삭제장면

1.사고를 당한 로페즈 기자가 혈액검사를 하면서 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간호사와 몇가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추가됨.

ⓒ Universal Pictures/DreamWorks SKG. All rights reserved.


2.나다니엘의 유년시절, 오디션을 보러가는 장면.

3.나다니엘이 연주를 마치고 발작증세를 보이는 장면과 바하의 무반주 첼로 조곡을 연습하는 분량이 추가됨.

4.몇 년만에 재회한 여동생 앞에서 첼로 연주를 하는 장면.

ⓒ Universal Pictures/DreamWorks SKG. All rights reserved.


5.베토벤 3번 교향곡 리허설을 관람한 후 차안에서 로페즈와 나다니엘이 얘기하는 장면.


진기한 우정: [솔로이스트]의 제작과정

[솔로이스트]의 처음 제작단계에서부터 배우들의 캐스팅, 그리고 스탭들의 코멘터리 수록. 주인공인 로페즈와 나다니엘의 실제 모습도 등장한다. 조 라이트 감독은 개인적으로 미국영화를 만들길 원치 않았다는데, [솔로이스트]의 경우는 이방인의 관점에서 영화를 전개하는 (정상인인 로페즈가 노숙자들의 커뮤니티를 바라보는 것을 가리킴) 것이 자신의 입장과도 유사한 것 같아 연출을 맡았다고 한다.

ⓒ Universal Pictures/DreamWorks SKG. All rights reserved.



나다니엘과 줄리어드

줄리어드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솔로이스트]의 제작자가 나와 설명한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국내에도 잘 알려진 첼리스트 요요마에 얽힌 에피소드인데, 요요마는 나다니엘과 줄리어드 동창으로서 둘이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서로를 아는 사이었다고. LA에서 열리는 요요마의 공연에 참석하게 된 나다니엘은 공연 후 요요마와 만나게 되었고, 요요마는 그를 기꺼이 환영하며 심지어 자신의 첼로를 건네주며 연주해보도록 했다는 훈훈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소개된다.



[솔로이스트]는 분명 기대한 만큼의 과장된 감동이나 극적인 클라이막스를 제공하는 작품은 아니다. 이 작품에서 내리는 결말은 현실적이고 정직하지만 영화를 전개해나가는 산만한 움직임에 관객들은 익숙하지 않다. 영화의 의도는 분명 좋아보이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무엇에 포커스를 맞출것인가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영화의 배경에 깔린 음악이 되었든, 아니면 두 배우의 연기가 되었든 관객은 스스로가 이 영화를 즐길 만한 관전 포인트를 찾아내길 바란다.


* [솔로이스트]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Universal Pictures/DreamWorks SKG.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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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이스트 - 6점
조 라이트 감독,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외 출연/유니버설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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