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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스틸 개봉 특집] 한국 만화계에서 찾아보는 슈퍼맨의 발자취

페니웨이™ 2013. 7. 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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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스틸] 개봉 특집

 

 

 

미국의 경매사이트 코믹커넥트닷컴에서 한화로 2억원에 낙찰받은 만화책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주인공은 '액션코믹스 #1', 바로 슈퍼맨의 등장을 알렸던 초회판이다.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도 1백~수백부 정도만 남아있는 희귀본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문화의 보존가치에 대해 국내 언론에서는 만화책을 단지 '재테크'의 수단처럼 외곡 보도했고 그 이후로 모 경매사이트에서는 옛날 만화의 낙찰가격이 가파르게 상승중이다. 참 씁쓸하기 이를데 없다.

얼마전 개봉된 영화 [맨 오브 스틸]의 원작은 두말할 것없이 미국 DC코믹스의 간판 캐릭터 '슈퍼맨'이다. 게리 시겔과 조 슈스터에 의해 탄생한 이 경이적인 슈퍼히어로는 1932년부터 기획되었는데 이 당시 두 사람은 겨우 십대 소년에 불과했다. 이들은 당시에 '사이언스 픽션: 미래문명의 첨병 Science Fiction: The Advance Guard of Future Civilization'이라는 일종의 팬 잡지를 만들고 있었는데, 여기에서 '슈퍼맨의 지배 The Reign of Superman'이라는 삽화체 소설을 개제했다.

 

최초로 '슈퍼맨'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했던 '슈퍼맨의 지배'. 이 작품에서 슈퍼맨은 무려 '악당'으로 묘사된다. 여기서의 슈퍼맨은 칼-엘, 혹은 클락 켄트가 아니라 윌리엄 던이라는 인물이다. 간략한 이야기를 언급하자면, 주인공 윌리엄은 가난한 소시민으로 우연히 스몰리라는 교수의 실험대상이 되어 초능력을 얻게된다. 이 힘을 가지고 세계를 정복하려는 윌리엄을 저지하기 위해 스몰리 교수는 스스로 실험에 사용한 약물을 투입하지만 윌리엄과의 대결해서 패배한다. 방해자가 없어진 윌리엄은 자신의 야심을 채우기 직전 초능력을 잃게 된다.

 

 

물론 이들의 슈퍼맨이 처음부터 주목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슈퍼맨이 '정식으로' 세상에 나오기 까지는 무려 6년의 세월을 더 기다려야 했다. 원고를 들고 여러 출판사를 배회하며 퇴짜를 맞을 수록 슈퍼맨의 외형과 세계관, 설정들은 좀 더 견고해져 갔으나 결정적인 출판의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그들은 낙담했지만 계속 문을 두드렸고 결국 '헨리 듀발'이나 '닥터 오컬트', '페더럴 맨' 등의 작품들을 통해 프로작가로서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그러던 중 기회의 문이 열였다. 디텍티브 코믹스(DC 코믹스의 전신)에서 새롭게 런칭하는 만화잡지에 넣을 원고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은 것이다. 그들은 주저없이 비장의 카드인 '슈퍼맨'을 건네 주었고, 이렇게 해서 1938년 6월, '액션 코믹스'라는 이름의 잡지에 처음으로 슈퍼맨이 등장해 백만부 이상 팔려나간 밀리얼셀러로 등극했다. 이후 슈퍼맨은 미국식 영웅주의로 대변되는 슈퍼히어로의 원형이 되었으며 라디오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드라마, 실사영화를 통해 다양한 형태로 재생되었다.

ⓒ DC Comcis. All rights reserved.

 

그렇다면 슈퍼맨이 한국에 처음 소개된 것은 언제일까? 이 부분과 관련된 기록은 한국의 특유의 부실한 문헌기록의 특성상 이렇다 할 정답을 제시하기 어렵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건 리처드 도너의 [슈퍼맨: 더 무비]가 개봉되면서 부터로 알려졌지만  그 이전부터 대중에게 어느 정도 인지되어 있었던 것 만큼은 분명하다.

일례로 1953년 이종현이라는 이름의 작가는 '화성의 초인'라는 제목의 만화책을 출간한 바 있다. 표지에서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슈퍼맨'의 한국판 로컬라이징이다. 작품 속에서 '섭퍼맨'으로 불리는 이 슈퍼히어로는 악행을 일삼는 갱단과 맞서는 초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현재 필자가 조사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슈퍼맨'을 다룬 최초의 국산 만화인 것으로 보인다.

