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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총기류를 동반한 액션영화를 만들만한 소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저씨]같은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 경우라 하겠고, 대부분은 남북의 대치상황에 기반한 형태로 가는게 가장 자연스러울 수 밖에 없겠죠. 그런 의미에서 [쉬리]는 한반도의 특수상황을 가장 영리하게 활용한 액션물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프레임을 벗어난 대부분의 영화들은 실패했습니다.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은 [쉬리] 이후 남북한 대치상황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얼마만큼 발전했는가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물론 그 후로 한국영화의 파이가 엄청나게 커져버렸고 가용할 수 있는 배우들이 넘쳐나고 있으며 연출의 기법도 헐리우드의 그것에 근접해가는 마당에 [베를린]은 한국 영화의 현주소, 아니 더 정확하게는 한국 액션영화의 현주소를 가늠하기 좋은 척도가 될만한 작품이죠.

사실 류승완 감독이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로 시원하게 실패를 경험했을때 내심 한국 영화계에서 흔치 않은 장르물 감독이 이대로 주저앉는게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만 그는 [부당거래]로 다른 식으로의 진화, 내러티브와 스토리를 강화하면서 액션에 있어서도 약간은 겉멋을 뺀 모습으로 관객을 놀래켰습니다. 그리곤 올해 100억원짜리 블록버스터를 들고 돌아왔죠. 기라성 같은 배우들과 함께요.

영화는 기대만큼 훌륭합니다. 여기서 ‘기대’라는 말은 범국민적 차원의 기대를 말하는게 아닙니다. 온전히 류승완 감독에게 바라는 관객들의 기대이지요. 그는 데뷔때부터 지금까지 액션키드로 군림했고 흥행여부를 떠나 한우물만 꾸준히 판 감독이니까요. [베를린]은 어쩌면 그가 연출자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잡았을 때 보여주고 싶은 모든 걸 쏟아부은 영화일지도 모릅니다.

ⓒ CJ Ent./외유내강. All rights reserved.

이미 기자시사회등을 통해 ‘본 시리즈’에 비견될만한 한국 액션영화의 탄생이라고 회자될 만큼 [베를린]은 최근 영화들의 트렌드인 리얼 액션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주변의 사물을 이용한다거나 화면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악!’ 소리가 날 만큼 타격감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그런 액션씬이 팍팍 튀어나옵니다. 총기액션도 예전의 딱총쏘던 그 시절의 모습이 아닙니다. 10여년전 [쉬리]의 도심 총격씬이 [히트]의 어설픈 카피라는 평을 들었다면 [베를린]의 액션씬들은 카피라는 말은 들을지언정 어설프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만큼 액션의 완성도는 높은 편입니다.

첩보물이라는 서브 장르의 영역에서도 [베를린]은 꽤 쓸만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적당한 반전도 있고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남북한 현실적인 모습이 제법 설득력있게 묘사됩니다. 하지만 온전한 첩보물로서 [베를린]은 그리 좋은 영화는 아닙니다. 쓸만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을 뿐, 이 재료를 완벽한 요리로 탈바꿈 시키기엔 영화가 가진 단점이 적지 않거든요.

초반부에 너무 정신없이 줄거리를 꼬아버리는 바람에 꽤 머리가 아프고 (물론 중반부터는 자연스럽게 이 두통이 해결은 됩니다), 극장마다 편차가 있긴 합니다만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사항 중 하나인 대사전달의 문제는 가뜩이나 어려운 초반부를 더욱 집중하기 힘들게 만듭니다. 공들여 놓은 캐릭터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소모되는 듯한 느낌 또한 그리 달갑진 않습니다. 하지만 과연 한국에서 이런 영화가 또 나올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베를린]은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적어도 액션의 밀도와 정교함 만큼은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겨뤄볼만하니까요.

ⓒ CJ Ent./외유내강. All rights reserved.

이제 배우들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전문 액션배우가 아님에도 하정우가 보여주는 열연은 박수를 보내고 싶을 만큼 멋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배신당하고 좇기는 역할은 [황해]이후 아예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 버린 듯 해요.

전지현은 그간의 논란을 씻어버리고 자신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린 배역으로 돌아왔습니다. 전지현에게 있어서 가장 큰 장점은 연기력이 아닌 미모니까 말이죠. 무심한 남정네들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그녀의 캐릭터는 [베를린]에서 가장 동정심을 유발합니다.

류승범 또한 그에 어울리는 역할로 돌아왔습니다. 적당히 건달같고 적당히 야비한 그런 악당으로 말이죠. 제이슨 본 급인 하정우의 맞수로 등장하기엔 조금 가벼운 감도 없지 않습니다만 여전히 류승완 감독의 영화속에서 류승범은 자신의 역할을 잘 찾아 가는 것 같습니다.

