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웨이™의 궁시렁

구타의 추억

페니웨이™ 2011. 5. 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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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죽거리 잔혹사 ⓒ Cj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어제 온종일 인터넷이 '인천여교사 중학생 폭행 동영상'으로 시끌거렸죠. 해당 동영상을 보니 헐~ 소리가 절로 나올만큼 살벌한 구타더군요. 세상이 좋아져서 아이들이 찍은 폰카 동영상이 다각도로 촬영되어 폭행 당시의 상황이 거의 완벽하게 드러나는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전후 관계는 일단 생략하고 그 상황만 놓고 보자면 그건 구타, 폭행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죠. 행여 '사랑의 매' 따위의 헛소리는 안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이 사건을 보자니 옛날 생각이 납니다. 얼마전 [써니]를 보고 와서인지 그 잔상이 더욱 뚜렷해지는 느낌인데, 정말이지 쌍팔년도 이전의 교육계는 지금과 비교하면 무식 그 자체였습죠. 한 가지 추억을 끄적여 봅니다.

자랑은 아니고, 전 영어에 꽤 자신이 있는 편이었습니다. 시험에서도 많아봤자 한 두 문제 틀리는게 고작이었는데, 중2때 담임이 마침 영어교사였어요.

이상하게도 그 선생은 나를 굉장히 싫어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어요. 날라리도 아니고 나름 모범생이라면 모범생이었는데도 새학기가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선생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반감을 느꼈답니다. 오해일리가 없죠. 그 나이때 소년,소녀들이라면 감수성이 워낙 예민해 주변의 변화나 분위기를 감지하는데는 거의 본좌급의 능력치를 갖게 되니까요.

한번은 시험문제에서 딱 한문제를 틀렸습니다. 시험문제를 설명하는 날 선생은 문제 하나를 설명하고 나서 틀린사람보고 손을 들라고 했는데, 좀 특이한건 그렇게 여럿이 손을 들면 꼭 특정인을 지목해서 나오라고 한 다음 체벌을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그 틀린 문제에서 손을 들었고, 당연히(?) 불려나갔죠.

그녀는 내 영어 교과서를 확 낚아채더니 자신이 설명했던 내용이 필기가 되어 있는지를 확인했습니다. 필기를 놓쳤을 리는 없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녀가 돌연 왜 14페이지에 필기를 안하고 15페이지에 필기를 했느냐고 트집을 잡더군요. 황당했습니다. 필기할 공간이 없으면 당연히 그 옆페이지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그 때 깨달았죠. 아... 이 여자는 그저 날 때리고 싶을 뿐이로구나.


고작 한문제 틀린 것 때문에 불꽃 싸대기를 쳐맞고 자리로 돌아오는 순간, 나는 그 선생에게 감사함은 커녕 분노를 느꼈야만 했습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잊지 못할 악녀 중 하나로 기억되면서 말이죠.

아마 나와 비슷한 또래, 혹은 그 이전 세대의 분들이라면 이런 경험쯤은 하나씩 갖고 있지 않을까요. 선생님의 매질이 사랑이 아니라 감정의 해소로 오용되었음에도 아이들은 절대 강자와 약자의 구조속에서 억울하게 맞아야만 했던 기억. 이런 기억하나 없는 어른이 거의 없다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소름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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