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1955년 로저 코먼 사단이 제작한 동명의 영화 [The Fast and the Furious]에서 제목의 라이센스를 따온 [분노의 질주]는 바이브 매거진에 실린 뉴욕 스트리트 레이싱에 관한 켄 리의 기사에 바탕을 둔 범죄 스릴러물로서 말하자면 [폭풍속으로]의 레이싱 버전이라 해도 무방한 작품이다. 빈 디젤과 폴 워커, 미셸 로드리게즈 등 당시로서는 신선한 느낌을 선사한 주연배우들의 매력과 속도감 넘치는 내러티브로 인기를 끈 이 작품이 10년 이상 이어지는 장수 프랜차이즈가 될 줄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실제로 [분노의 질주]가 나온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빈 디젤의 공백이 절실히 와닿은 관계로 '흑역사'취급을 받게된 존 싱글턴의 2편에 이어 아예 스핀오프로 돌아선 [분노의 질주: 도쿄 드리프트]의 저스틴 린 감독은 단 3분간의 마지막 장면을 통해 꺼져가던 시리즈의 불씨를 살리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원점으로 돌아온 (시간순으로 보자면 [도쿄 드리프트]의 프리퀄인) 4편 [분노의 질주: 더 오리지널]은 원년멤버의 재결합으로 본래의 아이덴티티를 탈환하게 되는데, 이렇듯 위태위태하면서도 일관성없는 형태로 속편을 양산하던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마침내 5편인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를 통해 분명한 세계관을 확립하게 된다.
ⓒ Universal Pictures, Original Film, One Race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각 시리즈의 주요 배우들이 캐스팅된 이번 작품은 스트리트 레이싱의 매력과 스피드의 쾌감을 부각시켰던 기존 시리즈의 성격을 벗어버리고 본격적인 하이스트 무비로 장르적 변신을 시도한다. 게다가 중저예산급의 오락물에서 -1편의 제작비는 3800만 달러로 전 세계 2억 달러의 흥행기록을 올렸다- 블록버스터급으로 성장한 작품의 규모를 어필하려는 듯 파괴의 미학에 초점을 맞춘다. 대형 금고를 매단 채 도심을 질주하는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을만큼 도시 전체를 박살내는데 온 정신을 쏟는다. (통쾌하긴 하나 왠지 찜찜한 기분이 드는건 아마도 알게 모르게 이 민폐 작렬하는 도주극으로 인해 발생되었을 민간인 사상자들에 대한 무의식적인 죄책감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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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롯의 진부함은 여전하지만 차량을 이용한 액션씬은 여전히 독창적이다. 이야기의 전체적인 불균형과 헛점들은 이렇게 극한으로 몰아치는 액션과 오락성에 파묻혀 별로 티가 나지 않는다. 죄수 호송차량을 전복시키는 인트로 시퀀스와 고속열차 하이재킹, 4대의 경찰차를 이용한 레이싱 등 시리즈 특유의 차량액션만으로도 [분노의 질주]라는 제목을 달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헐리우드의 대표적인 근육질 스타 빈 디젤과 드웨인 존슨이 1:1로 육탄전을 펼치니, 액션영화 팬들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군침도는 빅 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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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작품이 눈과 귀가 즐거운 영화라는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 본다. 먼저 화질에 있어서는 지글거림이나 화면 잔상 및 잡티 등이 발견되지 않지만 최근작치곤 평범한 화질을 보여준다. 선명도와 암부표현력은 모두 양호한 편인데 화이트 밸런스에 있어서는 색온도가 낮게 맞춰진 탓인지 옐로우 컬러가 다소 강하다는 느낌을 준다. 영화 자체가 아날로그 액션물의 느낌이 강해서인지 전체적으로 필름 그레인한 질감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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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는 가히 환상적이다. 영화 자체가 워낙 풍부한 효과음을 지닌데다, DTS-HD 5.1 마스터링 된 채널별 분리도가 뛰어나 한층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한다. 표효하는 자동차 엔진음의 청각적 쾌감을 만끽하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는 타이틀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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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다양한 부가영상이 수록되어 있다. 먼저 'Deleted Scene'에는 두 가지의 삭제장면이 실려 있는데, 하나는 브라이언과 미아에게 빈스가 자신의 가족을 소개시키는 장면, 또 하나는 홉스가 현장 감식을 하다가 엘레나를 향해 멋적은 미소를 짓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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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g Reel'에는 NG 장면과 제작과정에서의 몇몇 코믹한 일상을 모아놓았다. 장난치듯 연기를 즐기는 배우들의 스크린 밖 모습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빵터졌던 장면은 드웨인 존슨을 분장시키던 중 메이크업 담당자가 민감한 부위를 건들자 버럭!하는 드웨인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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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에서 가장 인상적인 시퀀스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을 것인데, 하나는 후반부의 도심 질주 장면과 또 하나는 초반의 열차 하이재킹 장면이라 하겠다. 'The Big Train Heist'는 CG가 많이 사용되었을거라고 생각되는 열차 하이재킹 장면이 실은 약 90%가 실사로 촬영된 결과물로서 시속 72km로 달리는 열차에 제작진이 직접 제작한 탈취용 차량을 사용해 완성시켰음을 직접 확인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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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Inside the Vault Chase'에서는 도심 질주장면이 실제 금고를 매달고 촬영된 장면들임을 알려준다. 