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한 스포일러 있음 -
투 머치 토커들의 구강액션 블록버스터
꺼져가던 프렌차이즈가 기사회생한 대표적인 사례를 꼽으라면 단연 [분노의 질주]일 것이다. 무려 8편까지 이어지며 마치 드웨인 존슨의 몸통마냥 덩치를 키운 이 시리즈는 스트리트 레이싱을 소재로 한 중저예산급의 케이퍼 무비에서 파괴의 미학을 앞세운 ‘카벤저스’의 액션 블록버스터로 탈바꿈했다. 비록 폴 워커의 사망 이후 살짝 힘이 빠진 느낌도 들긴 하나 이 시리즈의 기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분노의 질주: 홉스 앤 쇼]는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 부터 레귤러 멤버로 들어온 드웨인 존슨과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의 메인 빌런으로 등장해 어느덧 대머리 군단의 한 식구(…)가 된 제이슨 스타뎀 두 사람이 버디를 이룬 스핀오프다. 3번째 시리즈인 [도쿄 드리프트]에 이은 두 번째 외전인 셈이다. 자 이만 하면 영화에 대한 소개는 다 한 것 같다.
…라고 하면 또 리뷰를 보는 분들에게 예의가 아닌 듯 하여, 몇 문장을 더 이어 나가도록 하겠다. 본 작품의 연출을 맡은 이는 [데드풀 2]의 데이빗 레이치 감독이다. 이는 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꽤나 중요한 지점이다. 왜냐면 이 작품은 [분노의 질주]이면서 [분노의 질주]가 아니며, 어딘지 모르게 ‘데드풀’의 Dog드립(…)이 자꾸만 연상되는 그런 작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분노의 질주: 홉스 앤 쇼]는 [데드풀]만큼 노골적이진 않더라도 제4의 벽을 뚫고 나오는 듯한 연출이 계속된다. 가령 이 영화는 배우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면에서 뻔뻔스러울 정도로 매우 직설적인데, 제이슨 스타뎀은 거의 [트랜스포터]의 프랭크 마틴 그 자체이며, 심지어 [이탈리안 잡]을 언급하는 우회적인 조크를 날리기도 한다.
까메오로 캐스팅된 라이언 레이놀즈의 등장은 이게 까메오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많은 분량을 챙기고 있는데, 뭐 두 말할 나위 없이 라이언 레이놀즈가 멀쩡한 얼굴로 데드풀을 연기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데드풀이다!) 느닷없이 [왕좌의 게임]의 엔딩을 스포일링 한다거나 엔드 크래딧의 쿠키 화면에서는 영락없이 데드풀의 오마주인 “신체 외부가 녹아 내리는 바이러스” 드립을 날리기도 하고…. 영화 내내 이런 식이라고 보면 된다.
영화가 이렇다 보니 짜임새 있는 내러티브나 뭔가 묵직한 범죄물의 무게감을 느끼기엔 어렵다. 근육질 떠벌이 듀오가 벌이는 좌충우돌 코미디와 구강액션, 그리고 별로 인상적이지 않은 대규모 액션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개인적으로는 하이라이트인 사모아 씬을 1/3 정도만 남기고 걷어냈다면 훨씬 더 간결하고 덜 지루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가족애라는 이야기의 키워드는 [분노의 질주]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이자, [데드풀 2]에서도 감독이 보여주었던 테마이기도 한데, 어딘지 모르게 끼워 맞춘 듯이 연결고리가 느슨한 탓에 그리 감동적이진 않다. 오히려 드웨인 존슨의 고향 사랑이 더 강하게 어필될 정도.
유일하게 빛나는 요소라면 바네사 커비의 매력이다. 드웨인 존슨과의 캐미도 나쁘지 않으며, 강도높은 액션씬도 무난하게 소화해 내며 왠지 모르게 대성할 가능성이 있는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어서, 추후 전개될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컴백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분노의 질주] 1편을 생각하고 보자면 너무나도 먼 길을 와 버린 ‘투 머치 토커’들의 시끄러운 무용담이지만, 이런 저런 생각 다 던져 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감상하기엔 나쁘지 않은 팝콘 무비다. 마음껏 부수고, 웃고, 떠드는, 그리고 극장을 나서면 다 잊게 되는 그런 영화 말이다.
