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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쉽 - 값비싼 미 해군 홍보영화

영화/ㅂ 2012. 6. 2. 09:00 Posted by 페니웨이™

 

 

 

 

밀튼 브래들리 사에서 개발해 지금까지 수많은 게임으로 컨버전된 ‘배틀쉽’을 아십니까? 오직 좌표를 통해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고 먼저 격침시키는 쪽이 이기는 이 게임은 단순한거 같지만 상당히 중독성 강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원래는 종이에 그려서 갖고 노는 이른바 'pencil & paper’게임인데, 이걸 좀 더 그럴싸하게 리모델링한게 오늘날 익히 알려진 하스브로의 보드게임이죠.

게임으로는 갖고 놀기 좋을지 몰라도 영화로 만들기에 좋은 소재는 아닙니다. 아니, 애초에 이야기나 줄거리조차 없는 게임을 원작이랍시고 떠들어대는 영화사의 광고가 황당할 정도죠. 오죽하면 [트랜스포머]를 끌어들이며 여기에 하스브로를 연결시켜 광고카피를 만들었겠습니까. 한편으로는 묘한 호기심도 생기기 시작했는데, 이건 마치 장기나 바둑을 원작으로 영화를 만들겠다는 셈이니 과연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한것도 사실입니다

[배틀쉽]의 이야기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외계인이 침략했는데, 외계인 우주선이 착륙한 바다에서 해상훈련을 하던 미군과 자위대 소속의 전함이 이 소동에 휘말린다는 내용입니다. 전형적인 미국만세요, 여기에 일본은 꼽사리를 낍니다. 총체적인 비호감 스토리입니다. 단지 설정상의 구멍이나 논리적인 오류 등에 대해 논하려는건 아닙니다. 그렇게 따지면 말이 되는 영화가 몇편이나 될까요.

하지만 영화는 정말 뭐하나 딱히 납득할만큼 딱부러진 구석이 없습니다. 최소한의 설득력을 얻기 위한 기본적인 이야기의 베이스가 깔려있지 않은데다 진부하기 짝이 없는 플롯들만 잔뜩 깔아놨습니다. 그야말로 값비싼 해군 홍보영화죠. 한때나마 마이클 만 감독의 수제자라고까지 불리던 피터 버그의 실력이 이 정도라니 실망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 Battleship Delta Productions, Bluegrass Films, Film 44 . All rights reserved.

또 하나의 문제는 지독하리만큼 평면적인 캐릭터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존 카터: 바숨전쟁의 서막]으로 초대형 영화 한편을 시원하게 말아드신 테일러 키취는 이번에도 단독 주연을 맡았는데, 역시나 이런 블록버스터를 이끌어 갈 만큼의 스타성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입증합니다. 캐릭터 구축의 실패도 문제이지만 배우가 가진 매력이 너무 부족해요. 그 밖의 캐릭터들은 말할 것도 없죠. 그냥 장식용이다 싶을 정도로 스테레오 타입의 인물들. 여기에서 무슨 좋은 이야기가 나오겠습니까. 리암 니슨은 도대체 왜 이런 영화에 나온 걸까요.

그나마 기댈만한 건 특수효과와 시각적인 즐거움일텐데요, 아쉽게도 [배틀쉽]은 5년전 [트랜스포머]가 보여줬던 비주얼의 수준에도 훨씬 못미칩니다. 그냥 거대한 비행선이 나와 바다 위를 몇번 껑충껑충 뛰어다니다가 끝나죠. 외계인들의 모습도 너무 진부하고, 무엇보다 턴방식 보드게임의 룰에 갇혀 있다보니 위협적인 외계인으로서 줄 수 있는 위압감이나 긴장감이 전부 희석되어 버립니다.

그런데 의외로 원작(이라고 주장하는)에 충실하려 한 흔적들은 꽤 봐줄만 합니다. 일단 보드게임 이라는 한정된 필드를 구현하기 위해 외계인이 배리어를 친다는 점이나, 좌표를 가지고 턴방식으로 공수를 번갈아가며 하는 전투방식은 제법 그럴싸하단 말이죠. 영화화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설정을 이 정도로 쥐어 짜낸것만해도 대단하다 싶어요.

하지만 그러한 아이디어가 영화의 전체적인 부실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입니다. 영화는 해양버전의 [트랜스포머]를 꿈꾸는 것 같지만 아류작에도 못미치는 결과를 만들어냈을 뿐입니다. 미국내에서는 벌써부터 이 영화가 1억 5천만 달러의 손해를 볼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이 이슈자체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 건 그 보다 더 망한 영화 [존 카터: 바숨전쟁의 서막] 덕분이라니, 제작진은 오히려 테일러 키취에게 감사를 표해야 할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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