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무의 [달려라 꼴찌], [다시찾은 마운드]나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 [떠돌이 까치], (故)박봉성의 [신의 아들], 이진주의 [달려라 하니], 허영만의 [2시간 10분] 등이 나타내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가들의 출세작들 중에는 대부분 스포츠를 소재로 다룬 만화들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 만화가 전성기를 이루던 1980년대에 스포츠는 만화 속에서 가장 많이 애용되는 소재였으며, 신인 만화가들에게 있어서도 스포츠물은 일종의 등용문과 같은 역할을 했다.
일전의 [몬스터] 리뷰에서 소개한 우라사와 나오키는 스릴러물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는 작가이지만 의외로 스포츠물에 강하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의 대표작 중 [야와라]는 유도를 소재로 하고 있고, 지금 소개할 [해피!]라는 작품 역시 테니스라는 운동을 소재로 사용한 재치있는 만화다. [해피!]의 드라마적 구성은 우라사와 나오키 특유의 치밀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데, 스릴러가 아닌 스포츠를 소재로 한 만화에서 이만한 구성과 플롯을 보여주는 그의 솜씨에 감탄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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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했으면 김석훈, 김희선 주연의 드라마 [토마토]가 [해피!]를 표절했다고 화제가 되었을까. 또다른 드라마인 [라이벌]역시 골프를 소재로 했음에도 플롯자체는 [해피!]를 그대로 따라해 의혹을 샀는데, 정식으로 저작권 사용을 인정받았다나 뭐래나.. 보는 각도에 따라선 [해피!]가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가 아닌가 하고 넘겨짚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나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방송작가들의 얄팍함이 표절이라는 극단적 결과물로 드러나긴 하지만) [해피!]는 그런 뻔한 전개를 가진 작품이 아니다.
ⓒ 小學館 (SHOGAKUKAN)/ (주)학산문화사 All rights reserved. ⓒ 小學館 (SHOGAKUKAN)/ (주)학산문화사
착하디 착한 주인공 미유키가 오빠가 진 빚을 갚기위해 단신으로 테니스계에 뛰어들어 윔블던 정상에 오르는 이 만화(!)같은 스토리는, 죽이고 싶을 만큼 얄미운 라이벌 쵸코와 절대적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테니스의 여제 사브리너의 존재감, 그리고 미유키를 흠모하는 두 남자(두 남자 모두 돈, 외모, 성격이 완벽한 남성상과는 거리가 있다), 그밖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로 인해 엄청난 흡입력을 자랑한다.
혹자는 [해피!]에서 악역인 쵸코가 저지르는 만행의 정도가 너무 지나쳐 읽다가 속터져 더 이상 읽지를 못하겠다고 할 정도니, 캐릭터에 대한 감정이입은 확실히 인정할만 하다.
사실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가진 우라사와 나오키지만 [마스터 키튼], [몬스터], [20세기 소년]외에 [해피!]라는 테니스 만화를 그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은 듯 하다.
그를 스릴러 전문 작가로만 알고 있는 팬들은 [해피!]를 통해 그의 작가적 재능에 대해 다시한번 감탄하게 될 것이며, 더불어 테니스라는 스포츠에 대한 호감도 부쩍 올라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마치 [슬램덩크]가 수많은 바스켓 볼 매니아를 양산했듯이 말이다.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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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이란 의혹속에 국내의 드라마들이 [해피!]의 스토리를 섭렵한것과는 대조적으로 일본에서는 2006년 공식적으로 이 작품을 드라마로 제작했다.
* [해피!]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小學館 (SHOGAKUKAN)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해피!]의 국내 판권은 (주)학산문화사에 있습니다. 정식 발매본을 이용합시다.
* 참고: 라이벌 (ⓒ SBS. All rights reserved.), 해피 드라마(ⓒ TB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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