문제는 일반 대형금고를 매달고 촬영할 경우 예기치않게 손상되는 도심 구조물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트럭을 작게 개조해 그 위에 금고모양의 덮개를 씌워 방향을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따라서 영화상에서 차에 매달린 금고는 실은 안에 또다른 운전사가 운전중인 작은 트럭인 셈이다. (섭씨 57도의 찜통 더위 속에서 금고안에 들어가 운전을 한 운전사에게 심심한 위로를) 한편 이 장면은 원래 계획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예산이 소요됐는데, 이에 제작자가 한마디 했다고 한다. '얼마가 들어갔는진 알고 싶지 않아. 제발 차 좀 그만 부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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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는 시리즈 사상 최고의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톱스타들이 모였을때 발생되는 신경전이나 불협화음과 같은 뒷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오는 터라 이번 작품의 촬영장 분위기가 과연 어떠할지에 대한 궁금증도 자연스럽게 생기기 마련인데, 'Reuniting the Team'에 담긴 훈훈한 촬영장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테이 역의 루다크리스는 '촬영을 너무 재밌게 하다보니 출연료를 받기가 미안했다'고 말할 정도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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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매니아들이라면 'A New Set of Wheels'에 가장 흥미를 느낄 것이라고 생각된다. 911 포르쉐를 비롯해 닷지 폴리스 차져, 구르카 등 영화에 쓰인 차량 캐스팅에 관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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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s Journey'와 'Brian O'Conner: From Fed to Con'은 시리즈의 두 축인 도미닉과 브라이언의 영화 속 변천사 및 캐릭터의 성격에 대해 언급한다. 빈 디젤이 연기한 도미닉은 2편을 제외한 전 시리즈에 등장하는데, 선과 악의 묘한 경계에 위치한 인물로서 남다른 가족애를 가진 사람으로 묘사된다. 반면 시리즈 전체를 통해 가장 많이 변화된 캐릭터는 폴 워커가 맡은 브라이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전까지 브라이언과 돔이 같은 입장에 놓인 적은 영화상에서 한번도 없었는데,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에서 그는 처음으로 범죄자의 입장이 되어 돔과 한 팀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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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에서 가장 의외의 캐스팅은 '더 락' 드웨인 존슨이다. 이미 빈 디젤이라는 근육질의 액션 스타가 존재하는 마당에 드웨인 존슨이 출연할 필요가 있겠느냐 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 두 배우의 육탄전을 볼 수 있다는 소식은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의 또다른 흥행요소가 되었다. (왕년의 실베스타 스텔론과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한 영화에 출연했다면 이 이상의 화제를 모았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드웨인 본인도 주인공을 능가하는 무시무시한 인물이 등장한다는 사실이 영화의 흥미를 상승시켰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Enter Federal Agent Hobbs'에서는 시리즈의 후반부에 투입된 드웨인 존슨이 기존 시리즈의 선배들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촬영에 임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며, 'Doms vs. Hobbs'에서는 두 사람의 대결장면에 대해 좀 더 상세한 메이킹 필름과 코멘터리가 담겨있다. 보기엔 그냥 치고받으면 되는 것처럼 사소해 보이는 액션 시퀀스에 얼마나 꼼꼼한 코디네이팅이 필요한지를 느낄 수 있는데, 빈 디젤이 어느 한 동작에 대해 고집하는 바람에 무려 2시간동안 토론을 벌였다는 일화도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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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 프렌차이즈에 있어 일등 공신은 다름아닌 저스틴 린 감독. 3편부터 지휘봉을 잡은 저스틴 린 감독이 세트장에서 촬영하는 모습이 'On Set with Director Justin Lin'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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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장의 재간둥이 타이리스 깁슨은 'Tyrese TV'라는 부가영상에서 촬영장의 이모저모를 소개한다. 제법 웃기는 장면이 많이 들어있는 부가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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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저스틴 린의 음성 코멘터리와 각 장면의 메이킹 영상을 PIP기능으로 볼 수 있는 U-Control이 있으나 한글자막은 지원되지 않는다.
오락성 하나만으로 보자면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는 2011년에 개봉된 작품들 중에서도 단연 톱클래스의 반열에 오를만한 작품이다. 더 이상 레이싱에 기반을 둔 범죄스릴러가 아니라 자동차가 등장하는 액션 블록버스터로 변질된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아드레날린을 무한증폭시키는 영화의 쾌감은 오직 [분노의 질주]만이 충족시킬 수 있는 고유의 색깔을 분명히 반영하고 있다. 정신없이 질주하는 2시간이 흘러가고 엔드 크래딧이 올라가더라도 자리를 뜨지 마시라. 2013년에 선보일 다음 작품의 떡밥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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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분노의 질주 : 언리미티드 - 저스틴 린 감독, 드웨인 존슨 외 출연/유니버설픽쳐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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