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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소소하지만 글을 쓰는 입장이니까 때론 실수하고, 착각하고, 잘못을 저지른다. 댓글로 지적되는 오류의 수정요청은 그런 의미에서 무척이나 감사하고 나를 부끄럽게 만들며, 더 나은 글쓰기를 위한 마음을 준비를 다잡게 한다. 일개 무명의 블로거가 글을 쓰는 마음자세도 이러할진데, 적어도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있는 기자라면 이보다는 더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것이 아닐까?

하지만 국내 언론들은 이미 신뢰를 잃었다. 나폴레옹의 엘바섬 탈출 이후 보여준 '모니퇴르'지의 간사한 행태와 그리 다를 바 없는 사실 왜곡과 축소, 은폐의 플레이는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뭐 정치, 사회적인 이야기는 이 블로그에서 다룰바가 아니니 여기까지만 하겠다.

사회면의 기사들이 기득권과의 이해관계에 맞물려있어 그런건 그렇다 치자. 이와는 아무 관련없는 연예, 문화기사는 적어도 정확한 사실과 이해를 바탕으로 작성되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 아침, 출근하면서 아주 기가막힌 기사를 접했다. '한국 첫 SF영화 [대괴수 용가리] 알고보니 칸이 인정한 김기덕 감독 작품'이란 헤드라인의 이 기사는 1967년작 [대괴수 용가리]의 감독이 [사마리아], [빈집]의 김기덕 감독이라는 얼토당토않은 내용을 담고 있다.


ⓒ 한경닷컴. All rights reserved.


단순히 동명이인으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사소한 실수'라고 보기엔 그 정도가 지나치다. [빈집]의 김기덕 감독은 1960년 생이다. 그럼 7살때 [대괴수 용가리]를 찍었단 말인가? 기사를 작성한 이는 [빈집]의 김기덕 감독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는 커녕, [대괴수 용가리]에 대한 일반인들의 상식만큼도 못한 지식을 가지고 소설을 썼다. 이는 김기덕 감독에 대한 엄연한 실례일 뿐더러 그 글을 읽는 독자들을 모욕하는 수준이다.

기사 내용을 보면 더욱 황당하다. '영화 '대괴수 용가리'는 1967년 개봉된 한국 최초의 SF영화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김기덕 감독이 연출했다는 것이 밝혀져 네티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자 스스로 착각한 내용을 가지고 마치 네티즌에게 화제가 되고 있는 것처럼 가공한 이른바 '거짓 기사'인 셈이다. 어디 지방의 이름없는 신문도 아니고 나름 경제 전문 일간지로 이름난 언론에서 이따위 기사를 검증도 없이 작성한 기자나 편집부는 제 정신인지 묻고 싶다.

문제는 이러한 행태가 하루 이틀이 아니라는 거다. 일례로 몇달전 나를 깜짝 놀라게 한 기사를 한 스포츠 신문에서 접한 적이 있다. '배트맨' 시리즈의 숨은 주역 마이클 케인이 숨을 거뒀다는 기사였다. 기사 내용을 발췌하면 이랬다. '故 마이클 케인은 국내 영화팬들 사이에서도 [배트맨] 시리즈와 [인셉션]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중략)....... 한편 2012년 개봉 예정인 영화 [다크 나이트 2]에서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다.'



ⓒ 스포츠서울닷컴. All rights reserved.


원래는 팀 버튼의 [배트맨]에 출연한 노장 배우 마이클 고흐의 사망기사였지만, 최소한의 검증이나 책임감도 없이 멀쩡히 살아있는 배우를 고인으로 만들어 버리는 기자의 참을 수 없는 무책임함은 도대체 어찌해야 좋단 말인가? 본 글에서 언급한 두 기사는 모두 인턴기자가 작성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렇다면 이는 더 심각한 문제다. 기자를 목표로 수련하는 젊은이들이 도무지 프로의식이나 책임감은 눈씻고 찾아보기 힘들 만큼 무성의하게 기사를 날로 먹으려 한다는 점, 그리고 이를 검수하는 사수나 편집자는 도대체 뭐하는 작자들인가 하는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이들이 하다못해 포털의 정보검색을 한번이라도 해봤다면, 정말 누구나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고라도 했더라면 이렇게 무식 찬란한 기사를 내보내 자신의 경력에 큰 오점을 남기는 실수를 범했을까? 이제라도 제발 문화부 기자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언론인으로서의 책임감과 무게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길 부탁드린다. '이러니 기자는 개나 소나 한다는 말을 하지'. 이런 말로 당신들의 위상을 스스로 깎아먹는 일은 벌어지지 않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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