한석규에 대해서는 조금 불만입니다. 굉장히 많은 잠재력과 재능을 지닌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베를린]에서 한석규가 보여줄 수 있는 연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일단 캐릭터 자체가 소모적이며, 진부합니다. 가끔씩 던지는 찰진 욕설을 빼면 이번 작품에서 한석규가 보여준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꼬집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연기의 스펙트럼이 갑자기 확 축소되어 버린 느낌이랄까요.

단점도 있고, 독창성이 떨어지는 영화임엔 분명하지만 남녀간의 멜로극마저도 액션영화로 승화시키는 류승완 감독의 뚝심만큼은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 놀라운건 류승완 감독이 이제 겨우 마흔을 갓 넘긴 나이라는 것이죠. 미래를 생각한다면 한국 액션영화의 앞날은 온전히 그의 손에 달렸다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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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붉은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당거래]는 참 좋은 영화였지만 '류승완도 이렇게 장르 감독의 길에서 벗어나는가' 라는 아쉬움이 없지 않았었죠. 저는 그가 이 장르를 버리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 것만으로도 [베를린]을 닥치고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

    2013.02.04 09:36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부당거래] 이후 류승완의 보폭이 넓어진 것 같습니다. 즉, 액션만 알았던 감독에게서 드라마를 발견한 이상, 저 감독에게는 액션도 드라마도 가능하다는 걸 심어준 셈이죠. 무엇을 만들던 기대를 갖게 만드는 감독이랄까요.

      2013.02.04 21:50 신고
  2. 희망플래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한석규의 역할이 아쉽다는 부분에 100% 공감했습니다. 끝까지 뭔가 기대했었는데 잘 살려지지 못한 듯 했어요.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본 시리즈에 대적할 만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한국영화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

    아참, 그리고 '파워블로그 만들기' 책 잘 읽고 있어요. 블로그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잘 배우고 있답니다. ^^

    2013.02.04 10:58
  3. 유머나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아요.
    한석규가 약간 아쉽기는 했어요~
    좋은 글 잘 읽었답니당...

    2013.02.04 12:02
  4. 깡총시츄미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봤는데요. 처음엔 확실히 정신 없더군요. 스토리 쫓아가는게 힘들 정도였어요. 전지현은 정말 딱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랄까? 이북사투리도 가장 자연스럽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동안 이 배우에게 가진 편견(?)이 깨졌네요~
    아, 저도 대사가 잘 안들려서 집중하는데 더 어려웠네요.~~ 그리고 손톱 장면은 생각만해도... 으....ㅜㅜ

    2013.02.04 15:42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손톱장면은 굳이 안넣었어도.. ㅠㅠ 이제 전지현이라는 배우가 CF모델의 이미지를 벗고 연기자의 대열에 합류할 때인가 봅니다.

      2013.02.04 21:54 신고
    • 아나무정  댓글주소  수정/삭제

      한석규의 검지손가락 손톱이 뭉개져 있었던걸 얼핏봤는데요.
      한석규도 북한쪽에서 고문을 당했던걸 은연중에 알린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리고, 더 나아가자면, 한석규의 가족도 같이 납치되서 희생되었을 수도 있을거란..캐릭터 배경이 있을것 같네요.

      2013.02.07 14:09
  5. 칼있으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석규 형님 괜시리 얼굴마담으로 나오신 건지 없어도 그만인 케릭터가 아니였나 싶긴 합니다.
    단순히 보고 즐긴다는 오락적 의미로 영화를 본다고 한다면 역션은 멋집니다.
    지금까지 나온 한국 액션 영화중에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2013.02.04 17:26
  6. 그린게이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계속 영화하다간 굶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기술 자격증 따려고 했었다는 감독의 절실함이 이제는 빛을 크게 보여주나 봅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을 하니 참 보기도 좋네요 한석규의 찰진 욕지거리는 그간 수많은 영화에서 너무 많이 봐오던 것이라 보기 전 부터 웬지 꺼려지네요 ㅜㅜ 그래도 대한민국산 고품질의 실전 액션씬이라면 꼭 봐야할 영화라고 생갇되네요 오늘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02.04 21:22
  7. 폴리파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대로 된 한국산 장르영화에 목말라 있던터라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은 재미있게 봤습니다. 장르영화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했던 소재로 예의 전반부 코미디와 후반부 신파로 점철된 해운대나 타워 같은 영화들보다는 훨씬 재미있게 봤습니다.
    물론 큰 줄거리가 그렇게 복잡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초반부에 영화적인 배경과 여러 세력들의 이해관계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좀 더 깔끔하고 간단하게 표현되지 못한 점이 조금 아쉬움으로 남지만 이렇게 장르에 충실했던 첩보영화가 한국영화에서 전무했던 점을 (혹시나 아시는 분이 있으면 제목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감안하면 이 정도로 뽑아낸 것만 해도 재미를 느끼기에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관람 후의 느낌은 마치 예전에 쉬리를 보고 나서의 느낌과 비슷했었지만 쉬리가 분단이라는 소재에 액션과 함께 멜로적인 요소를 안전장치로 삽입한 것 (물론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에 비해 베를린은 뚝심있게 첩보장르로 밀어붙이는 점 역시 좋았습니다. 우리나라 영화를 보고 제대로 된 2편을 기대하게 된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 )

