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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히클 19 - 억세게 운없는 남자의 하루

페니웨이™ 2013. 10.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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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를 통해 폴 워커를 첨 봤을땐 대성할만한 기질이 보이는 신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외모는 헐리우드에서도 순위권에 들어갈만큼 준수한대다 연기력도 제법 괜찮은 배우였거든요. 그런데 아쉽게도 [분노의 질주] 이후 그의 캐리어는 줄곧 내리막이었습니다. 빈 디젤이 빠진 [분노의 질주 2]는 심심하기 그지 없었고, 폴 워커가 주연급으로 등장한 영화들은 하나같이 평단과 흥행 모두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죠.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성공작이라고 할만한 작품들이 죄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라는건 참 아이러니합니다.

결국 폴 워커가 그 눈부신 매력을 가장 잘 발산할 때는 그가 운전대를 잡고 있을 때였다는 얘기죠. 본인도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일까요? 실제 레이싱 마니아로도 알려져 있는 폴 워커가 직접 제작과 주연까지 맡은 영화 [비히클 19]는 러닝타임의 2/3 이상이 자동차 안에서 벌어지는 작품입니다.

[비히클 19]는 억세게 운나쁜 남자가 남아공의 악몽과도 같은 하루를 보내는 내용입니다. 뺑소니 사고로 수감생활을 한 마이클이 가석방 조건을 어기고 아내를 찾아 남아공에 발을 디디면서 영화가 시작됩니다. 렌트한 차는 자기가 원한 차종이 아니고, 영사관에 있는 마누라는 왜 빨리 안 오냐며 찡찡거리고, 도로는 막히고, 온통 짜증나는 일의 연속이지만 아내를 보기 위해 먼거리를 날아온 마이클은 군말없이 차를 타고 영사관을 향해 갑니다.

ⓒ Forefront Media Group, Safran Company, The, Industrial Development Corporation of South Africa . All rights reserved.

근데 뭔가 심상치 않습니다. 이상한 전화가 걸려 오는가 하면, 차에서 소음기가 달린 권총도 발견되고, 이번에는 뒷좌석에서 꽁꽁 묶인채 기절해있는 흑인여자가 튀어 나옵니다. 깜짝놀라 여자를 도와주려 하지만 되려 여자는 마이클을 공격하고 심지어 총까지 들이댑니다. 알고보니 여자는 샤방샤방스런 이름을 가진 레이첼 사방구 검사인데, 남아공의 거대 성매매조직을 수사하던 도중 경찰국장이 관련되어 있음을 알아내자 납치를 당한 겁니다. 가뜩이나 일진이 안좋더니만 남아공의 온 경찰병력이 마이클을 쫒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단 하루동안 벌어지는 우발적인 사건이니 만큼 [콜레트럴]이나 [폰 부스]처럼 짜임새 있고 속도감 넘치는 스릴러가 되어야 마땅한데 [비히클 19]는 아쉽게도 그런 쫄깃한 영화가 아닙니다. 일단 영화에 구멍이 너무 많습니다. 스토리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연출 자체가 허술합니다.

가령 레이첼과 마이클의 신경전이 벌어지자 레이첼을 꽁꽁 묶인채로 재갈까지 물리는데, 막상 악당들의 총탄 세례를 받자 레이첼은 손수 재갈을 벗기고 밧줄도 풀어버립니다. -_-;;; 관객이 이 정도의 황당함도 눈치채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면 감독이 관객을 너무 우습게 본 거죠.

ⓒ Forefront Media Group, Safran Company, The, Industrial Development Corporation of South Africa . All rights reserved.

또 하나 어이없던 부분은 지명수배를 당한 마이클이 은폐술을 시전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그레피티하는 껄렁한 흑인을 찾아가 차를 도색하게 되는데, 막상 도색까지 다 한 차가 경찰에게 바로 발각되어 또다시 쫓기게 됩니다. 그렇게 쉽게 들킬거면 뭐하러... 가뜩이나 러닝타임도 짧은 판국에 이런 쓸데없는 장면들이 들어가 있으니 영화가 지루해지는건 당연하지요.

영화는 흔해 빠진 아메리칸 히어로 이야기를 그저 피상적인 접근법으로 풀어놓을 뿐입니다. 억세게 일진 사나운 남자가 더 이상 잃을게 없자 영웅이 되기로 결심한다는 이야기. 무려 실화에 근거했다고는 하는데,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애초에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들먹이며 폴 워커의 단독 주연을 강조하는 것부터가 영화의 자립도를 의심케 합니다. 굳이 영화가 잘 빠졌다면 다른 영화의 이미지를 끌어들이며 홍보에 써먹을 이유가 없잖습니까. 지금이 80년대도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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