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만화

[신년특집] 미니백과의 추억

페니웨이™ 2014. 1. 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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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을 맞이하여, 없는 시간이지만 짬짬히 방정리를 하면서 찾아낸 몇가지 아이템을 보며 새해 첫 포스팅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건 바로 추억의 미니백과 시리즈. 사실 1980년대의 격동기에 학창시절을 보낸 남아들이라면 한번쯤 손에 거쳐갔을법한 바로 그 포켓 사이즈의 미니백과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해 있지 않은 시절, 일본문화 컨텐츠는 금기시되어 있으면서 TV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버젓이 방영하고 있던 그 아스트랄한 시절, 일본 것을 일본 것이라 부를 수 없던 그 시절에 거의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일본 컨텐츠를 접할 수 있었던 통로가 아니었나 싶다.

내 기억으론 그 수많은 미니백과의 시발점은 아마도 학습지 회사인 능력개발에서 발간한 '로봇대백과'였다. 콤바트라 브이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이 작은 책은 국내에서 발간된 최초의 로봇 애니메이션 전문서였다. 사실 '대백과'라는 이름을 달고는 있으나 초판의 제목은 '로봇대사전'이었다.

마찬가지로 '로봇대백과'만큼이나 인기있었던 '괴수공룡백과'도 초판의 제목은 '괴수공룡대사전'이었다.

무슨 연유로 이름을 대사전에서 대백과로 바꾸었는지는 이따가 설명키로 하고 여하튼 1,2권이 나란히 베스트셀러가 된 미니대백과는 시리즈로 줄줄이 이어지며 '우주여행백과', '세계의 불가사의', '동물퀴즈백과', '축구대백과' 등 다양한 테마와 주제로 발간되어 꼬꼬마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편 능력개발사의 미니대백과 시리즈가 다양한 주제로 백과사전 본연의 목적을 간직한 반면, 다른 후속편들이 1,2편인 '로봇대백과'와 '괴수공룡백과'만큼의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1980년대 중반 대본소 시장에서 단행본 시장으로 둥지를 옮긴 다이나믹 프로는 특정 장르물에 특화시킨 미니백과 시리즈를 내놓는다. 그게 바로 다이나믹 콩콩 미니백과 였다.

다이나믹 콩콩 미니백과의 첫번째 책은 '만화영화대백과: 로보트 대집합'이었다. 능력개발의 '로봇대백과'와는 달리 한국의 로보트 태권브이를 전면에 내세웠던 이 책은 한국과 일본의 수많은 로봇들을 다루는 막강한 컨텐츠로 단숨에 미니백과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이후 다이나믹은 두번째 책으로 '만화영화 로보트 군단', 세번째 책인 '로보트 만화영화 대백과'를 내놓으며 미니백과의 주 소비층인 초중등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테마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이후 다이나믹은 로봇 외에도 7번째 작품인 '괴수군단 대백과'나 32번째 작품인 '스타워즈 대백과' 등 다른 테마를 다루기도 했지만 기본적인 모토는 로봇을 중심으로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특촬물이나 장르영화만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아마도 다이나믹 콩콩 미니백과의 인기비결은 능력개발이 따라잡기 벅찰 정도의 풍부한 볼륨도 그렇지만 소비층의 니즈를 철저히 파고든 전략이 유효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비슷한 시기에 성심문고나 상서각 등에서도 비슷한 류의 미니백과를 시도했지만 구성이나 인지도 면에서는 현저한 차이를 보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이런 미니백과류의 원조는 안타깝게도 한국이 아니다. 뭐 이 당시 유소년층의 문화라는게 자체 생산된 컨텐츠는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이었으니 일본 것을 가져다 카피했으리라는 점은 능히 짐작 가능할 터, 이미 일본에서는 '대전과(大全科)' 혹은 '대백과(大百科)'라는 이름으로 널리 유행중이었다.

아마도 능력개발이 대사전에서 대백과로 이름을 개명한 것은 '대전과'나 '대백과'로 불리던 일본의 그것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한국의 수많은 미니백과류 중 상당수는 일본의 대전과를 무단으로 복제, 변형 시킨 것이 상당수인데 한국 애니메이션과 만화 역사가 표절과 도용시비로 얼룩져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닥 놀라울 것도 없다. 아래의 사진은 능력개발이 발행한 '무술영화백과'와 그 오리지널인 일본의 원서다.

개인적으로는 다이나믹 콩콩 미니백과 중에서 1권인 '만화영화대백과: 로보트 대집합'과 7권인 '괴수군단 대백과'를 가장 좋아했는데, 특히 '괴수군단 대백과'는 괴수영화에 관한 한 현재까지도 국내 발간된 관련서적 중에서 가장 풍성한 컨텐츠를 담고 있다. 한가지 옥의 티랄까... 일본의 대표 괴수인 '고지라'를 그대로 싣기에는 민망했던지 김기덕 감독의 1967년작 [대괴수 용가리]의 이름을 빌려서 '용가리'라고 표기해 놓았다.

아무튼 이 시기의 미니백과에 대한 추억은 성인이 되어서도 사라지지 않아 급기야는 이 기억들이 '한국 슈퍼로봇 열전'의 모티브가 되었음은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겠다. 오랜만에 책장에서 '로보트 대집합'을 꺼내어 [슈퍼특급 마징가 7]을 펼쳐 내가 쓴 '한국 슈퍼로봇 열전'의 페이지와 오버랩 시켜보니 감회가 남다르다.

이렇게 한 시대를 풍미했던 미니백과는 1990년대 들어 물밀듯 쏟아진 해적판 만화와 비디오의 범람으로 쇠퇴했고 1995년에 다이나믹 콩콩 미니백과 중 일부 원고만이 복각되었으나 그마저도 이제는 시중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으니 말 그대로 추억의 한 조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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