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ㅂ

비버 - 현대인의 우울증 보고서

페니웨이™ 2012. 4. 1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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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 포스터의 세번째 감독작 [비버]는 우울증에 대한 영화입니다. 현대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덩달아서 급증하고 있는 우울증 환자와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현대인들, 그리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가족들의 이야기죠.

주인공인 월터(멜 깁슨 분)는 잘나가는 기업가이자 사랑스런 아내, 그리고 두 아들을 가진 성공적인 미국인 가장의 조건을 갖춘 사람입니다. 하지만 지독한 우울증에 빠져 하루의 대부분을 잠을 보내고 삶의 의욕을 잃게 되어 급기야는 자살까지 시도하는 지경에 이르고 맙니다.

그 순간 손에 끼는 비버 인형을 발견하면서 월터의 인생이 바뀝니다. 그는 내제된 자아를 비버 인형을 통해 표현하면서 세상과 소통하기를 선택하죠. 그는 예전의 활기찬 월터로 돌아갑니다. 가족과의 관계가 개선되고 사업은 정상궤도에 오르며 월터의 증세도 완화되는 것 같지만 갈수록 자신과 비버를 동일시 여기는 월터의 모습에 아내는 한계를 느끼고 말지요.

[비버]는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에서 우울증에 걸렸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주지 않지만 우울증 환자가 서서히 다중인격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통해 많은 점들을 암시하고 있거든요. 우울증이란게 실로 다양한 모습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생각처럼 그리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점, 심지어 가족이라 할지라도 이를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 등 우울증이라는 병에 대해 이토록 다각도로 접근을 시도한 영화는 흔치 않습니다.

ⓒ Summit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게다가 마냥 우울해질 수 있는 테마를 제법 유쾌하고 입체적으로 그려낸 조디 포스터의 연출력도 새삼 놀랍기만 합니다. 그녀는 이미 [꼬마천재 테이트]를 통해 소외받는 사람의 모습을 다룬바 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그녀가 섬세한 드라마에 재능이 있음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지요.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합니다. 10여년전 [메버릭]을 통해 조디 포스터와 커플연기를 보여준 멜 깁슨은 액션스타의 이미지를 벗고 우울증에 걸린 가장의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떠오르는 젊은 배우 안톤 옐친과 제니퍼 로렌스도 이야기의 한축을 담당하는 비중있는 역할을 무리없이 소화해내고 있죠. 개인적으로 제니퍼 로렌스라는 배우는 저런 차가운 캐릭터를 연기할 때 그 매력이 더욱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100%의 해피엔딩을 선사하진 않습니다만 나름대로의 현실적인 절충안을 찾아 관객에게 제시합니다.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미국이라는 나라, 아니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삶이 정말 목적없이 방황한 채 지쳐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더군요. 그저 악으로 버티는 사람들이 아직은 더 많을 뿐이지 진짜 행복이 뭔지 모르고, 행복이라고 세뇌받은 것을 그대로 따라가는 사람들이 진실을 발견했을 때 찾아오는 멘탈 붕괴란 언제 누구에게 찾아와도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P.S

1. ‘월터는 기억상실증에 걸린게 아니야, 우울증에 걸린거라고!’ 이 대사는 정말 정곡을 찌르더군요. 병을 겪어보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환자를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이해하려드는지를 한번에 보여준 대사였습니다.

2. 제 주변을 봐도 그렇고, 우울증이라는게 특별한 사람한테만 찾아오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마 우울증 환자를 위한 상담 시스템이 잘되어 있다는 미국도 저러할진데, 겉으로 ‘아이고 나죽네’하는 병이 아닌 담에야 환자취급도 안하는 한국에서는 언젠가 이 우울증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겁니다.

3. 조디 포스터가 멜 깁슨을 기용했을 때 주변에서 만류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사실 멜 깁슨이 유태인 비하 발언문제와 이혼 등의 개인사로 미국사회에서는 한방에 훅간 케이스죠. 클린트 이스트우드급의 감독 겸 배우가 될 수 있었던 인물인데, 이렇게 추락한 모습을 보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메버릭] 당시만 해도 두 사람의 만남만으로 연예계의 큰 이슈가 될 정도였는데, [비버]는 미국내에서도 외면당했죠.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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