 

1960년 김수영의 '슈퍼맨- 럭키보이' 역시 슈퍼맨의 한국형 로컬라이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가슴의 'L'자 로고만 다를뿐 슈퍼맨과 동일한 코스튬을 한 럭키보이가 흑건당이라 불리는 악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내용이다.

 

1979년 어린이 만화월간지 '어깨동무'에서는 '슈우퍼맨 특공대'라는 만화가 연재되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과 같은 D.C 진영의 히어로 뿐만 아니라 스파이더맨 같은 마블 진영의 히어로가 함께 팀을 이룬다. '저스티스 리그'의 오묘한 모작이자 크로스오버인 셈이다.

 

또한 추억의 이름으로 기억되는 클로버 문고에서는 오상환 작가의 '슈퍼맨'이 출간되었는데, 총 2개의 큰 이야기를 5개의 장으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으며 클로버 문고의 뒤를 이어 현대 코믹스로 넘어와서는  서두원, 김용현 작가가 그린 '슈퍼맨 2'도 나왔다. 오상환의 '슈퍼맨'이 원작의 설정을 들여와 오리지널로 각색했다면 서두원, 김용현의 '슈퍼맨 2'는 리처드 레스터 감독의 영화판 [슈퍼맨 2]를 코믹스화 시킨 것이다.

ⓒ 어문각. All rights reserved.

ⓒ 현대지능개발사. All rights reserved.

코믹스판으로 나온 '슈퍼맨'(위)와 '슈퍼맨 2'(아래). 특히 '슈퍼맨 2'에서 마리오 푸조 원작이라고 쓰여진 문구가 보이는가. 사실 리처드 도너의 영화판 [슈퍼맨]의 초안은 마리오 푸조가 쓴 것이 맞지만 실제적으로 각본에 관여한 사람은 로버트 벤튼, 데이빗 뉴먼, 레슬리 뉴먼, 그리고 톰 맨키비츠였다. 이 중 영화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작가는 톰 맨키비츠였으나 4명 이상의 각본가를 표기할 수 없다는 미국 작가협회의 규정 때문에 정작 각본가가 아닌 Creative Consultant로 이름을 올릴 수 밖에 없었다. 국내에서는 이미 [대부]로 유명세를 탄 마리오 푸조가 잘 알려졌기에 만화책에서도 그의 이름을 써먹은 것 같다.

 

 

뒤를 이어서는 '슈퍼맨 2'의 서두원 작가가 무려 마징가와 슈퍼맨의 크로스오버인 '마징가 제트와 슈퍼보이'를 내놓기도 했고 역시 서두원 작가가 '슈퍼맨: 텔레파디를 쫓아라',  '슈퍼맨과 우주의 삼손'이라는 작품을 발표하면서 명실공히 한국판 슈퍼맨 전문 만화가로서 이름을 날렸다.

ⓒ 현대지능개발사. All rights reserved.

 

이처럼 비공식, 혹은 무단으로 캐릭터를 가져다가 일종의 해적판처럼 사용된 슈퍼맨이 정식으로 발간되기 시작한건 21세기에 들어서다. 헐리우드의 슈퍼히어로물이 연달히 히트하면서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도가 높아지자 국내 출판사들이 앞다퉈 이들 슈퍼히어로의 원작 그래픽 노블을 출간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슈퍼맨 : 시크릿 아이덴티티]를 비롯 [올스타 슈퍼맨], [슈퍼맨 : 버스라이트], [슈퍼맨 : 레드 선] 등 다양한 작품들이 대거 출시되어 있다.

ⓒ DC Comcis/ 시공사. All rights reserved.

 

아무튼 국내에서의 슈퍼맨 만화는 적어도 반세기 이상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음엔 분명하다. 한가지 안타까운건 일본의 이케가미 료이치가 발표한 '스파이더맨'이 마블사의 정식 판권을 허가받아 지금까지도 당당히 볼 수 있는 작품인 반면, 국내의 작품들은 판권자와의 허가없이 무단으로 출간해 그저 추억속으로 묻혀져버린 과거의 잔재일 뿐이라는 점이다. 만약 정당한 허가를 받았다면 서두원이나 오상환 작가들은 지금쯤 마크 밀러나 제프 롭, 알렉스 로스 같은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한 면에서 우리 컨텐츠의 확보하기 위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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