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1부(바로가기)에 이어 해문출판사의 팬더추리걸작선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도록 하자.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비록 팬더추리걸작선이 일본의 추리탐정걸작 시리즈를 그대로 배낀 해적판이긴 했어도, 나름대로의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한 흔적을 볼 수 있다는 거다. 그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이 바로 3권인 'ABC 살인사건'편이다. 우선 일본판과 해문판을 비교해보면 표지 일러스트부터 차이가 난다.
그리고 본문에 사용된 일러스트도 전부 새롭게 그렸다. 다음의 초반 일러스트를 비교해 보자.
왜 이렇게 유독 'ABC 살인사건'의 경우만 오리지널과 달리 새롭게 일러스트를 그려 넣었는지에 대해서는 미스테리하다. 관계자만이 답을 알고 있을 듯.
이제 팬더추리걸작선 시리즈 외에 다른 작품에 대해서 잠시 언급하겠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50권으로 된 팬더추리걸작선 외에도 일종의 번외 시리즈를 내놓은 바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세계의 명탐정 44인'과 '세계 위인은 명탐정'이란 책이다.
우선 '세계의 명탐정 44인'을 보자. 이 책은 단순히 소년문고로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구성을 보여준 이른바 탐정 백과사전이었는데, 역시나 일본의 후지와라 사이타로(藤原宰太郞)가 쓴 책을 무단으로 베낀 해적판이었다.
이 책의 초판은 원래 원작자의 이름과 이가형씨의 이름을 같이 기재해 원작과 동일한 표지와 제목인 '세계의 명탐정 50인'으로 출간되었다. 너무나도 원판과 똑같이 문단도 세로로 써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초판은 이내 절판되어 버리고 만다. 이유는 이 책에 포함된 탐정 6명의 국적이 일본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금기시된 일본문화정책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
그래서 재판된 것이 바로 '세계의 명탐정 44인'이다. 이 책부터는 일본탐정 6명이 빠져있고 (긴타이치나 아케치 같은 탐정은 빠졌고 오니쓰라 경감은 그대로 실려있다 -_-), 책의 어디에서도 후지와라 사이타로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말 그대로 해적판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이 두 권의 책은 현재 구하기가 매우 힘든 희귀본에 속한다. 일본에서는 속 세계의 명탐정 50인도 출간된 모양이지만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국내에는 출간되지 않은 속, 세계의 명탐정 50인
그 다음으로 유명했던 책이 '세계 위인은 명탐정'이란 책이다. 이 역시 후지와라 사이타로가 원저자로서 위인들이 각 사건을 하나씩 해결하는 에피소드로 구성된 책이었다.
당시 신기했던건 위인들의 명단에 마릴린 몬로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 이 사실 자체만으로도 신기했지만 사건 자체가 샤워실에서 나체로 죽어있는 여성의 일러스트를 포함하고 있어서 내심 어린맘에 민망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필자는 순진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흠흠)
그외에도 네로, 히틀러, 레닌, 마타하리, 아이히만 같은 인물들도 실려있다. 당시 기준에 어떻게 심의에 통과했는지가 의문. (이들이 정녕 '위인'이란 말이냐!)
이 책 역시 요즘 구하기가 힘든 책 중에 하나이지만 의외로 알게 모르게 여러 가지 판본이 존재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1994년 두레출판사에서는 '논리로 풀어보는 위인들의 추리게임'이라는 제목으로 재출간하는데, 원작에서 일본인들을 뺀 해문판보다 인물 수를 더 줄여 36명으로 줄어든 삭제판이다. 물론 이 역시도 절판되어 현재는 구하기가 힘들다. 해문판과 다른점은 원작자인 후지와라 사이타로의 이름이 그대로 나온다는 것.
이 책의 또다른 버전은 유진출판사의 '명탐정이 된 세계 위인들'과 같은 회사의 재판본인 '도전! 명탐정이 된 세계 위인들'이다. 아동도서로 탈바꿈하여 현재도 판매중이니 관심있는 분들은 한권 구입해 보셔도 무방할 듯.
지금의 추억의 한 단편이지만 어린시절 나름 풍요로운 추리문학의 장을 마련해 준것만으로도 해문출판사를 비롯한 유수의 해적판 출판업계에 감사를... (아니 이게 아닌데 ;;;;) 현재 해문출판사는 고인이 된 사장의 뒤를 이어 그 며느리가 사업을 이어받아 몇명의 여직원들과 함께 계속해서 추리소설을 출간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재작년부터는 팬더추리걸작전 중 일부를 복간해 '팬더 미스테리'라는 제목으로 다시 재출간하고 있는데 아직 8권까지 밖에 나오지 않은걸로 봐서는 판매량도 부진하고, 판권관계도 걸림돌이 되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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