블루레이 퀄리티
1080p로 트랜스퍼된 [홉스 앤 쇼]는 본 블루레이 포맷에서 가능한 한 최대치의 화면을 보여준다. 정교하며 날카로운 화면에 주위를 산만하게 하는 압축 노이즈나 잡티가 전무하다. 피부 위의 모공과 땀방울, 불끈 솟아오른 근육의 혈관이나 드웨인의 몸에 새겨진 문신에 이르기까지 클로즈업 화면에서 보여지는 생생한 질감이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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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레벨은 안정되어 있고 피부톤의 색조 또한 칙칙하지 않게 선명하고 생기가 도는 색을 보여준다. 검은 헬맷을 비롯해 검은 계열의 복장과 검은 바이크를 탄 브릭스턴이 야밤을 질주하는 장면에서도 또렷한 화질을 선사한다. 콘트라스트가 너무 강하지 않게 적절한 균형감을 갖춘 것도 칭찬할만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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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는 돌비 애트모스를 장착했는데, [분노의 질주] 프렌차이즈에서 늘 기대했던 것 이상의 강렬함을 들려준다. 화면 전체에 과감히 던져지는 공간감은 청취자를 완벽하게 둘러싼다. 바이크와 멕라렌 720s의 런던 체이싱 시퀀스는 [분노의 질주] 특유의 속도감과 엔진의 굉음을 가감없이 전달하며, 규모를 키워 대규모 폭파신을 만들어내는 에테온 본부 탈출신에서의 다양한 사운드가 만들어 내는 청각적 쾌감도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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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피처
한글자막이 지원되는 감독의 음성 코멘터리가 기본적으로 수록되어 있으며, 꽤 풍부한 양의 서플먼트가 제공된다. 그 중 몇 가지만 살펴보면 먼저 ‘Alternate Opening’이 있다. 극장판과는 다른 또 다른 버전의 오프닝인데, 특별히 다른 장면이 추가된 것은 아니고 편집의 순서가 조금 바뀌었다. 홉스와 쇼가 팀업을 이루기 위해 첫 대면을 하는 장면이 맨 앞에 배치되어 있고, 이어서 두 사람이 각자 바이러스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악당들의 아지트를 습격하는 장면, 그리고 해티와 MI6 팀이 에테온의 습격을 받는 장면이 교차 편집으로 이뤄져 있다.
또한 본 블루레이에는 약 36분에 이르는 삭제 장면과 추가 장면이 들어 있다. 가령 비행기 안에서 까메오로 등장하는 항공보안요원(케빈 하트 분)와 만담(...)을 나누는 장면은 약 5분 정도에 달하는데, 솔직히 이런 장면이 편집없이 최종 편집본에 들어갔다면 사족이 너무 긴 느낌이 들었을 듯 하다.
'Johnson & Statham: Hobbs & Shaw'는 영화의 큰 특징을 이루는 두 캐릭터의 대비에 대해서 다룬다. 서로 약올리면서 끊임없는 대립을 하는 건 영화의 역동성을 부여하기 위함이었다고 감독은 말하는데, 바네사 커비는 이를 두고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라고(...) 생각한다"고 평한다. 촬영장에서 보여진 두 사람의 캐미는 그리 나쁘지 않았던 듯.
'Stunt Show and Tell'은 데이빗 레이치 감독이 나와 직접 영화의 스턴트에 대해 해설한다. 흔히 "Pre-Viz'라 불리는 작업에 대해서 알려주는데, 영화의 액션 시퀀스을 미리 잡아가는 일종의 로드 맵으로서 생각 이상의 많은 작업이 필요하며 동원되는 인원도 상당히 많다는 점에 놀라게 된다.
'Keeping it in the Family: A Conversation with Roman and Dwayne'은 서플먼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영상 중 하나인데, 바로 드웨인 존슨이 WWE 선수 시절 동료이자 사촌으로 알려진 로만 레인스가 함께 등장해 대화를 나누기 때문이다. 그들이 처음 만났던 때 부터 선수 시절 얘기, 영화 촬영의 후일담까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링 위에서 로만이 더 락을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입에서 엄청난 피를 토했다는 얘기를 낄낄거리며(...)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원래 가족은 거칠게 싸우는 법이라고... -_-;;;
'Dwayne and Hobbs: Love at First Bite'는 드웨인 존슨의 사적인 가족사를 들려주는 영상이다. 영화 속 홉스가 악당을 얼굴을 물어뜯고는 포효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을 촬영할 당시 촬영장에 온 어머니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유인 즉슨, 전설적인 레슬러이자 더 락의 외조부였던 피터 마이비아가 일본에 순회 경기를 간 적이 있었는데, 경기 후에 술집에서 일본 선수와 시비가 붙었고 꽤 위험한 순간에 부득이하게 상대 선수의 얼굴을 물어버려서 위기를 모면했던 것. 해당 장면은 더 락이 외조부께 바치는 오마주였던 셈이다.
총평
폴 워커의 부재 이후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다시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해 방향성을 재설정하는 기간인 듯 하다.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은 그러한 공백을 딛고 빈 디젤의 원톱 가능성을 시험해 보는 무대였으며, 반면 이번 [홉스 앤 쇼]는 드웨인 존슨과 제이슨 스타뎀 이라는 걸출한 액션 스타의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해 본 작품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결과는 좀 미묘하다. 너무 뻔하고 익숙한 전개 속에 구강액션이라는 새로운 방향으로 울끈이 불끈이 두 배우를 인도한 건 어딘지 어색하기도 하고, 또 재미있기도 하다. 어찌 보면 액션 영화라기 보다는 코미디에 더 가깝다고 느껴진 [홉스 앤 쇼]를 보면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 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분노의 질주] 특유의 스피디한 레이싱 액션을 기대한 분들은 다소 실망스러울지도 모르지만, 미국식 유머에 빵터지는 관객이라면 무척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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