    2013.02.05 11:01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영화 끝나고 어? 왜 extreme ways가 안나오지? 했더라능 ㄷㄷㄷ

      2013.02.06 08:24 신고
    • 폴리파  댓글주소  수정/삭제

      말씀 듣고 보니 그러네요 ㅋㅋ. 마지막 장면에서 "Vladivostok. One way" 에 바로 이어서 딱! 나왔으면 정말 어울렸겠네요. 오히려 본레거시의 엔딩에 삽입되어 더더욱 어색하게 만든 것을 생각하면 베를린의 엔딩에 더 잘 어울렸을 것 같네요. ㅎㅎㅎ

      2013.02.06 10:55
  8. 유재만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간만에 한국영화 포스트라 반갑네요 ^^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류승완 감독의 영화가 새로 나와서 눈이 많이 가네요 ㅎㅎ
    이번 나온건 아직 못봤지만 기대가 많이 되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류승완감독의 짝패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이번 영화가 잘되서 블록버스터 감독으로 되버리는건 아닌지 걱정은 됩니다. ㅎㅎㅎ
    짝패같은 맨몸 액션은 다시 안찍는건 아닐지....다른 한국 감독과는 다르게 안정적이지 않고 도전적인 영화를 찍어서 팬이 되었는데

    2013.02.05 15:32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류감독과 정두홍 감독의 지향점이 다르다고 하더라구요. 두 사람이 점차 합을 맞춰가는 과정에서의 시험작 같은 영화가 짝패가 아닐까...아마 다시는 나오기 힘들것 같습니다.

      2013.02.06 08:25 신고
  9. 진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베를린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류승완감독작은 죄다 본것 같은데 (그만큼 팬이죠) 이번엔 잘 나와서 참 편했습니다. ^^

    추신 : 딴지는 아니고... 류승완감독의 나이가 저랑 동갑입니다... 그러니 올해로 설 쇤다면... 마흔하나가 될겁니다... ^^

    2013.02.07 11:52
  10. <투머로우>김기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간만에 또 보러 갈 영화가 하나 생긴 건가요?
    딸이 생기니 마눌님 눈치 보느라... 휴우...
    지난 번에도 극장 혼자 다녀왔다고 눈치 반 농담 반 면박을 주더군요. ㅋㅋㅋ
    언제 한 번 취재를 빌미 삼아 몰래 다녀올지 고민입니다.

    댓글에 언급하신대로 한석규 씨를 <아들과 딸> 시절부터 눈여겨 봐 왔던 터라
    그 특유의 개성과 매력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 봅니다.
    그나마 2011년 <뿌리 깊은 나무>에서의 열연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지요.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닥.. ㅜㅜ
    특히 <이중간첩>, <그때 그 사람들>은 지금 생각해도 안습입니다.

    2013.02.08 11:17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한석규 연기의 정점은 [그때 그 사람들]로 하향세인듯.. 뿌나에서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영화판에서는 아직 재기를 못하고 있죠. 연기력을 끌어올릴만한 작품 선택도 힘겨워 보이고.. 이래저래 원톱으로 가기에는 점점 힘든 상황입니다. ㅠㅠ

      2013.02.12 12:35 신고
  11. 정체불명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설 연휴를 통해 감상했는데 기대한것보다 훨씬 괜찮더군요. 속편을 암시했는데 좀 나왔으면 합니다.
    우리나라도 제대로된? 시리즈 영화가 나왔음 하네요. ^^;;;

    2013.02.11 22:51
  12. rainism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련정희라는 캐릭터가 아예 없거나 중간에 죽었다면 좀 더 류승완 영화다웠을텐데 말이죠.

    2013.02.1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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